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윤식 배우와의 대면...배우로서 큰 영광”
“연기 그만 두려던 시기 ‘명량’ 관람...3부작 마무리 감회 새로워”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한산: 용의 출현’, ‘범죄도시’, ‘킹덤’ 시리즈 등에서 활약하며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김성규. 그가 ‘노량: 죽음의 바다’의 항왜 군사 준사 역으로 ‘한산: 용의 출현’에 이어 또 한번 강렬한 연기를 펼쳤다. 의를 향해 더욱 깊어진 신념으로 돌아온 캐릭터 연구에 심혈을 기울인 김성규는 눈빛만으로, 행동만으로 시선을 사로잡으며 스크린을 장악하는 강렬함을 가감 없이 선보이고 있다.
SR타임스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김성규 배우를 만나 작품과 연기에 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이순신 3부작을 시간순으로 보면 ‘한산’-‘명량’-‘노량’이다. ‘명량’에서의 준사는 다른 배우(오타니 료헤이)가 연기했다. 관객 입장에서는 김성규의 준사를 연속으로 만났는데 ‘한산’과 ‘노량’에서 캐릭터 연기에 차이를 둔 지점이 있다면.
분명히 7년이라는 시간이 있지만 실제 촬영은 연달아서 바로 했다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제일 크게 생각한 건 ‘한산’ 때부터 연결되는 그 의와 불의의 싸움에 대한 준사라는 캐릭터의 의미와 상징을 담는 부분들입니다. 어떤 차이점을 둔다기보다 캐릭터를 마무리하는 의와 불의라는 마음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많은 장면에서 나오는 건 아니지만 이순신 장군님과 맞닥뜨리는 그 짧은 신들 안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측면이 분명히 좀 보였으면 좋겠다라는 것도 있었습니다. 왜군이지만 다른 병사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까지도 보는 거죠. 장군님의 외로운 모습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알고 느끼고 있는 인물로서 보였으면 좋겠다 했었어요. 그런 의미를 어떻게 하면 잘 전달할 수 있을까에 좀 포커스를 맞췄죠. 감독님도 ‘노량’을 같이 하자고 했을 때 이 작품과 준사라는 캐릭터를 잘 마무리하고 싶다는 마음을 저에게 전달해주셨죠. 단순한 캐릭터의 마무리라기보다는 이 이야기의 의미가 잘 전달되는 게 중요하겠다 했고 그것에 주안점을 두고 연기했습니다.

Q. 작품을 마무리하며 캐릭터를 보내줘야하는 마음은 어땠나.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죠. 준사는 슬픔으로 그 어느 때보다 연약한 이순신 장군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의 모습은 멋있기도 하고 의와 불의라는 말도 지금 우리가 보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낭만적이고 이상적인 거일 수 있어요.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전투 속에서 병사로서 직업에 책임을 다하고자 하는 그 마음이 준사에게는 중요했을 거라고 단순하게 생각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무조건 이순신 장군님을 따른다기보다 그의 믿음에 공감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 거고 그런 측면에서 힘을 보태고자 했던 마음이었습니다. 제가 배우를 하면서도 어떻게 또 이런 역할을 맡을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던 것 같아요. 저한테도 되게 멋진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Q. 항왜하면 김충선 장군이 가장 유명하다. 만약 그분의 단독 영화가 기획되고 주인공으로 캐스팅된다면.
고민이 굉장히 많이 될 것 같아요. 역사적으로 실제 존재했고 의미있는 항왜에 대해 정말 좋은 의미를 담고 있는 영화라면 당연히 하고 싶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더 알아보면 재미있고 좋은 이야기가 많을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Q. 작품 배역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멘탈 관리는 어떻게 하나.
작품을 끝내면 빨리 털고 싶어하게 되는데 해방감이 있어요. 무의식적으로 어두운 기운이 여전히 남아있을지는 몰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을 간다든지 할 수 있죠.
이 영화를 통해서는 또 다른의미에서 영향이 있었던 것 같네요. 의와 불의에 대한 고민을 이 영화를 통해 했었죠. 문득 나는 잘 살고 있나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근데 멘탈 관리할 정도로 뭔가 아직은 깊이 빠져 본적이 없었던 것 같네요. 다행이라면 대행이겠죠.
Q. 고니시, 시마즈, 진린 등 다른 외국인 캐릭터와 달리 유창한 우리나라 말을 구사하는 캐릭터다. 그래서 관객 입장에서는 항왜 준사가 전달하고자하는 감정과 메시지에 대한 몰입이 가장 잘 되는 캐릭터다. 감독님의 언어 연기에 대한 디렉션은 없었나.
