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스틸.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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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지 못하는 사이 생겨나는 가해와 피해에 관한 영화”...22일 화상기자 간담회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제76회 칸 영화제 각본상 수상작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괴물’의 언론배급 시사회 및 화상 기자간담회가 지난 22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개최됐다. 

먼저 화상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영화의 메시지에 관한 질문에 “저는 이 영화를 만들면서 항상 관객들에게 어떠한 자세로, 어떤 식으로, 무언가를 보라라고 요구하는 방식은 취하지 않는다”며 “처음 이 시나리오를 접하게 된 것은 2018년 12월이라 거의 5년도 더 됐다. 사카모토 유지 각본가의 시나리오를 한 장 한 장 읽어나가면서 무엇인가 일어나고는 있는데 이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느낌이었다. 담임 선생님이 나쁜가? 어머님이 나쁜가? 괴물은 누구지? 하며 저도 모르게 괴물 찾기를 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괴물' 화상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NEW
▲'괴물' 화상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NEW

이어 “나중에 등장인물들과 마찬가지로 저 또한 진실은 전혀 알고 있지 못했구나라는 걸 후반에서 알 수 있었고 그 내용이 굉장히 스릴있다고 느꼈다”며 “이런 내용은 저는 절대로 쓸 수 없는 플롯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에 읽었을 때 느꼈던 긴장감 그리고 저도 모르게 괴물을 찾아나가며 화살을 누구에게 돌릴 것인가했다. 제가 느꼈던 것과 비슷한 느낌으로 관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런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쿠로카와 소야, 히이라기 히나타 두 아역 배우에 대해서는 “모든 스태프들이 대부분 두 명이 그 누구보다도 뛰어나다고 이야기했다. 가위바위보를 하면서 대사하는 장면은 굉장히 어렵다. 어른 연기자도 굉장히 쉽지 않은 일인데 '이렇게 하면 되겠어요'라고 하더라. 대본을 한 번 읽으면 모두 외워버릴 정도로 뛰어난 아이들이었고 저로서는 이때까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아역 연기자들이었다”고 극찬했다.

▲'괴물' 스틸. ⓒNEW
▲'괴물' 스틸. ⓒNEW

아역 배우들의 연기 디렉션에 대해서는 “아역 배우 연기 지도 접근은 ‘아무도 모른다’와 전혀 달랐다. ‘아무도 모른다’는 아이들에게 대본을 주지 않고 현장에서 직접 지금 해야 하는 것을 전달을 하면서 즉흥 연기를 하게 했다. 그 당시에는 순간순간 그 장소에 그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을 중요시했다”며 “그런데 이번 영화에서는 굉장히 복잡하고 단순하지 않은 감정을 표현해야 했기 때문에 즉흥 대사를 하는 것은 좀 위험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디션 보는 단계부터 미리 대본을 준다는 것을 전제로 아이들을 뽑기 시작했다. 당연히 이 두 소년이 가장 뛰어났다. 대본을 미리 주고 다른 영화처럼 똑같이 리딩하고 리허설을 했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성교육을 포함해 공부하는 자리를 많이 가졌다”고 밝히며 “ LGBTQ 담당 선생님을 모셔와 아역 배우는 물론 현장 스태프들 모두 교육받는 시간을 가졌다. 물론 부모님의 허락을 받고 하나하나 단계를 다 밟아나가면서 아역 배우들의 연기를 만들어 나갔다. 이번에 새롭게 시도한 접근법으로 아이들의 좋은 연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괴물' 스틸. ⓒNEW
▲'괴물' 스틸. ⓒNEW

