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전경 ⓒ농협중앙회
▲농협중앙회 전경 ⓒ농협중앙회

- 지난해 말 조정이하여신 4조3,098억 원

- “농협중앙회 차원 지도 지원 유명무실” 지적

[SR(에스알)타임스 전근홍 기자] 농협중앙회 산하 지역 농협들의 부실채권이 1년 새 1조원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농협은 조합원이 출자해 만든 관계형 서민금융기관으로 조합원과 준조합원의 복리증진을 위해 신용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금융권에선 부실규모가 급증한 배경을 두고 적절한 대출심사가 이뤄진 것인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확산이 금융시장에 미칠 여파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건전성 관리에 농협중앙회의 보수적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대목이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농협중앙회 산하 1118개 지역·품목조합들이 보유한 고정이하여신은 지난해 말 기준 총 4조3,098억 원으로 전년 말(2조9,547억 원) 대비 45.9%(1조3,551억 원)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고정이하여신은 은행이 내준 여신에서 3개월 이상 연체된 부분을 가리키는 말이다. 대출 자산은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의 다섯 단계로 나누는데 이중 고정과 회수의문, 추정손실에 해당하는 고정이하여신을 금융사들은 통상 부실 채권으로 분류하고 있다.

조합별 부실대출 액수를 보면 10억 원 이상 보유한 곳만 전체 조합 중 절반이 넘는 558곳으로 조사됐다. 이어 100억 원 이상의 대규모 고정이하여신을 끼고 있는 농협 조합도 116 곳에 달했다.

가장 많은 부실대출을 보유한 곳은 영등포농협으로 고정이하여신 액수는 1,083억 원에 달했다. 이들의 경우 전년 말(574억 원)에 비해 88.8%(509억 원)나 부실대출이 늘었다.

뒤를 이어 10곳의 지역 농협이 300억 원 이상 부실 대출을 보유하고 있었다. 남서울농협(472억 원)·평택농협(441억 원)·서울축산농협(434억 원)·군포농협(407억 원)·서부산농협(360억 원)·강서농협(347억 원)·대구축산농협(340억 원)·반월농협(328억 원)·서서울농협(325억 원) 등이다.

상대적 비교를 위해 총 대출액 대비 고정이하여신 비중을 보면 전체 지역농협의 부실 대출 수준은 타 금융권에 비해 심각한 편에 속했다. 은행은 물론 일부 우량 캐피탈사와 비교해 봐도 농협 조합의 대출에서 부실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지난해 말 전체 조합들의 총 여신에서 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1.69%였다. 국내 은행들의 해당 비율은 0.77%로 농협 조합들보다 0.92%포인트 낮았다.

대출 대비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가장 높은 농협 조합은 천운농협으로 11.6%에 달했다. 이밖에 우성농협(9.3%)·탄천농협(9.0%)·광활농협(8.8%)·면천농협(8.7%)·직지농협(8.1%)등이 고정이하여신 비율 상위 농협 조합에 이름을 올렸다.

이렇듯 부실채권 비율이 높은 것은 지역사회와 강하게 유착돼 특혜대출을 감행하는 경우가 한 이유로 꼽힌다. 이 때문에 자성의 노력이 필요하단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서화성·강서·진주남부·대구경북양돈·내수 등 농협 조합 소속 전·현직 임직원 총 50명은 농협 조합 내 임직원이나 특정 고객에게 정해진 한도를 넘는 대출을 시행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정 차주에게 본인이나 제 3자 명의를 이용, 규정 상 정해진 상한액을 벗어나 부정적 방법으로 대출을 내줬던 것으로 드러났다.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한 A후보의 경우에도 동일한도 대출규정을 어겨 사정당국에 고발되는 등 특혜시비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체 조합 수가 1,118개에 달하지만 자산규모가 10억 원도 안 되는 작은 규모의 조합도 많은 상황에서 지난해 말 기준 전년 대비 50%에 달하는 부실채권이 늘었단 것은 중앙회 차원의 ‘지도’ 지원이 유명무실 하단 것을 방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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