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제명 과기부 차관 “KT, SKT와 접근 달라야”
위약금 면제 여부 쟁점…과기부 ‘책임전가’ 막기 위함인 듯
[SRT(에스알 타임스) 방석현 기자] SK텔레콤과 KT가 연이어 해킹 피해를 입은 가운데 이들 기업을 대하는 정부의 대응에선 온도차가 감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SKT에는 주도적으로 위약금 면제 여부에 대한 법무법인의 용역을 진행한 반면 KT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서다. 이에 일각에서는 과기부가 잇따른 해킹 사태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진 데 따라 사건을 축소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21일 국정감사에 이동통신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 수장들을 모두 불렀다. 과방위원들은 해킹 사건과 관련해 늑장 대응을 한 유영상 SKT 대표와 김영섭 KT 대표에게 집중적인 비판의 날을 세웠다. 김영섭 KT 대표는 지난 14일에 이은 두 번째로 국감에 출석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7월 기준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는 총 7,245만 943명(알뜰폰 제외)이다. SKT의 가입자는 약 3,126만명으로 점유율 34.1%로 이통3사 가운데 가장 높다. 다만 해킹 이후 약 80만명에 달하는 가입자가 이탈한 것으로 알려지는 만큼 점유율 변동이 예상된다. KT의 가입자는 약 2,015만명으로 점유율이 22%인데 9월 소액결제 해킹 사건 발생 이후에도 가입자 이탈이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SKT는 전 가입자 대상 피해가 발생한 반면 KT의 피해 규모가 일부 지역과 고객 대상이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통3사의 소관 부서인 과기부의 대응은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과기부는 지난달 초부터 불거진 KT 무단 소액결제 및 해킹 사태가 위약금 면제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해 아직 로펌에 법률 자문을 맡기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과기부는 SKT 사건 당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해킹 신고가 접수된 지난 4월 20일에서 열흘 지난 같은 달 30일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여부를 로펌 3곳에 법률 검토를 의뢰한 바 있다. 5월 2일 약관법과 관련한 위반 여부를 법률 검토 의뢰했고 민관 합동 조사단의 해킹 사고 조사 결과가 반영된 내용을 6월 말 로펌 5곳에 의뢰해 위약금 면제 대상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류제명 과기부 제2차관은 지난 21일 이통3사 CEO가 모두 나온 국감에서도 “사고 발생 한 달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KT가 위약금 면제 여부에 대해 아무 말이 없어 피해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조사 결과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없이 법률 검토를 진행하기는 어려운 만큼 SKT 해킹 사건 때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며 ”KT도 책임 있는 결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에 더해 김창섭 국정원 3차장은 국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취소되기도 했다. 김 차장의 증인 출석을 신청한 이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청을 철회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미국 해킹 전문지 ‘프랙’에 공개된 해킹 관련 정부차원 대응 질의를 위해 김 차장을 증인으로 신청했었다. 통상 정부 부처 등 국가 기관 해킹 사고는 국정원이, 민간 기업 해킹 사고는 과기정통부가 담당하는데 김 차장을 증인으로 불렀다는 것은 정부 해킹에 대해 다룰 계획이었음을 시사한다. 다만 이 의원의 증인 신청 철회로 이번 국감에서는 기업의 해킹 늑장 대응 등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과기부가 KT사태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책임 전가를 두려워해서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T와 KT 모두 해킹 사태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대응에 차이가 나는 것은 SKT의 해킹 사태 충격이 너무 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KT에 이어 LG유플러스까지 불거질 경우 정부도 사태의 책임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라며 “과기부 입장에서는 사태를 키우는 게 결국 부처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기에 전보다 소극적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일련의 사안에도 불구하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최근 징벌적 과징금 도입을 본격화해 이율배반적인 것 아닌가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철우 문화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SKT와 KT 모두 침해사실을 인지하고도 즉각적으로 신고하지 않았던 부분에선 유사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정부차원에서 소비자들의 피해 구제와 재발 방지에 대한 비슷한 수준의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