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트렌드를 관찰한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2021년 트렌드에 대해 설명하는 간담회에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4년 출생)의 소비에 주목할 것을 강조했다. 실제로 올해 유통가의 출시품, 광고, 이벤트 등 사업 전반에서 MZ세대가 주요 타겟층이자 소비 주축으로 자리했다. 현재 MZ세대의 소비트렌드는 무엇인지, 또 이들로 인해 유통가의 전략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살펴봤다. [편집자 주] 

[SRT(에스알 타임스) 박은영 기자] MZ세대는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소비하는 ‘가치소비’ 성향이 강하다. 친환경, 비건(채식주의), 사회공헌 등 선한 영향력이 뒷받침 되는 소비생활을 하고자 한다. 

뷰티 업계는 최근 지속가능한 경영 일환으로 친환경 성분과 포장, 100% 동물 실험 배제 등 지구와 환경을 생각한 ‘클린뷰티’ 트렌드 잡기에 나섰다. 주요 소비층인 MZ세대가 기성세대와 달리 ▲성분 ▲생산과정 ▲포장재까지 환경과 안전성을 고려해 상품을 소비하는 영향이다.

실제로 지난해 올리브영이 여성 2,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같은 가격일 때 구매에 크게 작용하는 화장품 요소 1·2위로 전성분(71.1%), 친환경적 생산(48.3%)이 꼽혔다.

▲아모레퍼시픽의 클린뷰티 브랜드 '이너프프로젝트' 제품 라인업. ⓒ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의 클린뷰티 브랜드 '이너프프로젝트' 제품 라인업. ⓒ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 플라스틱 줄이고 재활용성 높여…'이너프 프로젝트'로 "본질에 충실"

아모레퍼시픽은 내년까지 약 700t의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고 재활용성을 높인 ‘레스 플라스틱 캠페인’을 진행한다. 다 쓴 화장품 용기를 재활용 할 수 있도록 메탈프리(Metal-free) 펌프를 적용하거나 쉽게 탈착 가능한 라벨을 부착한 제품 출시를 늘렸다.

펌프를 사용하는 제품의 경우 겉면이 플라스틱 소재로 흔히 플라스틱 재활용에 분류해 버리지만 펌프 내부에는 스프링 철이 들어있어 분류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옥수수, 사탕수수 등 식물 유래 원료나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포장재로 제작하는 재생플라스틱 사용도 확대했다. 지난 2019년 기준 아모레퍼시픽은 미쟝센 26개, 해피바스 21개, 이니스프리 25개 등 83개 품목에 식물유래 플라스틱을 사용했다.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 ‘이너프 프로젝트’는 ‘본질에 충실하고 모두에게 충분한’을 강조하는 클린뷰티 브랜드다.

이너프 프로젝트는 세 가지 가치를 추구한다.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 연령에 관계없이 바르기 좋은 텍스쳐,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어울리는 디자인 추구 등이다. 제품별로 천연 성분을 사용하며 제품을 화려하게 포장하기 보다는 본질에 충실한 디자인으로 선보이고 있다. 동물실험도 하지 않는다.

이너프 프로젝트 수분크림 100ml의 경우 ‘바쿠치올’과 ‘베타-히알루론산’이 주요 성분이다. 두 성분 모두 안정화된 성분으로 어느때나 사용 가능하다. 베타-히알루론산은 자이언트 히알루론산, 마이크로 히알루론산, 베타-글루칸 등이 원료다.

▲LG생활건강이 에코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인 '플리츠 마마'와 협업 출시한 빌리프 '더 트루 크림 – 아쿠아 밤 점보' 제품. ⓒLG생활건강
▲LG생활건강이 에코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인 '플리츠 마마'와 협업 출시한 빌리프 '더 트루 크림 – 아쿠아 밤 점보' 제품. ⓒLG생활건강

◆LG생활건강, 개발부터 포장까지…브랜드 '빌리프'의 '정직함' 강조 

LG생활건강 또한 ‘최고의 지속가능한 일용소비재(FMCG) 기업’을 목표로 시대가 요구하는 ESG 활동에 나서고 있다. 국제사회 해결 과제인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UN SDGs) 달성에도 기여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ESG 경영의 한 축인 지속가능한 친환경 포장을 구현하기 위해 ‘그린제품 심의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환경안전부문에서 전체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소비자안심센터장을 위원장으로 ▲디자인 ▲포장연구 ▲구매 ▲사업부 ▲제품기획 부서 구성이다.

