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베이
ⓒ픽사베이

- 구글·넷플릭스, 높은 트래픽 점유율에도 '무임승차'

- 망 사용료 의무화 땐 콘텐츠사업 침체 우려 제기도

[SRT(에스알 타임스) 이승규 기자] 콘텐츠 사업자가 통신업체에 데이터 사용량에 대한 값을 지불하는 망 사용료 의무화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망 사용료 의무화 법안에 관한 공청회를 열었지만 찬반 측의 의견 수렴에는 실패했다. 이날 콘텐츠제공사업자(CP)와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 측이 나와 토론을 진행했지만 뾰족한 대안이 나오지는 않았다는 평가다.

양 측의 의견이 팽팽히 대립하면서 법안처리가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망 사용료 의무화 법안은 구글이나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 기업이 통신업체에 돈을 지불하라는 법안이며 외국 기업으로부터 한국 통신사업자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발의됐다. 해외 플랫폼에 사용료를 부과하는 것은 국내가 최초 사례이다.

현재 대부분의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CP들은 통신사에 매년 700억원에 가까운 망 사용료를 내고 있지만 국내 인터넷 트래픽의 상당수를 사용하는 구글과 넷플릭스는 이를 지불하지 않아 '무임승차' 한다는 지적이 잇달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두달간 국내 트래픽 발생량은 구글이 27.1% 차지했으며 넷플릭스와 메타(옛 페이스북)가 각각 7.2%, 3.5%로 그 뒤를 이었다. 국내 CP들의 트래픽을 다 합쳐도 해외 CP의 10분의1도 되지 않는 상황이지만 해외 CP들이 사용량을 따로 지불하지 않는 상황인 것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해외 사업자들이 국내에서 사업을 하는데 망 사용료를 안내고 있다"며 "통신사의 부담이 큰 만큼 이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긴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망 사용료 의무화에 대해 반대를 하는 사람들은 법안이 발의되면 콘텐츠 시장의 침체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 자칫 찬물을 끼얹을까 걱정이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국내 정부가 해외 CP에게 망 사용료를 부과하면 해외 정부도 국내 CP에게 망 사용료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렇게 되면 해외로 진출하는 국내 콘텐츠 사업이 침체될 수도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사용료에 대한 부담이 존재하는 만큼 개인 창작자들한테도 피해가 갈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유튜브는 한국 블로그 게시물을 통해 망 사용료 법 반대 서명 운동에 참여를 촉구하며 망 사용료를 통행료라고 지적했다. 이어 CP는 물론 개인 크리에이터들에게도 불이익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인터넷 트래픽을 독점적으로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 대상인 만큼 개인 창작자들에게는 별 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교수(경영학부)는 "이번 법안은 대형 사업자의 독과점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라며 "소수의 특정 콘텐츠 사업자들 같은 경우에는 트래픽을 독점적으로 이용하지는 않기 때문에 별 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 교수는 "소수의 특정 콘텐츠 제공 사업자가 과도하게 망을 점유하는 것에 대한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한다"면서도 "만약 수수료를 이동통신사의 이익으로만 소비자들의 편의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망 사용료에 대한 의무화를 제한적으로 부과해 소비자의 후생에 기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