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군 수장 시마즈 역할은 무조건 백윤식 뿐...캐스팅 OK 받아내”
“배우들 외국어 구사 최선 다해...중국에서 가장 관심 있어 할 것”
“100분의 치열한 해전...중심에 있는 이순신 장군 당위성 위해 연출”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는 것이 전쟁을 올바르게 끝나는 것이라는 이순신 장군의 의지를 중심에 담고 있는 영화다. ‘명량’에서 시작한 이순신 장군 3부작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 작품을 통해 김한민 감독은 10년간의 대장정 마무리를 알린다.
웅장한 현장감을 고스란히 담은 전투 스케일과 단단하게 구축된 캐릭터들의 향연 그리고 드라마틱한 상황 하에서 모든 인물들의 결단에 따라 흘러가는 이야기가 깊은 울림으로 연결되는 김한민 감독 영화의 특징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노량: 죽음의 바다’는 한국 영화사에 남을 기념비적인 100여 분 간의 해전 장면으로 관객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SR타임스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노량: 죽음의 바다’를 연출한 김한민 감독을 만나 영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이순신 3부작을 마무리한 소감을 듣고 싶다.
감개무량합니다. 10년의 시간이었고 천행이죠. ‘명량’은 세월호 참사로 개봉 연기 이야기가 있었고 ‘한산’과 ‘노량’은 코로나 때문에 언제 촬영을 멈춰야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강원도 평창 스피드 스케이트장을 폐쇄하려 할 때 설득하고 밀어붙여 촬영했는데 그때 멈췄다면 개봉이 힘들었을 겁니다.
Q. 이순신 3부작을 선택한 계기는 무엇인가.
‘봉오동 전투’, ‘최종병기 활’, ‘명량’까지 역사 3부작이 먼저 나왔죠. ‘명량’을 준비하면서 이순신이라는 인물을 더 파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모두 좌절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두려움을 용기를 전환시키는 중심에 이순신이라는 인물이 있었으니까요. 그것을 우리 시대에 다시 한번 조명하고 리마인드하는 것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죠.
‘노량’ 경우는 모두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전쟁의 중심에서 홀로 고독한 판단을 내리고 결코 왜군을 이렇게 돌려보내서는 안 된다라고 판단하셨죠. 그 치열하고 집요한 전쟁을 수행해내는 정신은 우리가 한번 복기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치열함과 집요함이라는 화두에서 제가 내린 결론은 완전한 종결과 항복에 이순신 장군의 뜻이 가 있지 않았는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결론이 이순신 장군님에게 누가 되지 않을 것이며 이 작품이 세상에 나오는데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단순히 속편의 확장이 아니라 작품 자체로서 갖는 의미가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그 전제하에 치열한 해전 설계가 가능했습니다.
Q. 전작들과 달리 3개 국어가 나오기 때문에 정보나 감정 전달이 매끄럽지 못할 수 있다. 관객의 쉬운 이해를 배려한 부분과 배우들에게 요구한 디렉션이 있었다면.
최대한 개념 정리를 깔끔하게 하려했습니다. 단어들도 쉽게 하고 최소한의 자막처리를 했죠. 너무 많이 넣으면 재현드라마처럼 되니까요. 중국어 하는 배우들이 고생을 많이했어요. 특히 정재영 배우는 중국어를 하나도 모르는 배우인데 감정전달까지 해야하니까 힘들었을 겁니다. 그래도 외국어 구사에 최선을 다했고, 중국 친구들이 보기에 어색하지 않은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이 영화 ‘노량’에 가장 관심이 많은 건 중국 사람들일거라고 봐요.

Q. 노량 해전을 다룬 다른 작품들과 달리 고니시가 아닌 시마즈를 수장으로 한 것에도 의의가 있는 작품이다. 시마즈 역의 백윤식 배우 캐스팅 이유도 궁금하다.
‘노량’에서 치열하게 싸운 건 시마즈입니다. 시마즈라는 인물은 사쓰마번 출신인데 지금의 가고시마현입니다. 그게 또 아이러니하게 메이지 유신을 일으킨 지역이고 이후에 우리에게는 일제강점기가 찾아오게 됩니다. 그 지역의 맹주였던 시마즈가 중심에 있었었죠.
백윤식 배우의 백이라는 이름이 시마즈의 화이트한 느낌과 묘하게 연계가 되어있어요. 그래서 시마즈를 누가 연기해야하냐고 한다면 백윤식이다라고 생각했죠. (웃음) 캐스팅 제안할 때도 “이건 선생님이 하셔야하니까 하시죠” 했더니 “그래, 그럼 OK”라고 하셔서 캐스팅이 됐죠. 전혀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아귀와 평경장 이야기도 나오더군요.
Q. 100분의 해전 설계에는 고충이 따랐을 것 같다.
각본 단계에서 포기하고 싶었죠. 촬영 전 사전 시각화 작업에서 관객에게 공감과 호응을 이끌어내야하긴 하지만 왜 이렇게까지 치열하게 보여줘야하는지 당위성을 찾는 게 매우 중요하고 절실했어요. 그렇게 (치열하게) 보여줘야 그 전쟁의 중심에 있는 이순신 존재에 관객이 공감을 형성할 수 있겠다 생각하며 설계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호흡과 리듬감이었습니다. 그래야만 관객이 리듬을 타고 쉽게 따라올 수 있으니까요. 1년이라는 시간이 택도 없이 부족했습니다.
Q. 후반 작업에 보완점은 무엇이었나.
우선 CG입니다. 국내외 25개 업체 800여명이 참여했습니다. 그 다음에 만난 복병이 사운드입니다. 이 믹싱의 어떤 지점은 거대한 오케스트라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운드에 따라 해석도 몰입감도 달라지죠. 롱테이크 부분에서 균형을 찾지 못해 힘들었습니다. 과감하게 신스 계열 이나 비트 있는 음악을 쓰면 과도해서 정서적으로 몰입이 안될 것 같고 그렇다고 센티멘탈한 음악을 사용하면 너무 신파가 될 것 같았죠. 장군들과 아들의 환영을 보는 것까지 설계가 들어가야하니까 힘들었는데 과감하게 태양이 뜨면서는 음악은 지우고 핵심적인 소리로만 채워서 설계했습니다.
Q. 이순신 장군이 환영을 보는 장면 연출 의도는 무엇인가.
‘극락도 살인사건’ 촬영 때 멸치잡이 바지선을 타고 일출을 봤는데 이루 말할 수 없는 장관이었습니다. 똑같은 태양을 400여 년 전 이순신 장군이 치열한 전쟁터에서 똑같이 보셨을 겁니다. 그 처참한 전장을 환히 들여다볼 때 한 인간의 존재가 어떻게 받아들일까 너무 궁금했고, 보통 사람들은 경험하지 못하는 어떤 체험을 하셨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죠.

