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인사 시즌이 다가오면서 주요 금융지주와 자회사 CEO들의 경영 능력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눈에 띄는 성과를 낸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의 거취는 명암이 갈릴 것이 분명하다. SR타임스는 금융권 주요 경영진의 리더십을 면밀히 점검하고, 연말 인사를 앞둔 전략과 향후 경영 방향을 분석한다. <편집자주>

▲강병관 신한EZ손해보험 대표. ⓒ신한EZ손해보험
▲강병관 신한EZ손해보험 대표. ⓒ신한EZ손해보험

[SRT(에스알 타임스) 문재호 기자] 강병관 신한EZ손해보험(신한EZ손보) 대표가 올해 말을 끝으로 임기를 마친다. 2022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한 강 대표는 지난해 2년 임기를 마치고 1년 더 회사를 이끌었지만, 적자 구조가 이어지며 연임은 쉽지 않아 보인다. 강 대표는 2022년 신한EZ손보가 디지털손해보험사로 출범한 이래 올해를 장기보험 채널 확장의 원년으로 삼고 있으나 실적 개선은 요원한 상황이다.

◆내달 임기 종료 강병관 대표…출범 3년, 실적 개선 제자리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EZ손보는 올해 3분기 말 272억원의 누적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140억원) 대비 적자 폭이 두 배 가까이 커진 수준이다. 신한EZ손보는 2021년 신한금융지주가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의 지분 94.54%를 인수한 뒤 2022년 7월 ‘신한EZ손보’로 사명을 변경하고 공식 출범했다.

강 대표는 삼성화재 투자관리파트 부장 출신으로 삼성금융네트워크 디지털 통합 플랫폼 구축을 주도한 인물이다. 신한EZ손보가 디지털 보험사로 출범한 만큼 디지털 전환 역량을 바탕으로 회사를 성장시킬 적임자로 손꼽혔다. 그러나 출범 이후 실적 부진이 장기화하며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실제 신한EZ손보는 2022년 150억원 순손실에서 2023년 78억원으로 적자 폭이 일시적으로 줄었지만, 지난해 17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 후 올해 3분기 말까지 누적 순손실 272억원을 내며 적자 폭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신한EZ손보 관계자는 “2022년 출범 초부터 고려한 사업모델 전반의 재구축과 정보통신기술(ICT)을 포함한 전반적 투자비용을 수렴해 계획 내에서 관리되는 수준”이라며 “확충된 기반을 바탕으로 흑자 전환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구조적 한계가 신한EZ손보의 적자 확대의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신한EZ손보는 과거 BNP파리바카디프손보 시절 건설공사보험, 배상책임보험, 근로자재해보상책임보험 등 특종보험을 주로 판매해 왔다. 특종보험은 손해보험 중 해상·화재·자동차보험을 제외한 기타 보험종목을 뜻한다.

◆GA 채널 공략해 성장 모멘텀 확보…장기보험 확장 가속화

강 대표는 취임 이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제주항공과 제휴해 여행자보험 서비스를 도입하고 ‘법인보험대리점(GA)’ 토스인슈어런스와의 전략적 영업 협약, 디지털 보험 플랫폼 ‘신한SOL EZ손보’ 전면 개편 등을 추진했다. 티맵모빌리티와 연계한 운전자보험 할인, 20~30대를 겨냥한 신규 상품 출시도 병행하며 젊은 고객층 유입에 나섰다.

아울러 신한EZ손보는 올해 들어 장기보험 확장을 위한 움직임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신한EZ손보는 최근 더 전문화한 심사 조직을 구성하기 위해 안팎으로 ‘보험계약 심사자(언더라이터)’ 인재 영입에 나서고 있다. 신한EZ손보는 지난 7월 장기보험 상품개발 담당자 경력 모집 공고를 진행했다. 상품 개발 전반을 기획·운영할 수 있는 5년 이상 경력직을 모집하는 등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인력 확보에 나선 것이다.

이 회사는 아직 장기보험 계약 건수가 많지 않아 자동심사 위주로 운영하고 있지만, 비중 확대를 전제로 조직을 점차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신한EZ손보는 교보라이프플래닛과 카카오페이손해보험 등 타 디지털손보사보다 영업 활동이 다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일반적으로 디지털손보사는 통신판매전문보험사로 분류돼 온라인 중심의 영업을 해야 하지만, 신한EZ손보는 대면 영업이 가능한 종합보험사 지위를 가지고 있어 직접 채널을 운영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전체 590억원의 보험료 모집액 가운데 대면 모집이 581억원으로, 98.5%를 차지했다.

◆낮은 수익성에 ‘발목’…진옥동 회장 연임 ‘변수’

디지털 손해보험의 낮은 수익성 탓에 실적 개선은 녹록지 않다.

보험금 관련 지표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신한EZ손보의 올해 상반기 보험금 부지급률은 2.73%로 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또한 보험금 지급 지연 기간을 나타내는 ‘보험금지급 추가소요 평균기간’은 32.3일로, 업계 평균인 14일의 두 배가 넘는다. ‘추가소요 평균기간’은 약관상 정해진 지급기한을 넘긴 후 실제 보험금 지급까지 걸린 평균 추가 기간을 뜻한다.

신한EZ손보의 지급여력비율(K-ICS)은 올 상반기 309.9%로 집계돼 지난해 같은 기간의 343.5%에서 33.6%포인트 떨어졌다. 규제 권고치인 130%를 크게 상회하고는 있으나, 올해 3분기 기준 자산이 3,691억원 수준에 그쳐 재무지표 변동에 영향 받기 쉬운 구조다.

신한EZ손보는 올해를 장기보험 판매 채널을 넓히는 출발점으로 설정하고, GA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앞선 신한EZ손보 관계자는 “디지털형GA 및 데이터 기반 가성비 중심의 상품군을 지속 확충해 장기보험시장 연착륙과 함께 기존에 추구해 온 고객 일상생활 전반의 리스크 관리를 위한 일반·디지털 보험의 차별화 전략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모회사인 신한금융지주의 회장 연임이 내달 중 결정되고 나서 신한EZ손보 대표 연임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한지주 회장 거취가 결정돼야 그룹사 최고경영자(CEO) 인사에 대한 윤곽이 잡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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