그 고민은 ‘한산’ 때도 유효했습니다. 제가 하는 대사도 그렇지만 이순신 장군님과 쌓아가는 관계가 있기에 중요한 것을 놓치는 부분에 대한 것을 경계하면서 ‘한산’ 때도 감독님이 디렉션을 주셨습니다.
계속 왔다 갔다 하면서 조절을 했던 것 같은데 ‘노량’ 때도 그 연장선이었습니다. 사실 저도 고민을 했지만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게 맞았다라고 저도 생각하고 결과적으로도 그게 맞았던 것 같아요. 제 개인적인 욕심이라면 당연히 캐릭터적으로 이게 과연 가능할까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죠. 결과적으로 영화를 봤을 때 저도 이 선택이 맞았구나라는 생각을 하죠.
배우로서 어눌한 언어를 사용해 대사가 갖고 있는 의미를 과연 전달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있었습니다.

Q. 선배 배우분들과의 연기 소감은?
그냥 선배님들로서 존재한다는 느낌보다는 그 역할을 해내시고 책임지시려고 하는 어떤 배우들로 현장에 계셨던 것 같아요. 그 모습에 저도 덩달아서 집중을 더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배우고 닮고 싶은 부분입니다.
저도 ‘한산’에서는 일본어 연기를 했으니까 정재영 선배님의 언어 연기 고충을 알아요. 많은 대사와 많은 복잡한 감정을 그 언어 안에서도 하실 수 있다는 게 좀 놀라웠죠. 촬영이 아닐 때 선배님의 예민한 모습을 보면서 후배로서 약간 긴장했죠. 선배님께서 역할과 신에 대해서 계속 고민하고 계셨던 것 같아요. 김윤석, 백윤식 선배님의 모습도 그렇고 영화를 보면서 감동이 더 컸던 것 같아요.
Q. ‘한산’에서는 촌마게(일본식 상투)를 분장이 아닌 실제 삭발을 하고 연기 했다.
‘한산’을 할 때 일본어도 그렇고 작품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습니다. 빨리 뭔가 ‘요이땅’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웃음) 공부하기 전 삭발하듯이 한 거예요. (감독님이) 꼭 밀어달라고 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저도 묻지는 않았던 것 같고요.
동선 리허설 연습실에서 대사를 맞춰보는 연습을 했는데 제가 머리를 밀고 가니까 변요한 배우도 그렇고 알 수 없는 긴장감이 생겼던 것 같아요. (웃음) 여수에서 휴가를 가는 기분으로 서울에 올라가기도 하고 재미있었어요. 당시에 다른 작품을 같이 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할 수 있었죠.
Q. 외적인 변화가 연기에 도움이 많이 되는지.
좀 일상적인 모습보다는 장르물이든 뭐든 조금 변화가 좀 폭이 큰 인물들을 하고 그래서인지 모르겠는데 의상이든 헤어든 갖춰졌을 때 조금 더 수월한 것도 있는 것 같고 메이크업 받고 하는 시간에 좀 더 집중하게 되니까 그런 과정이 큰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Q. 입금 전후의 모습이 확연히 달라지는 배우라는 평가가 있다.
잊을 만하면 영화나 작품 하나 나오고 또 그게 짤로 돌아다니는 것 같아요. 이제는 좀 알아볼만한 역할을 해야하나 싶기도 하죠. 근데 재미있어요. ‘노량’에서는 헤어 팀이 애를 많이 써주셨어요. 변화에 대해서는 그런 것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던 것 같습니다.
Q.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있다면.
사실은 요즘 저에게 들어오는 작품들이 임팩트가 있고 혹은 또 비주얼적으로 변화의 폭이 좀 있었던 작품이었죠. 재미있게 읽고 내가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제일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아직은 디테일하게 어떤 기준이 정리되어 있지는 않아요.

Q. 자신만의 강점이 있다면.
제가 갖고 있는 매력 혹은 이미지에서도 분명히 작용하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되게 여러 가지를 담을 수 있다고 봐요. 강렬한데 조금은 선해 보이는 느낌도 있고 이런 지점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생각과 고민이 많은 사람이기도 해서인지 외로운 역할들이 많이 들어오는 것 같기도 합니다.
Q. 코믹 연기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너무 좋은 역할이죠. 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편한 자리에서 편한 사람들과는 엉뚱하고 약간 좀 그런 모습이 있으니까요. 근데 제가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는 해요. 워낙 센 역할들 혹은 무게감 있는 역할들을 하다 보니까요. 근데 가리거나 이런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Q. 준사는 동적인 임팩트가 있는 캐릭터다. 검술이나 무술의 준비과정은 어땠나.
