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채권추심은 상시적으로 이뤄지는 거예요. 그래서 (금융감독원) 제재 받았잖아요?”
IBK기업은행(행장 김성태)이 100% 지분을 가진 IBK신용정보(대표 서재홍)가 불법추심 행태를 보이면서, 구체적인 사안을 물어본 기자에게 내놓은 기업은행 관계자의 답변이다. 사안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없었다. 기업은행과 상관없는 일이며 금감원의 제재를 받았다는 입장만 되풀이 하는 뉘앙스였다.
무사안일주의(無事安逸主義)가 도진 모양이다. 아니라면 달리 설명할 수가 없다.
기업은행의 특성을 감안하면, 이해는 간다. 기업은행은 기획재정부의 통제를 받는 국책은행이다. 동시에 기타공공기관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 이른바 ‘반관반민(半官半民)’이다. 아무리 그래도 물색없이 설치면 이미지만 갉아 먹게 된다는 것은 알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사채업자들이 하는 행태를 보이고서 ‘제재’를 운운할 게 아니다.
이번 사안의 사실은 두 가지 갈래다. 기업은행의 경우 관리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자회사인 IBK신용정보는 기업은행의 카드연체 채권(2007건)의 추심을 위임받고 채권추심행위 착수 전까지 채무자에게 그 사실을 통지하지 않았다. 또 다른 하나는 한국자산관리공사와 관련 있는 연체 채권에 대해 추심을 하는 과정에서 채무자의 모친에게 채무와 관련된 내용을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통해 알렸다는 것이다. 사채업자들이 채무자가 잠적할 때 사용하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이 지경인데, 기업은행 관계자는 “채무자의 모친이 먼저 연락을 취해왔기에 채무사실을 불가피하게 전달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후안무치(厚顔無恥)가 따로 없다. 금감원의 적발사실을 부인하는 태도가 안쓰럽다. 더 놀라운 것은 추심과정에서 해당직원이 소속관계를 ‘A기금’ 소속으로 알렸다는 것이다. 추정컨대 기금으로 소속을 밝히면서 채권추심이 아닌 것으로 포장하려고 했던 듯하다.
굳이 관계 법령(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을 이야기 해야겠다. 채권추심에 대해 법은 채무사실을 채무자 이외에 사람에게 통지할 수 없도록 강제한다. 특히 채권 추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른 사람이나 특정 단체의 명칭을 무단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한다. 여차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소위 국책은행과 그 자회사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하기엔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다.
이해해 보고자 한다. 기업은행은 신용리스크가 큰 기업에 대한 대출을 크게 확대하며 건전성에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실제 기업은행의 올해 7월 말 기준 내부 신용등급 CCC+등급 이하 기업대출 잔액은 15조3,40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보다 19.83%(2조5,388억원) 증가한 수치다. 그래서 사채업자와 같은 불법 채권 추심에 목숨을 걸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고 해도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자회사가 기업은행과 계열전체(IBK캐피탈·IBK투자증권·IBK연금보험·IBK자산운용·IBK저축은행 등)에 물의를 빚고 있는데 “제재를 받지 않았느냐”는 식으로 반문할 일이 아니다. 잔잔한 웅덩이에 미꾸라지가 갑자기 나타나 휘젓고 지나가면 흙탕물이 되면서 앞뒤 분간이 안 될 정도로 맑던 물이 더러워진다. 딱 그 형국이다.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잘못된 부분에 대해 다시는 똑같은 일이 없을 것이라는 점만 이야기 하면 된다. 그런데 억울하다고 한다.
아무리 ‘반관반민’이라도 이런 식으로 임할 게 아니다. 은행권(우리은행·하나은행·신한은행·KB국민은행·농협은행·SC제일은행·대구은행·부산은행·경남은행·광주은행·전북은행·산업은행·수출입은행·카카오뱅크·토스뱅크·케이뱅크 등) 전반의 신뢰를 위한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기업은행은 사채업자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