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뉴스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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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안정자금조달비율’ 하락세

- “중장기유동성 확보 위한 전략 필요”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채권시장에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은행을 통한 대출 실행에 나서면서 시중은행들의 중장기 유동성비율이 악화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은행들이 은행채 발행을 늘리면서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는데, 중·장기 채권 발행이 늘어나면 자연스레 조달비용을 감안해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주요 대출금리 상승으로 인한 취약차주들의 이자부담이 늘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의 평균 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은 106.62%로, 지난해 같은 기간(110.34%)보다 3.73%포인트 하락했다.

해당지표는 중장기유동성비율이라고도 불린다. 1년 내 이탈 가능성이 낮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금 총액을 은행이 필요로 하는 자금 총액으로 나눠 계산하는데 100%가 넘어야 안정성을 인정받는다. 금융당국의 권고치는 100% 이상이다. 다시 말해 은행이 안정자금이 필요한 경우에서 얼마만큼 자체적으로 자금을 사용할 수 있는지를 의미한다. 해당지표의 하락은 현 시점에서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이 줄었다는 의미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이 109.84%로 전년 동기보다 6.22%포인트 하락하며,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하나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은 각각 103.73%, 106.90%, 105.99%로 같은 기간 3.52%포인트, 3.10%포인트, 2.07%포인트 감소했다.

◆ 기업대출 증가, 불가피한 하락?

금융권에선 NSFR이 하락한 이유로 기업대출 증가를 원인으로 꼽핬다. 시중은행의 평균 안정자금가용금액은 올 2분기까지 273조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81% 증가했다. 소매예금·중소기업 고객으로부터 조달한 예금, CD 발행, 은행채 발행 증가 등에 따라 늘어난 액수다.

반면, 평균 안정자금조달필요금액은 255조원으로, 같은 기간 증가세가 9.55%로 더 가팔랐다.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한 기업들이 은행대출을 크게 늘리면서 해당수치가 늘어난 것이다.

산식상 사용할 수 있는 자금 총액을 은행이 필요로 하는 자금 총액으로 나눠 계산하기 때문에 NSFR이 하락 한 것인데, 결국 기업대출 증가에 따른 비율 하락을 추정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대외 여건이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긴축 강화로 달러강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19 연착륙 과정에서의 혼란 등으로 기업들의 자금 조달 여건이 나빠지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하반기까지 기업대출 증가폭을 줄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쏟아진다. 은행입장에선 쉽게 가용할 수 있는 저원가성 예금이 줄고 있기 때문에 대안으로 은행채 발행을 늘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요구불예금 잔액은 660조원으로, 전월 대비 14조원 감소했다.

◆ 유동성 관리 차원, 은행채 발행 급증

은행들은 중장기유동성비율을 관리하고자, 예·적금 금리인상 움직임과 함께 올해 3분기 들어서 은행채 발행 규모도 크게 늘리고 있다.

국내 은행권(특수은행 포함)이 올해 7월부터 전일까지 발행한 은행채는 총 52조2,2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6조7,301억원)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금리가 올라가면 조달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기업은 지금 수익성도 정체돼 있는데 이자비용 부담이 증가하게 돼서 시장금리가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채권발행이 기업들 입장에서는 쉽지만은 않다”면서 “(기업들이) 간접자금 조달 방식으로 기업대출을 실행하는데 은행 입장에서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으니 은행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에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2분기부터 은행권에서 요구불예금, 저축·기업자유예금 등 저원가 고유동성 자금이 순유출로 전환되기 시작했고 3분기에는 속도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면서 “저원가성예금 축소는 재원 마련을 위한 은행채 발행 압력으로, 은행채와 은행채 하위 등급의 금융채에는 스프레드(가산금리) 상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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