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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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지역 호가 오르고 상승 거래 이어져

"인근 집값 자극 불씨 우려" vs “단기 현상”

[SRT(에스알 타임스) 박은영 기자] 서울시가 5년만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해제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해제 효과'로 서울 송파구 잠실과 강남 삼성‧대치‧청담, 이른바 '잠삼대청' 지역을 중심으로 호가가 오르고 상승 거래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가격 변동을 그동안 규제로 막았던 만큼 한동안은 가격 변동이 나타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자연적인 시장 가격을 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다른 일각에서는 규제 해제가 예고된 시점부터 한 달여간 시장 기대감을 키우고 규제를 풀어 주택가격을 올리는 부작용을 야기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12일 '잠삼대청' 지역 아파트 305곳 중 291곳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해제했다. 안전진단을 통과한 은마, 우성, 미도 등 재건축 단지 14곳과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 정비사업 구역만 토지거래허가제를 남기기로 한 것이다.

서울시는 그동안 토지거래허가 구역 지정이 누적돼 사유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시민 재산권 보호와 시장 활력 제고를 위해 규제를 해제한다고 설명했다.

규제 해제에 대한 예고는 한 달 전부터 있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14일 정책 토론회에서 토허제 해제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토허제는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해 특정 지역의 거래를 규제 지역으로 지정해 관할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로 허가 없는 거래는 계약이 무효되거나 형사처벌도 받을 수 있다. 이렇다 보니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가 해제된 '잠삼대청' 지역이 기존에도 투자 수요가 높은 상급지였던 만큼 규제 해제가 예고됐던 한 달 전부터 호가가 오르고 규제 해제 후 상승거래가 나오는 등 시장이 들썩이는 모습이다.

네이버 부동산 및 아파트 실거래가 정보 시스템 아실 등에 따르면 잠실 리센츠 아파트 259동에선 124.22㎡ 전용(중층)이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발표가 난 이틀 뒤 4억원 올린 39억원으로 매물 가격이 바뀌었다. 같은 동 저층 매물도 같은 날 36억원으로 1억원 호가가 올랐다.

잠실엘스 전용 84㎡는 토허제 해제가 있기 하루전인 지난 11일 28억4,000만원의 최고가 거래가 이뤄졌다. 이 단지 해당 전용은 최근 1주일간 가격 상승이 가장 큰(3,000만원) 단지 순위에도 1위에 올랐다. 

호가와 매매가격이 단기간에 오른 만큼 집주인들은 매물을 회수하는 분위기다. 잠실동 엘스·리센츠·트리지움·레이크팰리스 4개 단지(1만7,615가구)의 매물은 규제 해제가 발표된 지난 12일 1,023가구를 기록하며 한 달 전(1,160채) 대비 12% 줄었다.

규제 해제 지역 집값이 심상치않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자 일각에서는 서울시의 이번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가 그동안 억눌렸던 투기 수요까지 자극하면서 높은 서울의 집값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잇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는 “1월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오세훈 서울시장 발언 이후 이미 호가가 오른 상태에서 해제가 되자 마자 며칠 새 호가는 1억~2억원 더 올랐고 나와있던 매물은 다 회수됐다”며 “반면 해제가 되지 않은 아파트는 실망매물이 나오고 주민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모든 게 정책 실패”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대표는 “돈 있고 사고 싶은 사람은 실거주의 불편함을 감내하더라도 산다. 오히려 좋은 지역의 좌표를 찍어준 결과가 됐고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동안에도 신고가가 나왔고 풀고 나니 기대감으로 더 오르는 정책 부작용의 연속”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호가 급등에 부담을 느낀 매수자가 인근으로 눈을 돌려 풍선효과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집값 불씨가 타다 그치면 다행이지만 송파에서 강동으로 전이 되면 수도권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정부와 서울시는 불길 확산을 막는데 집중해야한다”고 제언했다.

반면 기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라는 규제가 자연스러운 시장가격 형성을 억눌렀던 만큼 추후 정상적인 시장 가격과 흐름을 되찾는 과정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현재 시장은 대출 등 거래 환경이 어렵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는 등 현상을 야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인근 지역으로 가격 상승 불씨가 옮겨갈 여력도 충분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어 "단지, 전세를 낀 매물을 통해 서울 강남에 진입할 수 있는 수요자층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정도"라고 평가했다. 

조주현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도 ”과거 연구 모형들을 되짚어봐도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효과는 보통 2~3개월 정도 오르는 것으로 보이고 이후에는 정상적인 시장 가격과 흐름을 보여왔다"며 "규제가 풀린 초반에는 5년간 계속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며 억제됐던 수요와 기대감 등으로 인해 일종의 보상 심리와 같이 호가가 올라가는 모습이겠지만 지속성을 갖긴 어렵고 자연스러운 시장가격을 찾아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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