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가 2016년 1월 우리나라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지 10년을 앞두고 있다. 넷플릭스는 2007년부터 영화와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을 스트리밍 방식으로 공급해왔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말 전 세계 구독자 수 3억명을 돌파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미디어 사업자들은 넷플릭스에 대항하기 위해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의 선택이 향후 미디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워너브러더스, 파라마운트, 넷플릭스 로고(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 ⓒ각 사
▲워너브러더스, 파라마운트, 넷플릭스 로고(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 ⓒ각 사

파라마운트·넷플릭스, 워너브라더스 인수 '안갯속'

[SRT(에스알 타임스) 문재호 기자] OTT 채널을 운영하는 미디어그룹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파라마운트)'가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워너브러더스)' 인수를 저울질하고 있다. 인수합병을 통해 넷플릭스가 주도하고 있는 OTT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워너브러더스 인수에는 넷플릭스도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글로벌 OTT 업체들의 우리나라 진출은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에 그친 만큼 글로벌 업체간 인수합병을 통한 기업간 정리가 마무리 되면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파라마운트 글로벌과 스카이댄스 미디어의 합병으로 탄생한 '파라마운트'가 또다른 미디어 대기업인 워너브러더스 인수를 추진 중이다.

미국의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11일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가 엘리슨 가문의 지원을 받아 워너브러더스에 대한 현금 위주의 인수 제안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영국의 경제 매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14일 '래리 엘리슨의 상속자가 워너브러더스와 할리우드의 지형 개편을 겨냥하다'란 제목의 기사에서 한 할리우드 스튜디오 대표를 인용해 양사 간 합병이 넷플릭스에 대한 첫 중대한 도전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콜라이더 등 현지 영화 전문매체들은 지난달 21일 “넷플릭스가 워너브러더스 인수에 뛰어들었다”고 보도했다. 

데이비드 엘리슨은 지난 2006년 스카이댄스 미디어를 설립하며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발을 들였으며, 데이비드 엘리슨의 아버지인 래리 엘리슨은 기업용 소프트웨어·클라우드 기업 ‘오라클’의 창업주다.

파라마운트는 OTT ‘파라마운트 플러스’를 보유하고 있고, 워너브러더스는 OTT 서비스 ‘HBO 맥스’를 운영하고 있다. 주요 글로벌 OTT 업체들이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했으나, 이들의 영업이익을 모두 합쳐도 넷플릭스에는 미치지 못한다.

올해 상반기 넷플릭스는 매출 216억2,000만 달러(30조4,800억원), 영업이익 71억2,000만달러(10조400억원)를 달성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디즈니플러스는 매출 122억9,000만달러(17조3,300억원), 영업이익 6억8,000만달러(9,600억원), HBO 맥스는 매출 54억5,000만달러(7조6,800억원)와 영업이익 6억3,000만달러(8,900억원), 파라마운트 플러스는 매출 42억달러(5조9,200억원), 영업이익 5,000만달러(700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가입자 수 기준 세계 2위 OTT 서비스 아마존프라임비디오(이하 아마존프라임)의 운영사 아마존은 올해 상반기 아마존프라임 영업이익을 분리해 공시하지 않아 집계에서 제외했다. 아마존을 제외한 OTT 업체들의 상반기 영업이익을 합하면 13억6,000만 달러(1조9,200억원)다. 이는 넷플릭스 영업이익(10조원)의 20%도 안된다.

이런 가운데 파라마운트와 워너브라더스는 우리나라에 직접 진출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디즈니플러스가 2021년 11월 우리나라에 진출하고 나서 시장에 안착하지 못함에 따라 HBO와 파라마운트는 셈법이 복잡해졌다.

업계에서는 디즈니플러스가 우리나라에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로 넷플릭스가 디즈니플러스 출시 전 이미 대표적인 국내 콘텐츠 사업자인 스튜디오드래곤과 콘텐트리중앙과 장기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디즈니플러스가 우리나라 시장에서 확보할 수 있는 주요 콘텐츠가 거의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넷플릭스가 연간 10여편에 달하는 작품을 만들고 이 중 한, 두편이 대중의 주목을 받았던 반면 디즈니플러스는 국내 진출 3년차인 2023년 ‘무빙’ 정도만 주목을 받았다. 앞서 2016년 우리나라에 진출한 넷플릭스는 국내 ‘자체 제작(오리지널)’ 콘텐츠와 라이선스 콘텐츠로 성장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글로벌 OTT 업체의 대형화 추세가 단기적으로는 티빙과 웨이브간 기업 결합에 긍정적인 영향을,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OTT 업체의 국내 직접 진출 등의 파급이 있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용희 선문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콘텐츠 이용자들은 토종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높아 단기적으로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미디어 업체들이 한국에 있는 회사를 인수, 지분 투자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어 김 교수는 “미국에서 진행되는 미디어사 간 합종연횡을 통해 현지시장에 대한 서열 정리가 끝나고, 만약 이들이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경원 정보통신학회장은 “파라마운트가 워너브러더스를 인수하려는 것은 배급 측면에서 넷플릭스로 인해 협상력을 점점 잃어가기에 규모를 더 키워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 학회장은 “글로벌 미디어그룹의 OTT 업체에 대한 인수합병 추진은 티빙과 웨이브 결합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