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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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T(에스알 타임스) 최형호 기자]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시기와 규모 등이 28일 오후 7시께 결정될 전망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날 세종시 중기부 청사에서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를 열고 관련 심의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선 현대차그룹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앞서 중기부는 지난달 17일 중기부는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를 통해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에서 제외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의 중고차 판매 시장 진출 자체는 결정됐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지난 1월 중고차 업계는 현대차그룹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대해 사업조정 심의를 신청했다. 이날 중기부는 현대차그룹의 사업 개시 시기와 규모 등을 결정할 전망이다.

중고차 업계는 발끈하고 나섰다. 단식투쟁을 통해 현대차그룹의 중고차시장 진출을 막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미지정 후속 조치인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 결정을 앞두고, 중소벤처기업부 앞에서 임영빈 회장과 시·도조합장이 28일부터 릴레이 단식에 돌입한다.

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측은 "중기부가 소임을 다하기 위해선 생계형 적합업종 미지정 결정 후 소상공인의 마지막 보루인 현대기아차에 대한 사업 조정 과정에서 약자의 편에 서야 한다"며 "더 이상 중기부가 직무유기를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영빈 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장은 "소상공인을 보호해야 할 중기부가 대기업의 눈치를 보고 있는 작금의 행태에 개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중소벤처기업부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에 진입하면 사실상 독점구조가 형성돼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업계에선 현대차 중고차 시장 진출의 최대 수혜기업으로 현대글로비스를 꼽았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분 19.99%를 가진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재편 관련 핵심 회사로 평가 받는게 이유다. 

정 회장의 원활한 승계를 위해선 현대글로비스 가치 증대가 필요하고, 이를 위한 글로비스 역할 늘리기가 이뤄지고 있다는 게 한국연합회 측 주장이다. 

한국연합회 관계자는 "현대차 중고차 시장 진출 이면에는 독점적 우월적 시장 지배력을 가진 그들의 이익만을 위한 시장으로 변질돼 결국 소비자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미국 중고차 시장의 경우 생산자들은 실익이 큰 고급차 중심으로 판매를 하는데, 현대차의 경우 중고차 시장에 진입하면 사실상 독점구조가 형성돼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순수하게 중고차 시장에 진입하려면 (정 회장) 승계문제와 결부되지 않게 진행해야 하고, 기존 중고차 시장 사람들에게 현대차 지분을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

반면 소비자, 시민단체는 완성차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반기는 분위기다.

중고차 시장은 그간 허위매물, 주행거리 조작 등 소비자 현혹이 많았던 업종인 만큼 완성차 업체들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 이런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소비자와 시민단체는 기대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지난해 11월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중고차 매매시장에 대한 소비자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0.5%가  중고차 시장을 혼탁하다고 봤다. 

허위매물, 주행거리 조작 등으로 불투명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도 지난 4월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79.9%가 현재 중고차 시장은 혼탁·낙후돼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소비자가 완성차 업체들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원하는 가장 큰 이유로 신뢰도 높은 정비·점검과 보증 서비스다. 중소 중고차 업체를 통해 차량을 구매할 때보다 가격은 비싸겠지만 잠재 위험을 고려하면 인증 중고차를 선택한다는 게 다수의 소비자 의견이다.

중고차 시장 진출로 성공한 사례는 이미 수입차 업체에서 증명됐다. 2005년 BMW, 2011년 중고차 시장에 진출한 메르세데스-벤츠는  차량 성능 점검, 무상 보증 등을 통해 소비자 불안감을 해소했다. 

수입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 효과는 매출 상승으로 까지 이어지고 있다. 수입차 점유율을 판매대수 기준으로 18%, 금액으로는 32%로 성장했다. 중고차 시장 점유율도 매년 1%씩 증가해 14% 수준으로 늘었다.

또한 중고차 시장에는 엔카, 케이카 등 대기업 기반 매매 플랫폼이 들어온 상태에서 정작 완성차가 못 들어오는 것은 또다른 역차별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 기존 중고차 업체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없어지는 리프레쉬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이미 대기업 기반 중고차 매매 플랫폼인 엔카, 케이카 등은 중고차 시장에 진압했는데, 정작 완성차가 못 들어오게 하는 것은 또다른 역차별"이라고 했다.

이어 "완성차 업체의 연도별 시장점유율 상한을 2021년 3%, 2022년 5%, 2023년 7%, 2024년 10%로 정하고,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중고차협회(검증기관)를 설립해 대기업들의 중고차 시장 질서를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등을 관리 감독한다면 현재의 독점 논란은 사그라질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그룹 또한 지난 3월  중고차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와 신뢰 제고, 중고차 매매업계와의 상생을 목표로 하는 고객 중심의 중고차사업 방향을 공개했다.

기존 중고차 매매업계와 함께 성장하면서 국내 중고차시장의 양적·질적 성장에 기여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체적인 중고차 품질과 성능 수준을 향상시켜 시장 신뢰를 높이고, 중고차산업이 매매업 중심에서 벗어나 산업의 외연이 확장될 수 있도록 기존 중고차업계와 다양한 협력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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