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코웨이 '스퀘어핏 공기청정기', 쿠쿠 '인스퓨어 헤리티지 공기청정기', LG전자 '에어로스피커'. ⓒ각 사
▲(왼쪽부터)코웨이 '스퀘어핏 공기청정기', 쿠쿠 '인스퓨어 헤리티지 공기청정기', LG전자 '에어로스피커'. ⓒ각 사

코웨이·쿠쿠·LG, 현지화·구독 서비스로 신뢰 확보 이어가

[SRT(에스알 타임스) 윤서연 기자] 동남아시아 공기청정기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코웨이, 쿠쿠, LG전자 등 국내 브랜드가 프리미엄 라인업과 촘촘한 렌탈·사후관리 서비스를 앞세워 소비자 신뢰를 확보한 결과다. 동남아의 성장성과 국내 가전 브랜드의 현지화 전략이 맞물리면서 한국산 공기청정기의 존재감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말레이시아 공기청정기 소매판매량은 전년보다 2% 늘어난 26만1,000대를 기록했다. 전체 공기처리기기 시장 규모는 450만 대에 달하는 가운데 공기청정기가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해당 시장은 오는 2029년까지 연평균 3% 성장해 520만대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특히 한국산 공기청정기 수입은 전체의 20.6%를 차지하며 2위를 기록했다. 2021년 이후 큰 폭으로 늘었다가 지난해 1억 4,400만 달러로 소폭 감소했지만 2대 수입국 자리를 공고히 했다. 이는 기후 변화에 따른 열파와 미세먼지 확산으로 실내 공기질 관리 수요가 커지고, 팬데믹 이후 위생·건강 인식이 강화된 데 따른 것이다.

이 같은 흐름 속 국내 기업들은 프리미엄 제품과 직접판매 기반 렌탈 모델로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말레이시아 내 직접판매 채널은 코웨이, 쿠쿠, LG전자 등 한국 브랜드가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전속 판매사원과 방문상담을 통해 제품 설명, 시연, 계약까지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구조에 더해 정기 필터 교체와 유지관리 서비스가 포함된 장기 렌탈 모델이 현지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말레이시아를 시작으로 동남아 시장 실적도 상승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웨이의 경우 지난해 말레이시아 매출만 1조1,584억원을 기록하며 전체 매출의 약 27%를 차지했다. 올 2분기 또한 해외 법인 매출은 전년 대비 23.7% 성장한 4,728억원을 기록했는데, 이 중 말레이시아 법인이 3,555억원으로 전년비 23.9% 늘며 성장을 견인했다. 태국 법인 역시 전년비 49.5% 증가한 429억원으로 확대됐으나, 주력은 단연 말레이시아였다.

쿠쿠 역시 동남아 시장을 성장 축으로 삼아 성장 궤도에 오르고 있다. 해외 매출 비중은 말레이시아 법인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지난해 렌탈사업 전체 매출 약 3,109억원 중 533억원이 수출로, 17%를 차지했다. 특히 말레이시아 법인 매출은 전년 대비 21% 증가한 3,683억원으로, 전체 해외 매출의 90% 이상을 책임지며 사실상 해외 사업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법인 쿠쿠인터내셔널 버하드가 지난 6월 말레이시아 증권거래소 메인마켓에 상장한 것도 그 일환이다.

2015년 합작법인으로 출발한 쿠쿠 말레이시아 법인은 2021년 진출 7년 만에 렌탈 계정 100만건을 돌파했고, 이후 정수기·공기청정기·에어컨·매트리스·헬스기기 등 제품군을 확대하며 해외 성장을 주도해왔다. 최근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제품·서비스 확대, 옴니채널 유통망 확충, 물류·창고 시스템 개선, 데이터 서버 업그레이드 등으로 투입될 예정이다.

LG전자는 후발주자임에도 불구 성장세가 가파르다. 지난 2019년부터 정수기 구독 사업을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렌트업’ 서비스를 내놓으며 에어컨, 세탁기, 공기청정기 등으로 제품군을 넓혔다. 현재 렌트업은 말레이시아, 태국, 대만 등에서 전개 중이며, 말레이시아에서는 지난 5월 판매 구독 계정 수가 처음 1만건을 넘어서기도 했다. 태국에서도 구독 서비스 전개 9개월 만에 누적 계정 수 1만건을 달성했다. 해외 구독 사업 성과에 힘입어 최근 5년간 LG전자의 가전 구독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30%를 상회했다.

업계 관계자는 “말레이시아는 상수도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어 그동안 생수를 주로 이용했지만, 최근에는 정수기 사용 문화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며 “국내 가전업체들도 정수기를 기반으로 현지 신뢰를 확보했기에 이후 대형 가전으로까지 렌탈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동남아에서는 낙후된 상수도 뿐만 아니라 공기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공기청정기 매출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며 “일찍이 코웨이와 쿠쿠가 렌탈 시장에 진입해 입지를 다진 가운데 최근 LG전자까지 가세하면서 국내 브랜드의 동남아 시장 공략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향후 한국 브랜드가 동남아 시장 내에서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하면서도 가성비 라인업을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혜민 KOTRA 무역관은 “한국 기업은 프리미엄 제품군 외에도 중고가 및 기능 특화형 라인업을 통해 젊은 소비층과 지방 시장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며 “BNPL(선구매·후결제) 기반 결제 옵션, 스마트폰 연동 앱, 에너지 절감 요소를 내세운 마케팅 전략도 브랜드 차별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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