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스트레스 DSR 3단계 앞두고 주담대 막차 수요
금융당국, DSR 적용 대상 확대 검토 등 대응 강화
"대출 규제 강화로 소비 회복세 제약 가능성"
[SRT(에스알 타임스) 유안나 기자] 6월 들어 국내 5대 주요 은행 가계대출 규모가 4조원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스트레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시행을 앞두고 저금리 대출을 미리 확보하려는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 과열 조짐에 은행권은 금리 인상 등을 통해 수요 억제에 나서는 한편, 금융당국은 규제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9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52조749억원으로, 5월 말(748조812억원)보다 3조9,937억원 늘어났다.
이는 하루 평균 약 2,102억원 씩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8월(3,105억원) 이후 일평균 증가액이 가장 크다. 약 3주만에 5대 주요 은행 가계대출 규모가 4조원 가까이 늘면서 금융권에선 가계대출 증가폭이 지난달 말 수준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5대은행 가계 대출 증가 폭은 4조9,96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가계대출 증가는 기준금리 인하와 더불어 다음 달부터 적용되는 DSR 3단계로 대출 한도가 줄어들기 전에 저금리 대출을 미리 확보하려는 ‘막차 수요’가 겹치며 부추긴 것으로 풀이된다. DSR은 차주(대출자)의 연간 총소득 대비 대출 상환액 비율을 기준으로 대출 한도를 정하는 방식이다. 3단계 스트레스 DSR이 적용되면 차주가 갚아야 할 원리금(원금+이자) 규모가 즐어나고 대출 한도는 줄어든다.
은행권은 금리 인상 등 가계대출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이달 24일부터 대면·비대면 주담대 갈아타기(대환) 취급을 한시적으로 제한한다. 아울러 농협은행은 이달 중 대면 주담대(주기형·변동형) 우대금리 기준 수정, 타 은행 대면 전세자금대출 갈아타기 제한, 수도권 유주택자 주택구입자금 대출 일시 제한 등도 시행했다.
신한은행은 대출모집인을 통한 7월 실행분 주담대 취급을 한시적으로 제한한다. 추가 모집 제한 조치는 수도권 담보대출에만 적용되며, 비수도권 지역은 이번 조치에서 제외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의 세밀한 분기별 관리를 위한 것”으로 “모집인 채널에 대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앞서 KB국민은행은 4일부터 비대면 주담대 금리를 0.17%포인트 올렸고, 우리은행은 지난달 변동금리형과 주기형(5년)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06%포인트 인상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 관계자는 "서울 일부 지역 집값 상승에 대한 리스크 관리와 투기지역 외 실수요자 중심의 자금 공급을 위한 제한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 가계대출 급증에…DSR 규제 확대 검토
규제 강화를 앞두고 시장 과열 조짐에 금융당국은 시장 관리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6일 은행권 가계대출 담당 부행장을 소집해 무리한 주담대 자제,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 준수 등을 당부했다.
특히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규제 확대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9일 금융위원회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계부채 관리 대책의 일환으로 DSR 적용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보고했다. 현재 DSR 적용을 받지 않는 전세대출과 정책모기지에 대한 규제 적용을 검토 중이라는 설명이다. 금융권의 가계부채 증가율을 '경상성장률(3.8%)'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 목표치는 월별·분기별로 점검하며 관리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기준금리 인하 기조 상황에서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 확대는 한국은행 통화 정책의 변수로 떠올랐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개최된 회의에서 모든 금통위원은 기준금리 인하 등 통화 완화가 주택가격·가계대출 상승과 원·달러 환율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2일에는 한은 창립 제75주년 기념사에서 “기준금리를 과도하게 낮추면 실물경기 회복보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며 “지난 3월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이 연간 약 7% 상승했고,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도 확대되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분간 은행권의 대출 강화 기조가 전망되는 가운데 이는 신규대출을 통한 소비 여력과 회복을 제약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한국금융연구원 김현열 연구위원은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비은행권에서의 신규대출을 보유한 차주의 총부채원리금상환 비율(DSR)은 은행권에서만 신규대출을 보유한 차주보다 평균적으로 높게 나타난다”며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에서의 대출이 더욱 어려워질 경우, 신규대출 차주 가운데 일부는 비은행권으로 밀려나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소비 여력이 크게 회복되지 못할 수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