고레에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일본의 제도 자체를 비판하고자 하는 마음은 없다”고 잘라 말하며 “다만 인간 내면 이야기를 보여준다. ‘일반적’이라는 말 혹은 호리 선생님이 자주 쓰는 ‘남자다움’ 같은 표현은 상대에게 상처 주기 위해서 쓰는 게 아니라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말이다. 그런 말은 이 소년들에게는 매우 억압적이고 폭력적으로 들릴 수 있다. 누구도 가해하려고 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피해 입게 되는 일이 있다는 것을 가장 중시했다. 이 영화의 포인트를 꼽아야 한다면 알지 못하는 사이에 생겨나는 가해와 피해에 대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약자에 관한 시선을 보여주는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 사람들의 면모를 보여주면서 끌어들이는 것은 사카모토 유지 각본가의 힘이라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 사카모토 각본가와 3년 동안 캐치볼하듯이 여러 가지 디테일한 것들에 대해서 조정하며 공동 작업을 많이 했다. 마침 코로나로 제작이 잠시 중단되어 각본가님과 함께 만들어 나가는 시간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결말에 대해서는 “각본을 고치는 과정에서 여러 형태의 결말에 대해 많은 모색을 했다. 여러 버전의 결말이 있었다. 어떤 버전에서는 굉장히 꿈 같은 느낌으로 끝나기도 한다. 달리는 기차 안에서 아이들이 기차를 타고 있는 모습으로 끝나기도 하고 부모님들이 나타나 아이들을 구해내는 그런 각본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에 그들이 구원된다라는 의미에서 본다면 꼭 마지막에 부모님을 만나서 안기면서 끝나야 되는 것만이 구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그들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긍정할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최고의 해피엔드이자 가장 좋은 방식으로 구해지는 것이 아닌가했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고레에다 감독은 “이야기의 결말이 무엇을 향해서 향해 가는가보다는 무엇이 그들에게 가장 긍정적으로 스스로를 받아들일 수 있는 결말이 될 것인가를 중요시하며 지금의 결말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또 극 중 기차라는 공간의 의미에 대해서는 “가장 스스로 자기답게 있을 수 있는 유일한 장소”라고 설명했다. 

▲'괴물' 스틸. ⓒNEW
▲'괴물' 스틸. ⓒNEW

고레에다 감독은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안도 사쿠라 배우에 관해서도 답변을 이어갔다. 그는 “안도 사쿠라 배우는 정말 하나하나 모든 신에 있어서 무엇을 지시하지 않아도 너무나 잘 해냈다. 어머니가 아들에게 느끼는 불안감이나 초조감의 디테일을 놀라울 정도로 훌륭하게 연기를 해주셨기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안도 사쿠라 배우의 캐스팅 계기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저와 사카모토 유지 각본가, 카와무라 겐키 프로듀서, 야마다 켄지 프로듀서 이렇게 4명이 각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제가 안도 사쿠라님을 기용을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왜냐하면 이전에 찍었던 ‘어느 가족’에서 함께 일했을 때 정말 밑바닥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깊이 있는 사람이고 엄청난 포텐셜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빨리 다시 안도 사쿠라 배우와 작업하고 싶었고 본인에게 출연 제안을 했다”며 배우에 대한 깊은 애정을 전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안도 사쿠라 배우의 캐스팅 과정이 쉽지 않았음도 밝혔다. 그는 “안도 사쿠라 배우가 ‘지금은 여러 가지 이유로 연기에 대한 동기부여가 생기지 않는다’고 바로 거절했다”며 “다시 전화를 걸어 1시간 정도 계속 설득했다. 그 설득의 결과로 굉장히 만족할 수 있는 좋은 연기가 나온 것이다. 제가 끈질기게 조르기를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저의 뜨거운 부탁과 함께 절반은 강제적으로 출연해 주신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캐스팅 비화를 전했다.

사카모토 유지 각본가의 시나리오 특징에 대해서도 설명을 이어갔다. 고레에다 감독은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사카모토 유지 각본가를 못된 작가라고 말했던 의미는 굉장히 사람을 괴롭히는 각본가라는 의미였다”며 “저는 각본을 쓸 때 사건보다는 일상 묘사를 계속 겹겹이 쌓아가다가 이야기로 이어지는 방식으로 쓰기 때문에 묘사가 먼저 들어가고 스토리가 나중에 형성된다. 하지만 그는 처음부터 스토리텔링이 엄청 뛰어나다. 물론 굉장히 좋은 것이지만 그 스토리텔링 자체가 일부러 오해하게 하는 것이다. 착각하게 만들고 또다시 다른 곳으로 데리고 가면서 이게 아니었나 싶게 만든다. 그래서 관객의 생각을 갖고 노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레에다 감독은 “저는 이런 식으로 관객을 끌어들인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관객을 괴롭히는 작가라는 의미에서 이야기를 했던 것이고 뛰어난 각본가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괴물' 포스터. ⓒNEW
▲'괴물' 포스터. ⓒNEW

