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5대 은행의 달러화 예금 잔액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7월에만 원화로 2조원 이상 불었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세계 경기가 흔들리고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대표적 안전자산인 달러화를 사들여 은행에 쌓아두고 있는 것이다. ⓒKB국민은행
▲시중 5대 은행의 달러화 예금 잔액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7월에만 원화로 2조원 이상 불었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세계 경기가 흔들리고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대표적 안전자산인 달러화를 사들여 은행에 쌓아두고 있는 것이다. ⓒKB국민은행

- 안전자산 선호심리…“환율 상관없이 매수 수요 증가”

[SR(에스알)타임스 전근홍 기자] 시중 5대 은행의 달러화 예금 잔액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7월에만 원화로 2조원 이상 불었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세계 경기가 흔들리고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대표적 안전자산인 달러화를 사들여 은행에 쌓아두고 있는 것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7월 말 기준 달러화 예금 잔액은 457억6,4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455억3,100만 달러와 비교하면 4.4%(20억3,300만 달러) 증가한 액수다. 원화 기준으로 보면 지난달에만 2조4,080억 원 규모가 늘어난 셈이다.

월별 기준으로도 지난 2월 이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월 말 368억2,200만 달러였던 이들 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3월 433억7,400만 달러로 늘었고 4월에는 442억200만 달러까지 확대됐다.

이처럼 달러예금에 돈이 몰리는 것은 달러 자체의 가치 때문이다. 국제 기축통화인 달러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불확실성이 클수록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인다.

금리만 놓고 보면 달러 정기예금은 다른 상품과 다름없이 연 1%도 채 되지 않지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글로벌 경기가 침체되고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안전자산인 달러화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환차익을 기대하고 돈이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더구나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시기에는 차익 실현을 하는 달러 매도가 늘어나는 게 일반적이지만,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워낙 크다 보니 단기적 환율과 변동과 크게 상관없이 달러 매수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단 분석이다. 또한 초저금리 시대와 정부의 부동산 대책 등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갈 곳을 잃은 부동자금이 달러예금으로 들어온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2020년 6월 중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을 보면 거주자외화예금은 845억3,000만 달러로 전달인 5월 말(809억2,000만 달러)보다 36억1,000만 달러 증가했다. 이는 2012년 6월 거주자 외화예금 통계가 작성된 이래 가장 많은 수준이다. 특히 달러화예금은 734억6,000만 달러로 전월과 비교해 35억4000만 달러나 늘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올 초부터 한국 증시 상황이 불안하다 보니 원화보다는 일단 달러로 갖고 있자는 붐이 일었다”며 “달러 예금은 미국 국채나 회사채에 투자하기 위한 대기 자금의 성격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변동성이 강할 때에는 매수·매도의 타이밍이 딱히 없기 때문에 환율과 크게 상관없이 달러 매수 수요는 꾸준히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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