그린제품 심의협의회는 제품 개발단계부터 환경을 고려한 포장재를 개발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그린패키징 가이드’를 시행한다. 그린패키징 가이드는 포장재의 재질, 재활용성 등울 정량적으로 평가해 신제품 출시 전 제품의 친환경성을 평가하는 LG생활건강의 평가 척도다.

LG생활건강도 브랜드 ‘빌리프(belif)'를 통해 클린뷰티를 실천 중이다. 빌리프는 브랜드 철학으로 ▲꾸미지 않는다(Real) ▲과하지 않다(Simple) ▲진실하다(Sincere)를 설정했다.

먼저 화장품 본질과 성분에 충실해 불필요한 겉포장과 광고 등을 최소화하고 허브 성분을 담아 제품을 생산한다. 또 피부 안전에 유해한 화학 요소를 없애고 핵심 천연성분만 사용하고자 노력한다고 밝혔다. 화장품의 기능성, 효능은 부풀리지 않고 정직하게 전달할 것 또한 철학으로 삼고 있다.

빌리프의 수분크림 제품인 ‘더 트루 크림-아쿠아 밤 알로에 에디션’을 살펴보면, ▲광물유 ▲합성향 ▲합성 유기색소 ▲동물유래 성분이 제외됐다. 주요 성분으로는 ‘알로에 베라’와 ‘레이디스 맨틀’ 두 가지 허브 성분이 사용됐다.

▲재활용이 어렵다고 평가된 화장품 용기가 가득 쏟아지고 있다. ⓒ 녹색연합
▲재활용이 어렵다고 평가된 화장품 용기가 가득 쏟아지고 있다. ⓒ 녹색연합

반쪽 짜리 친환경?…완전한 '클린뷰티' 위한 고민 필요

뷰티업계가 지속가능한 경영과 ESG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 친환경 제품 출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화장품 용기 쓰레기 문제에서는 아직 자유롭지 못한 모습이다. 

지난달 3일 녹색연대 화장품어택시민행동 단체는 아모레퍼시픽 본사 앞에서 화장품 용기 90%가 재활용 어려움으로 평가된다며 현재 화장품 용기 재활용 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녹색연대는 지난 2020년 12월부터 화장품 용기 재활용 어려움 등급 표기 면제에 대한 개선을 촉구해왔다. 환경부가 재활용 문제 개선을 위해 마련한 '포장재 재질 및 구조 등급 표시' 제도가 도입됐으나 화장품 용기에만 '재활용 어려움' 표시가 면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등급 표시 제도에 의하면 제품 포장재 표면 한 곳 이상에 ▲재활용 최우수 ▲재활용 우수 ▲재활용 보통 ▲재활용 어려움 중 1가지가 표기돼야한다. '재활용 어려움' 포장재의 경우는 표기가 의무다. 기존 화장품 용기 중 플라스틱 사용비율은 58.6%로 높아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률도 높은 데 더해 ▲첨가제 ▲복합재질 ▲내용물 잔존 등을 이유로 재활용이 어렵다.   

결국 화장품 용기 '재활용 어려움' 등급 표기 면제에 대한 반발이 커지자 환경부는 올해 3월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표시 기준’을 변경했다. '재활용 어려움' 등급 화장품 용기를 10% 이상 역회수 할 시 표시를 면해주도록 하는 협약은 중단되었고 역회수률이 2025년까지 30%, 2030년까지 70%를 충족할 경우로 목표가 상향조정됐다. 

현재 녹색연대는 재활용보다 재사용이 가능한 용기 사용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재활용이 어려운 화장품 용기는 별도로 회수해도 질 좋은 재활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녹색연대 관계자는 "화장품 내용물이 천연유래 성분이라 해도 분리배출을 할 때 잔재물이 남아있으면 무용지물이고 유색 플라스틱의 문제도 심각하다"며 "환경부는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 표시’ 정책의 목표를 점검해 조건부 면제 조항은 삭제해야 하며 용기 회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세부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궁극적으로는 재활용보다 재사용이 가능한 용기 사용을 해야하는데 리필스테이션이 많이 늘었지만 전국 70여개 수준이고 대부분 소규모"라며 "아울러 다양한 화장품 용기의 복합재질 포장재를 어떻게 단일재질로 바꿀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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