그는 영화의 한 장면을 예시하며 “제가 직접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감정을 소리에 담아 표현하고자 한 음악실 장면 각본을 썼다면 가까운 사이의 두 사람을 등장시켰을 것이다. 그런데 사카모토 각본가는 가장 거리감이 먼 두 사람을 등장 시켰다”며 “두 사람은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는 아픔을 가지고 있다.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악기를 분다는 발상은 정말 엄청나다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어 굉장한 공부가 됐다”며 “그러한 면을 보고 사카모토 유지 각본가에게 다음에 꼭 다시 일을 하자고 부탁했다”고 말해 차기작에서 다시 협업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도저히 알 수 없는 긴장감이 유지되는 각본이라 도전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3장에 이르러서야 아이들의 세계가 나온다. 이 아이들의 세계를 맡기고 싶어서 사카모토 유지 작가가 저와 함께 하고자고 했다는 것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비유를 하자면 누군가가 던진 공을 제가 아주 잘 받아서 다시 잘 던져줘야 되는 그런 입장이었다”며 이번 각본에 끌린 이유를 밝혔다.

타인이 쓴 각본으로 작업한 것에 관해서는 “완성된 각본을 받은 것이 아니라 3년에 걸쳐 의견을 교환하면서 각본을 고쳐나갔다. 그래서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진다”며 “이때까지의 영화에 비해 모든 면에서 답이 매우 명료해 현장에서도, 편집하는 과정에서도 고민이 적었다”고 말했다. 

이 영화에서의 진짜 괴물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영화를 본 관객들 중에는 괴물은 나였구나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괴물 찾기를 하는 화살을 계속 여기저기로 돌리다가 마지막에 그 화살이 본인에게 되돌아오는 구조라는 게 이 각본에서 굉장히 뛰어난 점”이라며 “굳이 괴물이 누군지를 찾고자 한다면 우리들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구체적으로 교실 안에서는 두 소년을 적극적으로 괴롭히고 놀리는 남자아이 3명과 얼굴이 보이지 않지만 부추김을 아이들이 가장 큰 괴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괴물' 스틸. ⓒNEW
▲'괴물' 스틸. ⓒNEW

고(故) 사카모토 류이치 음악 감독의 유작이 된 이번 작품의 OST와 관련해서는 “이 영화만을 위해서 만들어주신 곡 중에서는 밤의 호수를 비추고 있을 때 나오는 음악이 좋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마지막에 두 소년을 축복하는 듯한 ‘아쿠아’라는 곡은 허락을 받기 전 이미 곡을 넣어서 편집했을 정도로 잘 어우러지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맨홀에 엎드려서 소리를 듣고 비밀 기지까지 가게 되는 장면의 곡이 아주 잘 어우러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이 작품이 사카모토 류이치 선생님의 유작이 되었다는 것을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전 세계 영화계와 음악계의 큰 손실이라고 생각한다. 남기신 곡들은 아마도 시대를 초월해 계속 듣는 음악이 될 것이다. 그분 작업에 제 영화가 조금이라도 관여했다는 자체가 저에게는 굉장히 크다”고 밝혔다.

끝으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일본의 아주 작은 마을의 아주 작은 학교에서 일어난 아주 작게 보이는 사건에 관한 이야기다. 사실 아마도 전 세계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단절을 그리고 있는 영화다. 사카모토 유지 각본가의 굉장히 뛰어난 이야기인데 코로나를 거치면서 좀 더 깊이 사회 단절의 배경들이 많이 들어가게 됐다. 꼭 극장에서 영화를 봐주시기 바란다”고 한국 개봉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괴물’은 몰라보게 바뀐 아들의 행동에 이상함을 감지한 엄마가 학교에 찾아가면서 의문의 사건에 연루된 주변 사람들 모두가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게 되는 이야기로, 오는 29일 전국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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