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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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도권에서 부동산 신탁사의 신탁방식 정비사업이 빠르게 늘고 있다. 신탁사의 정비사업 참여는 2016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 이후 가능해졌다. 주로 지방에서 많이 진행되던 신탁방식 정비사업이 최근 강남, 여의도 등 서울에서도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이에 신탁사의 정비사업 수주 활동과 활성화 배경에 대해 알아보고 한다. <편집자 주>

[SRT(에스알 타임스) 박은영 기자] 서울 강남·여의도 등에서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다수 추진 중인 가운데 최근 들어 신탁방식 정비사업이 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단지는 통상 주민들로 이뤄진 조합이 사업 시행자 역할을 하는 조합방식 추진이 많았다. 하지만 고금리와 원자잿값 상승으로 공사비 갈등을 겪는 사업장이 늘면서 신탁방식에 대한 선호가 높아진 것이다. 신탁사가 전문적으로 자금의 조달 및 공사발주, 관리, 운영 등을 대행하는 만큼 사업 안정성과 추진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신탁방식 정비사업의 장점으로 꼽힌다. 

신탁사의 정비사업 참여는 신탁사가 시행하는 ‘사업 시행자’ 방식과 조합업무를 대행하는 ‘사업 대행자’ 방식으로 나뉜다. 사업 시행자 방식은 신탁사가 사업 시행 주체로 조합 또는 주민대표회의에 의견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사업 대행자 방식은 조합이 사업 시행을 주체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신탁사가 그 외 업무를 담당한다.

◆수도권 재건축 단지 위주 신탁방식 정비사업 추진 활발

2일 한국토지신탁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해 2분기 기준 수도권 21개 사업장(약 2만 가구 규모)을 확보하는 등 사업시행자 방식 추진 업무협약을 다수 체결하며 정비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토지신탁은 올해 ▲1월 남양주 다산동 신우가든 소규모 재건축 ▲3월 서울 영등포 1-11구역 ▲6월 서울 여의도 삼익 재건축 ▲7월 서울 송파구 삼전동 모아타운·마곡 신안빌라 재건축·목동10단지 재건축 ▲8월 서울 서초구 삼풍아파트 재건축 등 정비사업 조합과 사업시행자 방식 추진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한국토지신탁이 시행 중인 서울시 첫 신탁방식 재개발 성공사례 ‘흑석11구역 재개발(1,509가구)’의 이주율이 98%를 넘었고 ‘인천 학익 SK VIEW 재개발(1,581가구)’은 공정이 60% 이상 진행돼 내년 하반기 입주를 앞두고 있다. ‘신길10구역 재건축(812가구)’은 관리처분인가 이후 이주 개시 3개월 만에 70%가 이주를 완료했다.

코람코자산신탁은 현재 총 12개 정비사업 현장을 수주했다. 이 가운데 4개 단지를 이미 준공시켰다. 지난해 12월 서울 마포구 한강변에 위치한 망원동 453-3번지 일대에서 노후주택과 다세대주택 토지소유자를 모아 코람코 망원동 정비사업을 수주했다.

코람코자산신탁은 올해 5월 서울 양천구 신월동 신월시영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와 KB부동산신탁과 3자간 업무협약을 맺었다. 8월에는 총 117명의 토지등소유자로 구성된 잠원래미안플라자재건축위원회로부터 ‘래미안 신반포팰리스상가 재건축사업’의 시행자로 선정됐다. 이는 아파트단지 내 상가가 신탁사에 의해 재건축되는 첫 번째 사례다.

◆둔춘주공 조합의 시공사 갈등 사례 후 신탁방식 관심 높아져

신탁사의 정비사업 진출이 가능해진 것은 지난 2016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 이후다. 법 개정 이후 지방에서 자주 보이던 신탁방식 정비사업이 수도권까지 영역을 넓힌데는 최근 고금리와 원자잿값 인상과 더불어 둔촌주공 조합과 시공사의 갈등 사례가 언론에 알려진 영향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2016년 도시정비법 개정 직후 신탁방식 정비사업은 수도권에선 크게 활성화 되지 않았고 주로 지방에서 이같은 방식으로 추진하는 곳이 많았다"며 "올해는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의 갈등으로 공사가 중단되는 사태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며 신탁방식 정비사업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조합이 시공사와 논의할 경우 전문성 부족으로 공사비 관련 대응이 미숙하고 시공사의 전문가 집단을 대하는 데도 부담이 있어 신탁사를 끼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신탁방식 정비사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신탁사에 정비구역 지정을 제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정비구역 지정과 사업계획 수립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수도권 노후단지 비율이 높아졌고 공급도 부족한 만큼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수도권 주택 공급이 중요한 시점일 것"이라며 “사업 주체가 건설사가 아닌 금융사(신탁사)다 보니 금융감독원의 제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업 투명성을 높일 수 있어 관리감독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분양수익의 1~4% 수수료…"리스크와 비용부담 저울질 필요" 

다만 신탁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할 경우 큰 비용의 수수료 납부가 필요해 조합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수수료는 조합 분담금에 반영되는데 통상 일반분양 매출액에서 1~4% 수준으로 책정된다. 서울 재건축 단지의 분양 수익이 1,000억원 대라면 수수료 또한 수십억원이라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방은 수익성이 높지 않다보니 1% 이상 수수료가 책정되기도 하지만 수도권은 1%대 수수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며 “부동산 신탁업계도 경쟁이 있는 만큼 수수료를 높게 책정하려 하지 않는다. 조합은 공사비 증액 부담을 떠안기 보다 기회비용으로 수수료를 지불하는 방안을 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과거 금융위기를 거치며 시행·시공이 구분 됐다. 시공사는 도급비만 받는 구조지만 시행사가 열악하거나 자금력이 없으면 사업 자체가 불안정해진다”며 “자금을 조달해줘야 하는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전문성 있는 신탁사의 책임 또는 확약에 대한 선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실장은 “신탁방식 정비사업에 대한 조합 선택에는 리스크와 비용에 대한 저울질이 필요하다"며 "조합이 정비사업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수수료 지불을 선택할 뿐 신탁방식이 필수인 것도 아니기 때문에 기회비용을 고려해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 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다만 그동안의 정비사업장에서 벌어졌던 관행들을 보면 조합이 가진 영세성, 비전문성, 비리로 인한 갈등, 자금 조달 열악성과 금융비용 이자율을 따졌을 때 1~4% 수준 수수료가 나쁘지만은 않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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