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충당금 전입액 전년 대비 47%↓
한은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보수적 리스크 관리 필요”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이 대출 부실에 대비해 쌓는 충당금 규모가 1년 새 반토막 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기조가 유지돼 오면서 충당금을 늘려왔던 것에 대한 기저효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경기 침체가 지속돼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부실이 확대되고, 일부 대기업의 유동성 위기까지 우려되는 상황을 감안해 은행들이 자본건전성을 보수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의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 규모는 2조2,85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4조3,232억원)보다 47.13% 줄어든 액수다. 신용손실충당금은 금융사가 고객들에게 빌려준 돈의 일부가 회수되지 못할 것을 대비해 미리 수익의 일부를 충당해 둔 것이다.
은행별 보면 주요 조사대상 은행들의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은 1년새 모두 줄었다. 특히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은 50%대 규모로 줄었다.
구체적으로 국민은행의 신용손실충당금은 지난해 6,801억원으로 전년(1조6,081억원)보다 57.71% 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50%대의 감소폭을 보였다. 신한은행의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은 전년(8,733억원)보다 55.89% 줄어든 3,852억원을 기록했다. 하나은행 역시 52.88% 감소한 3,995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은 충당금 규모와 감소폭이 다른 은행과 차이를 나타냈다. 우리은행의 지난해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은 8,21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9,940억원)보다 17.40% 줄어든 수준이다.
◆ 충당금 적립 감소…"기저효과"
충당금은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큰 부실채권에 대해 수익의 일부를 미리 떼어 쌓아두는 비용이다. 통상 부실화 가능성이 클 경우 높은 비율을 적립하고 반대의 경우엔 적립규모를 줄인다.
조사대상 은행들의 충당금 규모가 줄어든 것은 기저효과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22년 4대 은행의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은 2조7,705억원 수준을 나타냈다. 이후 부동산 PF 부실 확대,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취약차주 증가로 2023년 4조원대의 적립규모를 나타냈다. 건전성 회복에 따른 충당금 환입이 발생해 상대적으로 적립규모가 감소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문제는 은행이 떠안고 있는 부실이 여전히 몸집을 불리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권을 향한 충당급 압박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다. 4대 은행이 품고 있는 고정이하여신은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3조9,4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6%나 늘었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사가 내준 여신에서 3개월 넘게 연체된 여신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금융사들은 자산을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나누는데 이중 고정과 회수의문, 추정손실에 해당하는 부분을 묶어 고정이하여신이라 부른다.
이 같은 흐름 속에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NPL커버리지비율은 평균 204.3% 수준으로, 전년 동기(245.2%)보다 40.9%포인트 떨어졌다. NPL커버리지비율은 충당금 전입액을 고정이하여신으로 나눈 값이다. 늘어나는 부실채권 비중에 비해 충당금 감소로 손실흡수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은행권의 여신 건전성 관리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리스크가 누적돼 있는 탓에 (은행들의) 충당금 부담은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