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객수연동 후 임대료 부담 커져…"객 회복해도 매출 나지 않아"
[SRT(에스알 타임스) 박현주 기자] 신라·신세계면세점이 법원에 인천국제공항점 임차료 인하 신청을 했다. 면세업계 불황 속 매출부진과 함께 비용부담이 커진 데 따른 조치다. 면세업계는 객수에 따라 임대료가 책정 이후 공항객수가 회복되고 있다고 해도 실제 매출은 늘고 있지 않아 비용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지난 8일 인천지방법원에 임차료 조정을 신청했고, 신세계는 4월 29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정기일은 다음달 2일이다. 두 면세점은 인천지방법원에 인천공항 제1·2여객터미널 면세점 중 화장품·향수·주류·담배 매장 임차료를 40% 인하해줄 것을 요청했다.
면세업계는 전반적으로 어렵다. 매출이 나지 않는 가운데 이익도 지속 적자다. 지난해 롯데·신라·신세계·현대 등 국내 대표 4대 면세점은 적자전환하거나 적자를 지속하며 모두 영업손실을 냈다.
특히 면세점들은 공항 임차료 책정 방식이 지난 2023년부터 고정임차료에서 객수연동 임차료로 바뀌면서 임차료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공항이용객 1인당 수수료 약 1만원을 부과해 매월 인천공항 이용객이 300만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달 임차료는 300억원 수준이다. 연간 3,600억원의 달하는 비용이다.
이에 인천공항공사는 앞서 2023년 제4기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에서 1인당 여객수수료를 5,000원대 수준으로 제시했는데, 당시 신라·신세계가 이보다 60% 높은 금액을 써낸 것으로 알려져 낙찰을 위해 높은 입찰가를 제시한 것이 임대료 부담을 가중시키게 된 한 원인으로 꼽힌다.
비용부담을 가중시킨 원인은 면세불황에 따라 매출이 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진단된다. 매출 부진 원인으로, 코로나19 이후 중국봉쇄정책 등에 따라 면세 큰손 중국다이궁 거래가 줄기 시작했고 시장변화에 따라 단체고객이 줄어 객단가도 줄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온라인 구매 이동에 국내외 객 소비처가 면세점에서 시내 로드샵, 팝업 등 타 소매채널로 이동하면서 면세 수요가 더욱 감소했다. 최근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고환율에 따른 면세 상품 가격경쟁력 저하에로 수요감소 또한 수익 악화에 영향을 준다. 대내외적으로 악화된 경영 환경 속에서 매출이 회복되지를 못해 임차료 부담 또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공항객수가 늘고 있다고 해도 매출이 늘지 않는다면 객수 연동 임대료가 부담이 되는 것"이라며 "단적인 예로 객 중에 아이들이 면세점을 이용하지 않으면 사람당 임차료는 늘어도 매출은 일어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두 면세점 모두 지난해 매출이 지난 2022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지난해 신라 면세사업 매출 3조3,028억원으로 지난 2022년 4조원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신세계의 지난해 면세사업 매출 2조85억원으로 지난 2022년 3조원대에 못 미쳤다. 매출 부진 속에서 월 임차료 300억원은 지난해 기준 신라면세 연매출의 11%를, 신세계면세 연매출의 약 18%를 차지하고 있다.
면세점들은 이 같은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강도 구조조정을 전개해왔으나 업황이 쉽사리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희망퇴직을 실시하거나 수수료 비용이 더 들자 다이궁 거래를 중단하거나 수익 중심의 면세 품목으로 포트폴리오 재정비, 비효율·저마진 매장을 정리하는 등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이제 면세업체는 경영난 속에서 최후의 보루로 공항 임차료 인하를 요청한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괌, 창이 등 해외 공항에서는 면세사업자들에게 임대료 인하나 지원해주는 것처럼 인천공항도 대승적 차원에서 도와주면 좋을 듯"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인하는 실상 불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인천공항에 입점한 다른 사업체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면 공항의 법적 배임행위로 판단될 수 있어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