‘한산’에 이어 팀이 연결됐고 액션을 맞춰서 했었습니다. 그렇게 어려운 지점은 없었던 것 같고 개인적으로는 더 뭔가 액션도 하고 좀 고생을 해야 되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까지 소위 말해서 조금 구르는 캐릭터들을 많이 해왔기 때문에 여기서 더 고생해야 되는 거 아닐까 했었던 거죠.
백윤식 선생님과 독대해서 싸우는 경험도 묘한 생각이 들었어요. 언제 선생님에게 칼을 맞아보겠어요. (웃음) 정말 웃기는 생각이지만 배우로서는 굉장히 큰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장면에서 수중촬영을 따로 했고 마지막 뛰어내리는 신은 스턴트 하시는 분이 연기했습니다.
Q. 배우를 꿈꾸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공부보다는 다른 일을 즐겨 해서 대학교 졸업하고 군대 가려다가 뒤늦게 아는 형의 뮤지컬을 보게 되면서 연기에 관심을 막연하게 두지 않았나 싶네요. 아버지가 영화를 좋아하셔서 비디오를 많이 봤던 것 같아요. 뭘 하고 싶다라는 게 별로 없는 시점에 이제 재밌겠다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이제 시작을 하게 됐죠.
이제 연기를 그만해야겠구나 했던 30대 초반에 ‘명량’을 봤어요. 그때는 사진 일을 배우고 있었거든요. ‘명량’을 봤던 10년 전 그때에서부터 ‘한산’을 하고 시리즈가 마무리되는 ‘노량’까지 했다는 게 신기하죠. 감회가 새롭습니다. 아무튼 다시 극단 연극으로 돌아갔었고 ‘범죄도시’ 오디션을 봤어요. 영화에서 이렇게 얼굴을 보이게 된 건 ‘범죄도시’ 덕분입니다. 신기하면서도 감사하죠.

Q. 김한님 감독님과 다음 작품 논의한 것이 있는지.
아직 구체적인 말씀은 없으십니다. 드라마를 기획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직은 이야기가 없으시네요.
Q. 준사라는 인물의 생몰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맞습니다. 어쨌든 실제 역사 속의 항왜는 여러 가지 이유와 국가를 떠나 전투에 참여하는 어떤 병사로서 책임을 다하는 모습에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매력적인 캐릭터고 관객분들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Q. ‘노량’ 속에서 이순신 장군과 준사가 함께 하는 장면과 대사를 보면 상하관계 그 이상의 브로맨스 혹은 부자관계로까지 느껴질 만한 친밀감이 느껴진다. 감독님과 이 부분에 대해 상의한 부분이 있다면.
감독님도 많은 생각을 하신 것 같아요. 딱 하나로 규정해서 저에게 말씀주시지는 않으셨어요. 저 역시도 좀 묘했죠. 병사를 넘어서서 한 인간으로서 바라보는 지점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준사가 갖고 있는 외로움도 분명히 존재하겠죠. 이순신 장군님은 책임감과 자식을 잃은 아버지로서의 외로움이 있고요. 여러 가지 관계성이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뜻을 같이 하는 동료라는 의미도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Q. 준사 역할을 통해 배우로서 성장한 점이 있다면.
준비하고 촬영을 하면서 내가 이걸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좀 불안하고 고민했었습니다. 영화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대본을 보고 상상하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시야가 분명히 좀 넓어져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지점에서의 성장이 있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인터뷰] 정재영 “천만 배우 해본 지 20년...‘노량’ 꿈은 이루어진다!”
- [인터뷰] 김윤석 “‘노량’, 참된 삶 위한 의로운 죽음 기억해주시길”
- [인터뷰] 김해숙 “엄마의 마음...‘3일의 휴가’ 보고 깨닫게 됐으면 해”
- [인터뷰] 김한민 감독 “‘노량’의 모든 것, ‘명량’에선 할 수 없었다”
- [인터뷰] 임시완 “‘소년시대’ 성공했네잉~ 된겨!...충청도 사투리 좋아"
- '외계+인' 2부, 박찬욱 감독 “김태리 연기는 의젓해”
- '경성크리처', 5일 파트2 공개...강렬한 피날레 예고
- 조한선, 악의 기운 흐르는 빌런 연기...'킬러들의 쇼핑몰'
- 남편 살해 용의자가 된 작가 ‘추락의 해부’, 보도스틸 공개
- ‘노량: 죽음의 바다’, 400만 관객 돌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