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신한·우리·하나·농협금융 등

달러 강세에 위험가중자산 확대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환율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위험가중자산이 확대될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로 시장에 왜곡된 시그널을 주면서 외국인 자금 이탈이 지속될 수 있기에 위험관리 차원에서 당분간 외국인 자금 흐름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금융사가 보유하고 있는 외화 부채 규모가 늘어나게 되며, 보통주자본비율(CET1) 같은 자본적정성 지표도 하락한다.

4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1,446원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이 이날 1,419원으로 출발했다.

전날 달러·원 환율은 오후 10시까지 1,403원대를 유지하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장 중 한 때 1,446.5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9년 3월15일(1,488.0원) 이후 15년 8개월 만에 최고치다. 다만 국회가 본회의를 개최해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처리하면서 달러·원 환율은 반락해 야간 장에서 1,425원으로 마감했다.

금융시장에선 환율이 쉽사리 안정되지 않을 경우 원화 가치 하락으로 금융사들의 자본 건전성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달러 강세는 위험가중자산을 높게 평가하는 요인이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보유하고 있는 해외 자산이나 지분 투자분에 대한 원화 환산 평가이익이 줄고 원화 값 하락만큼 웃돈을 주고 빚을 갚아야 하기 때문에 외화부채 환산 손실 역시 불어난다. 이 같은 투자 위험을 반영해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나게 된다.

위험가중자산이란 금융사의 자산을 위험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해 계산한 지표다. 금융사의 안정성과 자본 확보 능력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보유하고 있는 자산 중 상대적으로 많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자산이 얼마인지를 따질 수 있는 값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원화값이 10원 하락할 때 KB금융·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 위험가중자산은 1조9,800억원(3분기 기준) 많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KB·하나금융이 5,000억원, 우리금융이 4,000억~5,000억원 늘고 신한(3,800억원)·NH농협금융(1,000억원)도 위험치가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달러 강세에 수요가 늘며 은행들이 초단기로 외화를 빌리는 외화 콜머니도 올 들어서만 5,000억원 급증했다. 외화 단기 차입이 증가하며 유동성 지표가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3분기 콜머니 평균 잔액은 4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말(4조3,000억원)보다 5,000억원 늘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리 인하기에 4분기 이익 증가세가 둔화할 전망인데 원화값까지 하락하며 연말에 보다 적극적으로 위험 자본 관리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원화값 하락에 취약한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여신은 추후 건전성이 빠르게 악화할 가능성이 있기에 (금융사 자체적으로) 달러 거래 비중이 높은 거래 기업의 재무 비율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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