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서초 사옥. ⓒ삼성전자
▲삼성 서초 사옥. ⓒ삼성전자

- 法, “삼성 준법감시제도, 양형 조건 참작 적절치 않아”

- ‘리더십’ 부재 삼성, 반도체·5G·AI 등 투자 차질 불가피

[SR(에스알)타임스 김수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삼성은 물론 재계가 큰 혼란에 빠졌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는 18일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을 열고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 부회장은 구속을 앞두고 “할말이 없다”고 답했다. 불구속 재판을 받아오던 이 부회장은 이날 법정 구속됐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과 삼성의 진정성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양형 조건으로 참작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실형 선고 및 법정 구속에 불가피 하다”고 판결의 이유를 들었다.

삼성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조직에 대한 준법 감시 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고, 준법감시위와 협약을 체결한 7개사 이외에서 위법 행위가 발생할 경우 감시 체계가 확립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자금 횡령 부문은 거대 권력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청탁을 거절하기 어려웠다는 측면, 업무상 횡령 피해액 전부가 회복된 점 등이 정상 참작됐다.

이 부회장이 파기환송심 판결에 불복하고 대법원에 재상고 할 수도 있다. 다만 이미 한 차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을 거친 만큼 판결이 달라지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 관련 재판도 치뤄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판결에 따라 이 부회장은 2018년 2월 5일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석방된 지 1078일 만에 재구속 됐다. 재계에서는 코로나19發 유례없는 글로벌 위기 상황에서 국내 재계 서열 1위인 삼성 총수의 부재가 미칠 악영향에 대해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당장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고 반도체, 모바일, AI, 5G 등 신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리더십 부재로 인해 자칫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과거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이후 일반적인 경영은 CEO의 판단으로 가능하지만, 그룹 차원의 대규모 투자 등은 이 부회장 없이 결정하기 어렵게 됐다는 후문이다. 다시 말해 삼성 ‘리더십’의 부재는 곧 ‘대규모 투자’의 부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약 36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29.5% 증가한 규모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위기 속 진짜 실력’을 발휘했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이 부회장의 리더십 공백으로 인해 향후 경영 실적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신규 투자 부문도 마찬가지다.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1위를 달성하기 위한 ‘반도체 비전 2030’도 빨간불이 켜졌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고 총 133조원을 투자, 관련 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부동의 1위 TSMC와 경쟁을 해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4분기 시장 점유율 기준으로 TSMC 55.6%, 삼성전자 16.4%로 다소 격차가 벌어져 있다. 점유율 차이를 좁히기 위해선 무엇보다 투자가 중요한 시점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비메모리 분야는 미국의 그래픽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ARM 인수 발표, SK하이닉스의 인텔의 메무리 사업부 인수 등 활발한 M&A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모바일, 통신 분야에서는 세계 1위였던 중국의 화웨이가 미중무역분쟁으로 인해 주춤거리고 있다. 업계에선 삼성이 화웨이의 수요 부문을 일부 충당하고, 선두로 도약할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으나, 이마저도 녹록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입장문을 내고 “삼성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 등을 고려할 때, 이번 판결로 인한 삼성의 경영활동 위축은 개별기업을 넘어 한국경제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 부회장의 변호를 맡은 이인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이 사건의 본질은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으로, 기업이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당한 본질을 고려할 때 재판부의 판단은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재상고 여부에 대해서는 판결문을 검토한 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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