Q. 하이라이트 장면은 이순신 장군의 죽음인데 연출 주안점은 무엇이었나.
처음에는 이순신 장군이 내 죽음을 알리지 말라하는 걸 빼려고 했어요. 그게 욕먹지 않고 잘 피해갈 수 있고 참신하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을까 했죠. 하지만 피해 갈 수 없더군요. 이순신 장군의 진정성이 어디에서 드러나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딜레마에 빠지니까요.
그래서 피할 수는 없었고 그것을 어디에 배치할 것인가 고민했어요. 내 죽음을 알리지 마라라는 대사와 함께 제가 빙의해서 던지고 싶었던 결코 이 싸움을 멈추지 말라는 추가적인 대사를 담백하면서 진정성 있게 가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Q. 전쟁에 관한 명나라와 왜의 입장을 어떻게 묘사하려 했나.
명확한 기준은 이순신 장군은 이 전쟁을 끝까지 하려한다는 것이죠. 명나라 수군 도독인 진린이 그 부분을 묻고 따지면서 셈법이 복잡해지는 역할을 하죠. 진린은 전쟁을 피하려고 하다가 마지못해 해전에 참여합니다. 나라별 인물별 모든 셈법을 다루는 게 중요했어요.
고니시나 시마즈 입장은 역사적으로 풀리지 않은 부분입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죽고 난 후 다이묘들의 이해득실이 복잡했습니다. 시마즈가 단순히 후계자 히데요리를 옹립하려고 돕지는 않았을 겁니다. 고니시가 어떤 서찰을 보냈길래 시마즈가 응했을까는 제 나름대로 조율하고 판단해서 영화 속에 투영한 부분입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세력다툼이 있는데 그 지점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려면 이순신을 꺾어야한다라는 식으로 자극했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고니시가 도망가버리는 역사적 사실도 그런 상황이라 가능하지 않았을까 추론하고 해석했습니다.
Q. 각국의 입장을 빌드업하는 전반 부분 분량이 길다는 인상도 있다.
전쟁을 수행하려는 이순신과 갈등을 빚는 진린, 그 틈을 교묘하게 파고 드는 고니시가 시마즈를 설득하는 부분만 해도 분량이 빠듯했습니다. 최소화하고 콤펙트하게 보여주려고 했는데 그래도 만약 이 빌드업이 지루했다면 어쩔 수 없는 거라고 봐요.
Q. 세 명의 이순신 배우를 비교한다면.
‘명량’에서는 용장, 매우 용맹한 장수의 아우라가 필요했고 그런 지점에서 최민식 배우가 적절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한산’에서는 지장, 치밀한 전략적 인물로 박해일 배우의 젊고 차갑고 냉철한 이미지가 필요했습니다. ‘노량’에서는 전쟁의 종결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멀리 내다보고 있던 현장으로 문무를 겸비한 모습이 좋겠다 생각했고 그것을 김윤석 배우라고 봤습니다.

Q. 시마즈가 북소리에 몸부림치는 장면 연출 의도는 무엇인가.
저는 북소리가 이순신의 대의를 함축적으로 표상하고 있다고 봤습니다. 북소리는 진린과 다른 조선 장수들을 독려하는 것이죠. 고니시는 북소리를 듣고 생각을 바꿔 도주합니다. 이순신 장군 살신성인의 상징이 북소리라고 생각합니다. 시작에서도 북소리로 인해 히데요시가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를 냅니다. 시마즈도 북소리로 인해 귀를 막고 몸부림치고 괴로워하는 것을 표상으로 사용했습니다. 이순신 장군님은 실제로 북을 치다가 돌아가셨어요.
Q. ‘명량’에서 ‘노량’까지 10년 동안 촬영 기술 발전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
‘노량’의 모든 것은 ‘명량’ 때 할 수 없었습니다. ‘명량’에서는 함대를 구현할 수도 없고 이렇게 완벽하게 사전 시각화하고 거기에 맞춰 근경, 중경, 원경을 합성해서 하나의 레어어로 만드는 작업은 할 수 없었죠.
Q. 감독님의 다음 후속작에 대해서도 말씀 부탁드린다.
그동안 구체적 진전이 있었습니다. 배우 캐스팅도 됐고 8부작 드라마로 나올 예정이죠. 이순신 3부작을 하다보니 임진왜란 7년사를 들여다 보지 않을 수 없었어요. 이덕형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정치 외교사적 입장에서 드라마를 만들어보려고 하고 있죠. 요즘 정치 외교사적 입장에서 그의 외교 전술이나 지혜는 굉장히 보고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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