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부터 김혜주 롯데멤버스 대표, 안정은 11번가 대표,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 이정애 LG생활건강 사장, 김동민 위메프 최고제품책임자. ⓒ사진 각 사
▲사진 왼쪽부터 김혜주 롯데멤버스 대표, 안정은 11번가 대표,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 이정애 LG생활건강 사장, 김동민 위메프 최고제품책임자. ⓒ사진 각 사

- 데이터 활용 능력 탁월, 여러 사업부 거치며 다양한 경험 강점

[SRT(에스알 타임스) 박현주 기자] 연말 임원인사를 통해 유통기업 대표에 오른 여성 최고경영자(CEO)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여성 특유의 디테일하고 꼼꼼한 면을 바탕으로 출중한 데이터 활용 능력을 가졌다는 점이다. 또 자사에서든, 이직 하기전 회사에서든 여러 사업부서를 거쳤다는 점도 닮았다. 이같이 다양한 분야 지식 및 경험을 무기 삼아 이른바 '유리천장'을 뚫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멤버스, 11번가, CJ올리브영, LG생활건강, 위메프 등 최근 유통업계 임원 인사에서 여성 임원 선임 바람이 거세게 불고있다.

특히 이들 기업은 소비자 빅데이터 활용이 매우 중요한 기업이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의 임직원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해 소비 패턴을 읽고 상품을 기획하는 등 관련 분야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는 섬세한 빅데이터 운용 능력이 요구되고 있다. 

롯데멤버스의 경우, 최근 김혜주 현 신한은행 상무가 롯데멤버스의 첫 여성 대표로 내정됐다. 금융권에서 유통기업 수장으로 영입된 케이스다.

김 대표는 금융, 제조, 통신 등 여러 회사의 데이터 사업부를 거쳐오면서 풍부한 데이터 분석 경험을 보유한 빅데이터 전문가다. 그간 삼성전자 마케팅팀 CRM담당 부장, KT AI빅데이터융합사업담당 상무를 거쳐 신한금융지주 상무로 빅데이터부문장, 마이데이터유닛장을 겸임했다. 롯데멤버스 수장으로 발탁된 이유다. 

빅데이터 활용 능력이 출중한 만큼 롯데가 보유한 4,000만 고객의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굴하고 디지털 혁신을 이끌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김 대표는 오는 12월 말이나 1월 초 롯데멤버스에 합류할 예정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부임 날짜가 정해지진 않았다"며 "날짜 확정 이후 인수인계 기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1번가는 안정은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신임 대표에 내정됐다. ​

안 대표는 현재 11번가의 운영총괄을 맡고 있다. 그는 야후코리아를 거쳐 네이버 서비스기획팀장, 쿠팡 PO 실장, LF e서비스기획본부장을 역임하며 다양한 기업에서 두루 활동했다. 11번가에는 지난 2018년 신설 법인 출범 시기에 합류했으며 이후 서비스 총괄 기획과 운영을 담당해왔다.

안 대표는 지난해 론칭된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라이브11, 연간 500만건 동영상이 리뷰로 쌓이는 꾹꾹 서비스 등이 모두 안 내정자의 손을 거친 것으로 데이터를 활용한 기획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 대표는 하형일 사장과 함께 내년 초 각자 대표로 공식 취임하게 될 예정으로, 각자 대표 체제인 만큼 안 대표에게 주어진 책임감도 막중하다. 

안 대표는 "11번가만의 장점들을 극대화해 월간활성이용자수 월 1,000만에 달하는 11번가 고객들이 최상의 쇼핑경험을 얻을 수 있도록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J올리브영의 경우, 이선정 경영리더를 대표(CEO)로 내정했다. 이 대표는 1977년생으로 그룹 내 최연소 대표임과 동시에 올리브영 첫 여성 대표다.

이 대표는 15년간 상품기획자(MD)로 근무하고 1년간 MD사업본부장을 역임했다. 이후 올해 영업본부장을 거쳐 약 10개월 만에 대표로 승진했다. 

CJ올리브영은 다수의 MD들이 소비자 및 구매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장 동향을 파악하고 소비자 맞춤 상품을 추천하는 큐레이션 서비스가 매우 중요하다. 즉 얼마나 빅데이터를 잘 읽고 소비 트렌드에 맞춘 최적의 상품을 내놨냐에 따라 매출 실적이 달라진다. 

그동안 이 대표가 MD로서 오랫동안 CJ올리브영에서 일해왔고 화장품 상품 기획력이 뛰어나다는 점이 대표 발탁에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CJ올리브영이 내세우는 옴니채널로의 전환 과정에 있어서도 이 대표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내부 평가가 따른다.

위메프는 토스 출신 김동민 최고제품책임자(CPO)를 영입했다. 

위메프는 빅데이터 운용에 있어 굉장히 민감한 기업체다. 매월마다 소비자 구매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상품을 구성한 상품 기획전을 마련한다.

김 CPO는 삼성전자 모바일사업부와 외국계 증권사 CLSA에서 근무해왔고, PO(Product Owner)로서 초보 투자자들이 쉽게 주식투자에 입문할 수 있는 서비스 전략을 마련해 기획 역량을 높이 평가 받았으며, 데이터 활용 중에서도 특히 주식, 증권 관련 상품 기획력이 출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토스(비바리퍼블리카)에 합류해 토스의 초창기 빠른 성장에 기여했으며, 2018년부터 최근까지 토스증권의 창립멤버이자 이사회 보드멤버로 활약했다. 

LG생활건강은 이정애 사장이 선임됐다. 이 사장은 공채로 입사해 사장에까지 이른 만큼 회사가 처한 대내외적인 상황 전반을 꿰뚫고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이 사장은 1986년 입사해  2011년 생활용품사업부장을 거쳐 2015년 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럭셔리 화장품 사업부장을 맡아 후, 숨, 오휘 등 LG생활건강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의 경쟁력을 크게 끌어 올렸다는 평이다. 2019년부터는 음료 사업을 맡아 최근 소비트렌드에 맞춘 채널 전략으로 코카콜라, 몬스터에너지, 씨그램 등 주요 브랜드들이 지속 성장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이 사장에 대해 "공채 출신이면서도 화장품, 생활용품, 음료에 이르기까지 두루두루 여러 사업부를 거친 만큼 LG생활건강의 대내외 사업 전반에 대해 굉장히 잘 이해하고 계신 분"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지난 7일 취임식에서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소통이라고 생각한다"며 "임원, 부문장, 팀장 등 조직 리더들은 구성원들이 눈치보지 않고 생각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그 얘기를 귀담아 듣는 것부터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2025년부터는 자산 총액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 기업의 'ESG' 공시가 의무화된다. 2030년부터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된다. 여성 임원 비중이 점차 늘어나며 여성 경영진들의 존재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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