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모바일·인터넷뱅킹 이체수수료를 영구적으로 면제하는 정책을 펼치겠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동참해주길 바란다.” 지난달 30일 취임한 한용구 신한은행장이 은행권에 쏘아올린 올해 ‘화두(話頭)’다. 당장의 이익보다 고객을 먼저 생각하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한 행장의 경영철학이 담긴 ‘포스트 신한(新韓)’의 새 메시지다.

이미 지난 1일부터 시중은행 최초로 모바일 앱인 뉴 쏠(New SOL)과 인터넷뱅킹에서 타행 이체 수수료, 타행 자동 이체 수수료를 전액 영구 면제했다. 기존 수수료는 모바일 및 인터넷 뱅킹에서 타행으로 이체할 경우 건당 500원, 타행으로 자동 이체할 경우 건당 300원이다. 기존에는 거래 기준 등 수수료 면제 기준을 충족한 고객만 수수료를 납부하지 않았다.

신한은행의 최근 몇 년간 이체 수수료는 100억원 수준이다. 리딩뱅크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KB국민은행과 순이익 실적을 보면 100억원은 적은 숫자가 아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순이익을 보면 KB국민은행은 2조5,506억원을, 신한은행은 2조5,925억원을 기록했다. 단 419억원으로 1·2위 순위가 결정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 행장의 결단은 결코 쉽지 않은 것이다.

고객과의 동행 그리고 사회적 가치 실현이라는 한 행장의 이번 정책은 은행권(우리은행·하나은행·농협은행·기업은행·SC제일은행·대구은행·부산은행·경남은행·광주은행·전북은행 등)의 ‘뉴 노멀(New Normal)’로 자리매김 해야 한다. 작금(昨今)의 경제 현실은 한마디로 압축해 ‘빚잔치’다. 그래서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정부와 통화당국은 취약 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재정 지출을 늘리고 통화량을 증가시켰다. 그 결과 자산 가격이 폭등했다. 달콤한 과실(果實)은 더 가진 자의 몫으로 돌아갔다. 버블(Bubble)이다. 인플레이션은 유례없이 최고로 상승했고, 한국을 포함한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기준금리를 짧은 기간 가파른 속도로 인상했다. 고금리와 달러 강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미·중 갈등과 같은 소위 ‘신(新)냉전’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험하지 못했던 길을 걸어왔다. 단적으로 가계부채 총량은 논할 필요도 없다. 대출이자 걱정에 서민과 한계기업, 영세 자영업자, 취약차주의 눈물은 마를 길이 없다.

그래서 한 행장이 새 신한은행을 위해 내놓은 ‘고객동행’과 ‘사회환원’이라는 경영철학은 신선하다. 신한은행이 최근 몇 년간 앓았던, 채용비리 사건과 펀드사태는 고객의 믿음을 반대편으로 돌려놓았다. 한 행장의 이번 정책은 향후 100년간 신한은행을 위한 주춧돌이 돼야 한다. 고객과의 동행을 위한 마중물이 되길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장사란 이익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라는 문구가 떠오른다. 거상(巨商)으로 이름을 날렸던 옛 선인(先人)들의 좌우명으로도 유명하다. 당장의 이익을 쫒기보다 멀리보고 함께 가겠다는 한 행장이 밝힌 경영 철학이 다시금 반갑다. 이제 우리도 유수(有數)의 글로벌 금융사들과 경쟁하는 은행 하나쯤 가져볼 때가 됐다. 신한은행이 그 길을 터줄 수 있을지 내심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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