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유럽 등 주요 해외시장에서 견조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글로벌 신흥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인도시장에서도 점유율을 늘리고 있으며, 불확실성 등 위험요소가 많은 중국에서도 판매 확대를 노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친환경차 등을 앞세워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이에 SR타임스는 현대차그룹의 해외시장별 판매 현황과 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현대차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현대차

[SRT(에스알 타임스) 김건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를 주력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1~6월) 국내외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10.9% 늘어난 365만7,382대를 판매했다. 해외시장만 놓고 보면 현대차는 전년 동기 대비 9.1% 늘어난 168만4,912대를 판매했다. 기아는 같은 기간 대비 10.8% 증가한 128만1,067대를 팔았다. 지난 1962년 자동차 판매를 시작한 이래 최대 상반기 판매 실적을 경신한 것.

현대차그룹은 미국시장에서 리스 비중을 확대하며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 혜택에 대응했다. 유럽·중국·인도에서는 현지법인을 통해 전략 모델 등 현지화 전략을 선보이며 판매량을 늘렸다.

현대차그룹은 해외시장에서 올해 연간 판매 목표치 752만1,000대 달성을 위해 하반기에도 현지화 전략을 통해 판매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다가오는 위기를 두려워하며 변화를 뒤쫓기보다 한 발 앞서 미래를 이끌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정 회장은 “이를 위해 2023년을 ‘도전을 통한 신뢰와 변화를 통한 도약’의 한 해로 삼아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보다 나은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려 한다”며 “기존의 관성을 극복하고 계속 변화하는 능동적인 기업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경기침체 속에서 친환경차 판매량 확대 등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체력을 키운 만큼 하반기에도 해외사장에서 이같은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시장, 리스 비율 30% 늘려 시장점유율 확대

26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그룹은 올해 상반기 미국시장에서 전년 대비 16.7% 증가한 82만180대를 판매했다. 현대차는 전년 대비 15.2% 증가한 42만5,847대를 팔았으며, 기아는 같은 기간 보다 18.3% 늘어난 39만4,333대를 판매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등 친환경차 13만3,171대를 판매했는데 이는 상반기 기준 최고 실적이다. 현대차는 7만2,762대를 팔았으며, 기아는 6만409대를 판매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1대당 7,500달러(약 1,000만원)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했지만 리스 등 상업용 차량의 세액공제 조항을 활용해 미국시장을 공략한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현대차 관계자는 "기존 현대차의 리스 비율은 2~3%였지만 현재 30% 수준으로 확대했다"며 "하반기에는 판촉·마케팅에 집중해 판매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형 SUV·전기차로 유럽 공략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유럽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3.3% 늘어난 57만5,432대를 판매했다. 현대차는 같은 기간 대비 2.7% 늘어난 22만9,710대를 판매했으며, 기아도 3.8% 증가한 31만8,753대를 판매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상반기 르노그룹을 앞서며 판매량 3위에 올랐지만, 올해는 르노그룹에 밀려 판매량 4위를 기록했다. 

유럽 자동차 시장 판매량 1위는 폭스바겐이다. 폭스바겐은 전년 대비 24.9% 늘어난 137만대를 판매했다. 스텔란티스는 같은 기간 대비 7.2% 증가한 94만대를 판매해 2위를 차지했다. 르노그룹은 같은 기간 대비 30.8% 급증한 52만대를 팔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유럽시장은 실용성이 좋은 소형 SUV와 전기차 수요가 높다"며 "하반기 코나 일렉트릭, EV9 등 신형 전기차를 선보이며 유럽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자동차학부)는 "유럽시장은 충성고객이 많다"며 "추후 고객들을 더 확보한다면 이후에도 꾸준한 실적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N브랜드의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 5 N'.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N브랜드의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 5 N'. ⓒ현대자동차

◆중국시장 '투트랙' 전략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중국시장에서 전년 동기 15만4,826만대 대비 3.6% 늘어난 16만393대를 판매했다. 현대차는 같은 기간 대비 25.7% 늘어난 12만3,259대를 판매했으며, 기아는 17% 줄어든 3만7,134대를 판매했다.

현대차그룹은 중국시장에서 SUV 가성비 차량과 고성능 모델에 집중하는 '투트랙 전략'을 취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지 맞춤형 모델 준중형 세단 엘란트라, 투싼 L, ix35 등을 통해 중국시장을 공략했다. 지난 6월에는 전략 SUV모델 '무파사'를 약 12만위안(약 2,200만원)으로 출시했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중국 고객을 타깃으로 한 것이다.

또 현대차그룹은 고성능 N브랜드의 기술력을 앞세워 중국시장 내 브랜드 경쟁력 강화하는 등 N브랜드의 중국 시장 진출 본격화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4월 열린 '2023 상하이 국제 모터쇼'에서 '더 뉴 엘란트라 N'의 디자인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올해 하반기 중국시장에 더 뉴 엘란트라 N을 선보이고 내년에는 아이오닉 5N을 출시할 계획이다. 기아는 올해 EV6, EV5에 이어 내년 플래그십 SUV EV9 등 전기차를 출시해 판매량을 증가시킨다는 전략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 2021년 베이징 1공장을 중단한데 이어 지난해 충칭 5공장 가동을 중단했다"며 "현재 남은 베이징 2·3 공장 생산량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중국시장에서는 SUV와 N브랜드 고성능 모델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차종을 줄이고 전략 모델 등 주요모델을 선보여 판매를 늘려갈 계획"이라고 했다.

인도 시장 점유율 2위…소형차 중심 라인업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인도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한 43만2,118대를 판매했다. 현대차는 전년 동기 대비 10.5% 늘어난 29만6,010대를 팔았으며, 기아는 같은 기간 대비 11.7% 증가한 13만6,108대를 판매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현대차는 크레타, 아우라, 니오스 등 소형차 중심의 라인업으로 인도시장 점유율 2위다. 일본 스즈키자동차의 인도 법인 마루티 스즈키가 시장 점유율 1위다. 

현대차그룹의 인도시장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 2020년부터 3년 연속 증가했다. 2020년 18만5,128대, 2021년 36만7,738대, 2022년 38만9,790대를 판매했다.

현대차그룹은 이같은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 전략 모델 강화, 현지 생산 능력 확충, 전동화 전황 등으로 인도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이달 현지에서 수요가 많은 소형 SUV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전략 모델 소형 SUV ‘엑스터’를 내놨다. 현대차가 인도시장에 전략 모델을 출시한 것은 위험요소가 있는 중국시장을 대체할 수 있는 인도시장의 중요도가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대차 인도법인의 생산력은 지난 2018년 65만대에서 지난해 75만대로 늘었다. 기아는 생산 차종을 확대하고 인도 215개 도시에 있는 300개 가량의 판매점 수를 앞으로 2배 이상 늘려 판매 네트워크도 강화하는 등 인도시장 점유율을 현재 6.7%에서 10%까지 높일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인도는 현대차그룹이 가장 먼저 현지 생산공장을 준공한 곳으로 자동차 생산 인프라가 중국 다음으로 많이 구축돼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1998년 인도 첸나이 공장을 준공했다. 이어 2002년 중국 북경 1공장, 2005년 미국 앨라배마공장을 완공한 바 있다.

김필수 교수는 "중국은 전기차가 연간 2,500만대 판매되는 시장이지만 애국주의 성향, 한류 제한령 등 위험요소가 있다"며 "중국 전략 모델을 선보여 판매량을 늘리는 것도 좋지만 대체 시장인 인도시장을 공략해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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