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6일 시공사 선정총회서 조합원 228명 반대로 부결
조합장 공석·대의원 대거 해임 등 사실상 조합 기능 마비
[SRT(에스알 타임스) 최나리 기자] 서울 서초구 방배신삼호 재건축 정비사업에서 우선협상대상자(우협)였던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의 사업권 확보가 결국 무산됐다.
HDC현산은 단독입찰로 나섰음에도 정경구 HDC현산 대표 진두지휘 하에 연일 파격조건을 제시하는 등 이례적인 행보로 공을 들였지만, 경쟁입찰을 원하는 조합원들을 마음을 돌리기엔 부족했다.
특히 사업 추진과정에서도 조합 내 갈등이 워낙 컸던 데다 조합장 공석에 대의원도 대거 해임되면서 원점으로 돌아간 사업 향방이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방배신삼호 재건축 조합은 지난 26일 조합원 총회를 열고 수의계약을 통해 HDC현산을 시공사로 선정하는 상정안을 표결에 붙였으나, 조합원 410명 중 228명의 반대로 부결됐다.
현행법에는 시공사 선정에 한 기업만 입찰 시 경쟁 입찰이 성사되지 않아 유찰되는데, 2회 이상 유찰될 경우 조합 의결을 통해 특정 건설사와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다. 이에 우협으로 선정된 HDC현산의 사업수주가 유리한 상황이었지만, 조합 측이 ‘경쟁입찰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사업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방배신삼호 재건축 사업은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725번지 일대에 지하 5층~지상 최고 41층, 아파트 6개 동, 920가구 규모로 추진되는 프로젝트다.
앞서 HDC현산은 해당 사업에 글로벌 건축그룹 SMDP가 설계를 주도한 THE SQUARE 270을 적용하고, 삼성물산 리조트부문과 손잡고 프리미엄 조경도 선보일 계획이었다.
여기에 HDC현산이 제출한 수의계약 제안서에는 ▲평당 공사비 876만원 ▲공사비 2년 유예 ▲사업비 CD+0.1% ▲분담금 입주 시 100% ▲환급금 조기 지급 ▲사업촉진비 2,000억원 등 경쟁입찰에 버금가는 파격조건들을 제시했다.
이처럼 HDC현산의 노력에도 시공사 선정이 무산된 데는 조합 내 갈등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조합은 사업 추진 과정부터 순탄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2016년 최초 정비구역 지정 이후 2019년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으며, 그동안 1기·2기 집행부와의 갈등, 입찰무산, 경쟁입찰 방해 주장 등으로 인한 3기 조합장 해임까지 여러 차례 사업이 정체돼 왔다.
이후 새로운 조합장 직무대행 체재로 조직 안정화에 나섰지만, 이번 총회에서 대의원 53명 중 12명 해임안이 가결돼 대의원회가 정족수 49명에 못 미치게 됐다. 이에 조합은 신규 조합장 선임 등 제한돼 사실상 기능도 마비된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업 장기 표류화가 점쳐진다. 경쟁입찰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이미 HDC현산 조건이 공개됐는데 그걸 맞출 시공사가 없을 것이라는 일각의 판단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서울시장 선거 등 외부 정책환경의 변화 가능성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면서 “일례로 조합이 추진 중인 41층 설계안 유지 관련 사업계획 조정도 불가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방배신삼호는 2022년 한차례 일몰제 유예를 받은 이력이 있어 더 이상 연기도 어렵다”며 “정부정책과 시장상황 등을 감안할 때 사업 재추진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