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 정문. ⓒ각 사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 정문. ⓒ각 사

"HBM 성장 의심 여지 없어"…양사, 하반기 ‘정면돌파’

[SRT(에스알 타임스) 윤서연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반도체 시장의 명암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일회성 비용과 수출 제한 영향으로 고전했지만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심의 AI 메모리 수요 확대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하반기에는 양사 모두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파운드리 경쟁력 회복 여부가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74조원, 영업이익 4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전기 대비 매출은 6.5%, 영업이익은 31.2% 줄었고, 전년 동기 대비로도 영업이익은 56% 가까이 감소했다. 부문별 실적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 추정하는 반도체(DS) 부문 영업이익은 1조원대로 재고자산 평가충당과 대중국 수출 제한에 따른 실적 부진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메모리 사업은 재고평가 손실 등 일회성 비용이 반영되며 실적이 하락했다. 회사 측은 개선된 HBM 제품은 일부 고객사에 공급되며 출하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메모리 부문은 첨단 AI 칩에 대한 미국의 대중 수출 제재로 판매에 제약이 생겼고, 이에 따른 재고충당도 발생했다. 삼성은 하반기부터 점진적인 수요 회복에 따라 라인 가동률을 개선하고, 파운드리 적자도 일부 축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D램의 1cnm 수율과 HBM4 품질이 모두 개선되고 있어 기술 경쟁력 회복 조짐이 보인다”며 “최근 고객사에 HBM4 양산 샘플을 공급하면서 2026년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제품 탑재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4nm·2nm 공정 개선을 통해 신규 고객 확보에 주력하고 있으며, 엑시노스 2500의 갤럭시Z 플립7 탑재, 아이폰18용 이미지센서(CIS) 양산도 예정돼 있다. 이 같은 신규 거래선 확보를 통해 영업적자 폭도 축소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반해 SK하이닉스는 연이어 최대 실적 기록을 갈아치우는 중이다. 이날 발표된 2분기 실적에서 SK하이닉스는 매출 22조2,320억원, 영업이익 9조2,129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가전과 스마트폰을 포함해 4조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삼성전자의 2배가량이다. 영업이익률은 41%에 달했고, 순이익도 6조9,962억원에 이르렀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 확대로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출하량이 증가한 데다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12단 제품의 본격 판매와 낸드 전 응용처 확대가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2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17조원으로 늘었고, 순차입금은 전분기 대비 4조1,000억원 줄어 재무 안정성도 개선됐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최근 주요 고객들이 보수적으로 재고를 관리하려 했지만 관세 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적정 재고 수준을 확보하는 분위기”라며 “이에 그동안 낮은 재고를 보유한 주요 고객들로부터 구매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하반기 HBM 수요 증가와 AI GPU용 GDDR7 24Gb 고용량 제품 확대, LPDDR 모듈 공급 등을 통해 AI 메모리 선도 업체로서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입장이다. 낸드 분야에선 쿼드레벨셀(QLC) 기반 고용량 eSSD와 321단 제품군 확대를 통해 수익성 중심 전략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른 투자도 늘려나간다. 송현종 SK하이닉스 코퍼레이트 센터 사장은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수요 가시성이 높고 수익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올해 투자는 기존 계획 대비 늘릴 계획"이라며 "원활한 HBM 수요 대응을 위해 내년 HBM 수요에 관한 주요 고객과의 논의를 통해 내년 공급에 관한 가시성을 확보해 일부 선제적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SK하이닉스의 하반기 실적에 대한 낙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하이닉스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AI 반도체 시장에서 HBM의 장기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경쟁이 심화되면서 제품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SK하이닉스는 "고객 프로젝트의 다양성이 증가함에 따라 가격을 긴밀히 협의 중"이라며 "주요 고객과 AI 반도체 영역에서의 긴밀한 협력 파트너로서 잠재적인 관계까지 고려한 최적의 공급 조건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BM4 가격과 관련해서도 원가 가격을 최대한 반영하고 현재의 수익성을 유지하는 선에서 고객사와 최적의 가격 수준을 형성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향후 업황을 둘러싼 불확실성에 대해서도 과도한 우려보다는 실질적 수요 흐름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회사는 “상반기 기존 계획 대비 많은 출하가 이뤄지며 하반기 수요 둔화 우려가 상존하지만 시장 수급의 급격한 변동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며 "향후 관세 정책에 따라서 구매 수요가 영향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당사는 계속해서 수요 가시성이 확보된 제품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사업 운영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회사 측은 앞으로도 HBM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해야 할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고, 대형 IT 기업뿐 아니라 빠르게 성장하는 AI 스타트업들까지 고성능 메모리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SK하이닉스가 우위에 있는 것이 맞지만, HBM만 놓고 보면 사실상 한 세대 차이일 뿐”이라며 “과거보다 반도체 사이클이 훨씬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 시장 점유율도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양사 모두 전략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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