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RT(에스알 타임스) 전지선 기자] 국내 증시가 미국발 인공지능(AI) 고평가 논란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적 기조 강화, 원·달러 환율 재급등이 동시에 겹치며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코스피는 장중 다시 4,000선 아래로 내려앉았고, 환율은 1,460원을 돌파해 금융시장 전반의 위험 회피 심리가 뚜렷하게 확대되는 모습이다.
18일 오후 3시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30.50포인트(3.19%) 하락한 ,959.65를 기록 중이다. 지수가 장중 4,000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10일 이후 7거래일 만이다. 이날 지수는 4,044.47로 출발했지만 이내 상승 동력이 약화되며 초반 반등 수준을 모두 반납했고, 외국인(4,287억 원)과 기관(6,182억 원)의 대규모 매도가 낙폭을 키웠다. 반대로 개인은 1조 437억 원을 순매수하며 하락장에서 매수 우위를 보였다.
투자심리를 짓누른 요인으로는 이번 주 예정된 엔비디아 실적 발표와 연준 위원들의 잇단 발언이 꼽힌다. 특히 미국 내에서 AI 관련 성장 기대가 과열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커지면서, 기술주 전반에 대한 경계가 강화된 점도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쳤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실적과 주요 경제지표를 앞두고 시장이 뚜렷한 상승 재료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금리 인하 지연 우려와 AI 고평가 논란이 단기적으로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진단했다.
환율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급등 흐름을 보였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5원 오른 1,463.0원에 개장하며 다시 1,460원대를 넘어섰다. 이는 연준의 매파적 발언으로 12월 금리 인하 기대감이 크게 낮아진 영향이 크다.
전날 필립 제퍼슨 연준 부의장은 "통화정책은 중립 금리에 가까워졌지만, 금리 인하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시장의 기대를 낮췄다. 같은 날 발표된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11월 제조업지수는 18.7로 전망치를 크게 상회하며 금리 동결 가능성을 강화했고, 이에 따라 달러인덱스는 99.45포인트까지 상승했다.
일본발 통화 약세도 원화에 부담을 줬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 회담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본이 확장적 재정정책과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커졌고, 달러·엔 환율은 155.26엔까지 오르며 엔화는 다시 약세 압력이 강해졌다. 엔저가 연장될 경우 상대적 원화 약세가 더욱 부각되는 만큼, 국내 시장에는 추가적인 환율 변동성 요인이 되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연준의 매파적 신호와 역내 달러 실수요가 동시에 늘어나며 원화 약세 압력이 커진 상황”이라면서도 “정부의 구두개입 가능성과 수출기업의 고점 매도 유입은 환율 상단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술주 조정, 금리 인하 지연, 엔저 재확산이라는 글로벌 변수들이 한꺼번에 겹치며 코스피와 환율 모두 단기 충격을 피하기 어려운 구도다.
시장에서는 20일 발표되는 엔비디아 실적과 11월 고용보고서가 단기 변동성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금리 인하 시점과 AI 밸류에이션 논란이 어느 정도 정리돼야 방향성이 다시 잡힐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