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전자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에서 LG전자 직원이 8K TV 제품들의 해상도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
▲1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전자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에서 LG전자 직원이 8K TV 제품들의 해상도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

[SR(에스알)타임스 김수민 기자] LG전자와 삼성전자가 8K TV 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글로벌 8K TV 시장이 태동하는 상황에서, 이번 기술 경쟁을 통해 양사의 향후 사업 전망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논쟁의 주 골자는 QLED TV의 기술성, 8K 화질을 평가하기 위한 측정 방법의 공신력이다.

LG전자는 17일 서울 여의도 LG전자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사의 올레드 TV와 8K 화질에 대해 설명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LG전자의 간담회 직후 서울R&D캠퍼스에서 ‘8K 화질 설명회’를 열고 반격에 나섰다. LG전자와 삼성전자의 8K TV와 관련된 3가지 쟁점을 분석해봤다.

쟁점1. 삼성 QLED TV 기술성 논란
LG, “삼성 TV는 LCD일뿐” VS 삼성, “글로벌 점유율이 기술력 입증”

LG전자와 삼성전자의 TV는 각각 OLED와 QLED 진영으로 나뉘어 글로벌 대형 TV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양사의 제품은 화질, 점유율 등 그간 지속적인 쟁점이 많았다. 이날 LG전자는 삼성 QLED TV의 베이스는 LCD TV로 자사 OLED TV의 기술력과는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QLED 기술은 ‘양자점발광다이오드’ 기술로 별도의 광원이 필요하지 않은 자발광 기술이다. 아직까지 효율성, 양산 등 과제가 남아 미완성된 기술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QLED TV는 완전한 QLED TV는 아니다. QLED TV는 LCD 패널과 백라이트 유닛 사이에 퀀텀닷 필름을 추가해 색재현율을 높인 제품으로 QD-LCD(퀀텀닷 LCD)로 불린다. 엄밀히 말하면 LCD를 기반으로 하는 기술인 셈이다. 이에 LG전자는 자사의 OLED는 백라이트가 필요 없는 자체 발광 기술로 삼성전자의 QLED와는 엄연히 다른 기술이라며,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QLED TV는 퀀텀닷 입자를 활용한 디스플레이로 컬러 표현율을 극대화한 제품이라고 설명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OLED, QLED 각각의 화질 특성 차이가 있겠지만, QLED는 글로벌 화질 평가 기관에서 가장 진보된 기술이라고 평가받고 있으며, 점유율과 판매량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7일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서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상무가 QLED TV와 OLED TV의 화질 차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7일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서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상무가 QLED TV와 OLED TV의 화질 차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쟁점2. 화질선명도(CM) 논쟁
LG, “삼성, 진정한 8K 아니다” VS 삼성, “화질선명도(CM) 중요치 않다”

지난 9~12일 독일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9에서 8K 화질을 두고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당시 이정석 LG전자 HE마케팅커뮤니케이션담당(상무)는 ”LG 나노셀 8K TV의 화질 선명도는 90%인 반면, 삼성 QLED 8K TV의 화질 선명도는 12%로 나왔다”며 “픽셀 수(7680×4320)에서는 8K가 맞지만 해상도 기준으로는 진짜 8K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LG전자는 국내 온에어 광고에서 QLED를 직접 언급하며, 자사의 OLED를 따라올 수 없다는 광고도 상영한 바 있다. LG전자가 국내외 공개적으로 삼성의 제품을 직접 거론하며 비판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행보다.

이날 LG전자는 당시 논란이 됐던 8K 화질에 대한 논쟁을 이어갔다. LG전자는 “해상도는 사람의 눈으로 어느 정도 뚜렷하게 구분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개념”이라며 “물리적인 화소가 아니라 시청자 관점에서 얼마나 선명한가를 규정한 지표”라고 말했다. 픽셀 수에서는 8K가 맞지만 선명도에서 부족한 삼성 8K TV를 겨냥한 말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 LG전자는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를 인용했다. ICDM에 따르면 해상도는 화소 수와 구분되어야 하고, 화소 수는 물론, 화질선명도 요건을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 ICDM은 해상도를 판단하는 측정 기준으로 ‘화질선명도’ 값을 정의하고, ‘화질선명도’ 50% 이상을 해상도 충족 조건으로 명시하고 있다.

LG전자는 유독 삼성전자의 2019년형 8K 제품에서 CM이 떨어졌다는 점에서도 의구심을 제기했다. LG전자는 “삼성 8K 제품의 가로 부분에서 50%의 선명도를 만족하지 못했다”며 “넓은 시야각을 확보하기 위해 CM이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CM이 화질평가의 중요한 척도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8K 화질은 화소수 뿐만 아니라 밝기, 컬러 볼륨 등의 광학적 요소와 영상처리 기술 등 다양한 시스템적 요소를 고려해 평가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상무는 “2016년도에는 물리적인 픽셀 수가 만족되지 않아도(3K여도) CM만으로 4K로 평가되곤 했다”며 “지금은 물리적인 화소수가 8K가 충족이 됐기 때문에 CM에 대한 얘기는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이어 “CM은 1927년에 발표된 개념으로 물리적으로 화소수를 세기 어려운 디스플레이나 흑백 TV의 해상도 평가를 위해 사용되었던 것으로 초고해상도 컬러 디스플레이의 평가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2018년형 제품에 비해 2019년형 제품이 유독 CM이 낮은 것에 대해 용 상무는 “시야각은 화면의 화질을 평가할 때 중요한 요소중 하나로 이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한 것은 맞다”면서도 “CM값을 훼손시키고 시야각을 확보했다는 것에는 기술적인 연관성이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쟁점3. ICDM 측정 기관의 공신력
양사 모두 공신력은 인정, 다만 해석의 차이 있어

ICDM은 1962년 설립된 디스플레이 업계 최고 전문기구인 SID 산하 위원회로, 디스플레이 관련 ‘성능측정 및 방법’ 등에 대한 기준을 제공하고 있다. LG전자를 비롯해 삼성전자, 샤프 등 글로벌 TV 업체들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ICDM이 디스플레이 화질 측정방법을 만드는 공신력 있는 기관이라는 데 동의한다. 

쟁점은 지난 2014년 RGBW 방식의 디스플레이 패널의 해상도를 두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치열한 공방을 벌인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4K TV 시장에서 CM이 화질 평가의 중요한 요소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후 8K 시장에 접어들면서 CM은 최신 디스플레이에 적용하기에는 불완전한 평가 방법이 됐고, 이후의 해석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입장이 갈리고 있다. 

LG전자는 4K나 8K나 기본적으로 픽셀값 구조가 똑같기 때문에 기존의 방식에서 좀 더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한 도구(측정)들이 수행되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때문에 기존에 중요했던 CM값은 여전히 화질 평가에 중요한 척도이며, 이를 만족하지 못하는 삼성전자의 8K TV는 온전한 8K가 아니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CM은 2016년 논의됐던 척도로, 최신 디스플레이에 적용하기에는 불완전하며 새로운 평가 방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기존의 가이드는 픽셀수는 3K지만 선명도가 높으면 4K가 될 수 있는 잘못된 측정방법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글로벌 화질평가 유수기관에서 정성평가 정량평가 등 호평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ICDM 논의는 지속적으로 이어져오고 있으며 250여 명의 전문가들이 8K 화질의 측정 방법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측정 방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거나 8K 화질의 우수성을 입증할 척도 등에 대해 논의가 거듭되며서 과도기적인 8K TV 시장의 정의를 재정립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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