-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우리금융 ‘민영화’ 최대 업적

- “물러날 어떤 이유도 없다”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금융권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관치(官治)’ 논란에 휩싸인 우리금융지주다. 금융당국의 수장들은 연일 우리금융의 리더인 손태승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암시성 발언을 뱉어내고 있다. 금융당국 두 수장의 발언에 진정성이 담겼고, 공명정대(公明正大)라는 사명감에서 나온 조언일지라도 저의(底意)가 의심스럽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11월 라임펀드 사태로 행정적 징계(문책경고, 3년간 취업금지)를 받은 손 회장이 행정소송을 제기할 경우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경고했다. 이달 5일엔 김주현 금융위원장까지 입을 보탰다. 그는 “소송 논의는 부적절하고, 굉장히 불편하다”고 거들었다.

자기모순(自己矛盾)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발언이다. 지극히 이율배반적(二律背反的)이다. 합리적 의심을 도대체 지울 수가 없다. 공명정대를 외치고 있다는 전제에서 들여다보면 더 그렇다. 주주 의결 없이 최고경영자(이하 CEO)에게 물러날 것을 분명하게 강권(强勸)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치 논란이 반복될 경우엔 금융지주를 비롯해 은행권(우리은행·하나은행·농협은행·기업은행·SC제일은행·대구은행·부산은행·경남은행·광주은행·전북은행 등) 전반에서 자유롭게 경영 의지를 내비칠 CEO는 없다.

우리금융은 주식시장에 상장된 사기업이다. 복잡한 논리로 무장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알고 있는 한 가지 사실이 있다. 사기업은 주주총회를 거치며 CEO의 거취를 결정한다. 소액주주들의 의견이 배제된다는 것과 같은 한계점이 있지만 절차적 공정성이 담보된 과정이다.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다.

왜 금융당국 스스로 관치 논란을 야기하는가. 재신임은 어떤 이유로든 주주들 몫이다. 룰(rule)을 깨기 어렵다고 출발선에 대기 중인 주자(走者)의 발목을 꺾으려 든다면, 누가 심판의 판정에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있는지 되묻고 싶다. 우리금융의 의사결정 과정을 잠자코 지켜보면 된다. 그 후에 건전한 비판을 하면 그 뿐이다. 우리금융의 자정작용(自淨作用)은 아직 살아 있다.

손 회장은 물러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우리금융의 주주 구성을 보면 금융사가 대다수인 과점 형태이기에 금융당국의 눈치를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회장선임을 위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는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된다. 구성원들은 키움증권, 푸본생명, 한국투자증권, 유진PE, IMM PE 등 지분 4% 이상 과점주주들의 추천한 사람들이다. 임추위에서 회장 후보를 선출하고 3월 주총에서 의결 과정을 거친다.

주주들에게 돌아갈 달콤한 과실(果實)은 분명 손 회장을 원한다. 단순 수치로 표현된 순이익은 논할 필요도 없다. 더할 나위 없다.

우리금융의 민영화는 손 회장이 달성한 최대 업적이다. 지난 2021년 12월 우리금융의 최대주주였던 예금보험공사가 지분 9.33%를 민간에 매각하면서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했고, 우리금융은 사실상 민영화를 달성했다. 우리금융이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공적자금 약 12조8,000억원을 수혈한지 23년 만이다. 공적자금 상환율도 96%에 달한다.

손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비필충천(飛必沖天)’을 인용했다. 한번 날면 반드시 하늘 높이 올라간다는 뜻이 담긴 사자성어다. 어려움이 눈앞에 있더라도 굳건한 의지로 헤쳐 나간다면, 크게 도약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작금(昨今)의 어려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겠다는 경영의지를 밝힌 셈이다. 이제 더 이상 우리금융을 흔드는 일이 없어야 한다. 손 회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려는 데 말이다.

단지 안타까운 것은 금융당국이 본연의 역할을 잃어버린 것 같은 기시감(旣視感)이 든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힘’을 업고 능력 있는 CEO를 몰아내지 못해 안간힘을 쓰는 듯하다. 힘을 쓸 여유가 있다면, 스스로의 자정작용 먼저 검사해야 한다. 금감원은 채용비리에 연루된 내부직원을 승진시켜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불과 2년 전 일이다. 금융위 출신 ‘낙하산’ 인사가 철마다 금융권에 가져온 혼란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손 회장은 잠시도 우리금융을 잊은 적 없는 사람이다. 일반 행원부터 시작해 36년간 오롯이 버텨온 그의 세월이 입증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물러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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