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아이오닉 5'.ⓒ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아이오닉 5'.ⓒ현대자동차

전세계적으로 자동차 시장의 주도권이 130년간 이어져온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전기자동차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도요타, 벤츠, 람보르기니 등 국내외 기업들은 전동화 전환에 많은 금액을 투자하며, 전동화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의 핵심인 1회 충전으로 갈 수 있는 최대 주행거리를 늘리는 것에도 관련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있다. 반면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전환으로 인한 인원감축, 전기차 정비 업체 부족, 전기차 화재 발생 대책 미흡 등 여러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어, 법 정비와 같은 관련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SR타임스는 국내외 기업들의 전동화 전환 현황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SRT(에스알 타임스) 김건 기자] 미국, 유럽 등 전세계 주요 국가들이 친환경 정책을 시행하면서, 현대자동차, 도요타, 벤츠, 람보르기니 등 국내외 자동차 기업들이 기존 내연기관 위주의 자동차 생산에서 벗어나 전동화 전환을 통한 전기차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지난 2021년 국내외 시장에서 판매된 전체 자동차 8,000만대 중 전기차는 약 1,000만대가 판매되며, '13%'의 비중을 차지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6월 전동화 전환 핵심 전략인 '현대 모터 웨이'를 발표하며, 109조4,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투자에 나선다고 밝혔다.

일본 도요타는 4종의 배터리를 자체 개발해 오는 2026년까지 배터리 전기차(BEV) 150만대를 생산하겠다는 전동화 전략을 발표했다.

슈퍼카 브랜드 람보르기니도 오는 2028년까지 100% 순수전기차를 출시하는 전동화 추진 전략을 발표했으며, 독일의 벤츠도 오는 2030년까지 모든 차량을 순수 전기차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전동화 전환 핵심 전략 '현대 모터 웨이'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6월 올해부터 2032년까지 10년간 총 109조4,000억원을 투자하는 중장기 재무 계획 '현대 모터 웨이'를 발표했다. 이 중 현대차그룹은 전동화에 35조8,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대 모터 웨이는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IMA) 도입 ▲전기차 생산 역량 강화 ▲배터리 역량 고도화 및 전 영역 밸류체인 구축 추진 등 3가지 전략이 골자며,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전기차 판매 목표를 올해 33만대, 2026년 94만대, 2030년 200만대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수소, 자율주행, SDV(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진화하는 자동차), 로보틱스,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에 대한 투자도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전동화 전환 가속화 ▲SDV 고도화 ▲차세대 신기술 개발 ▲신사업 경쟁력 확보 등 전동화 체제 전환을 위해 연구개발본부 조직을 기존 완성차 개발 중심의 중앙 집중 형태에서 독립적 조직들간의 연합체 방식(ATO)으로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달 탄소중립과 모빌리티의 가치확장을 목표로 오는 2026년까지 배터리 전기차(BEV) 150만대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한 토요타는 출시 예정인 차량 모델의 차체, 섀시, 전자 플랫폼, 소프트웨어 플랫폼 등을 모두 리뉴얼해 순수전기차(BEV) 팩토리에서 생산하는 전동화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람보르기니는 지난달 브랜드 최초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차 '레부엘토'를 공개했고, 벤츠는 오는 2025년까지 모든 신차를 전기차 전용 아키텍처(구조) 기반 전기차로 출시할 예정이다.

◆전기차 핵심, 최대 주행거리 '전쟁'

국내외 기업들은 전기차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를 기록하기 위해 사활을 걸었다.

현재 출시된 전기차들의 1회 충전 최대 주행거리는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루시드모터스의 루시드 에어 그랜드 투어링이 1회 충전 시 830㎞의 주행거리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테슬라 모델S로 1회 충전 주행거리 652㎞를 기록했으며, 현대자동차의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6는 581㎞로 3위를 차지했다.

이어 테슬라 모델3(576㎞), 메르세데스-벤츠 EQS 세단(563㎞), 테슬라 모델X(560㎞), 테슬라 모델Y(531㎞), GMC 허머 픽업(529㎞), 리비안 R1T(528㎞), BMW iX(521㎞) 순이다.

기아의 플래그십 전동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9은 99.8kWh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하고 3D 언더커버, 공력 휠, 프론트 범퍼 에어커튼 등을 적용해 501km의 1회 충전 주행거리를 달성했다.

도요타는 오는 2026년까지 20분 충전에 1,000km를 달리는 고성능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며, 오는 2027년까지 10분 이내 충전 1,200km를 주행이 가능한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벤츠는 지난해 공기역학적 디자인과 초고효율 전기 구동 시스템을 적용한 콘셉트카 EQXX를 개발해 배터리 잔량이 약 15%를 남긴 상태에서 1,000km 주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폭스바겐은 1회 충전 최대 700km 주행이 가능한 중대형 프리미엄 전기세단 ID.7을 공개했다. 폭스바겐은 올해 유럽과 중국시장에 ID.7을 출시하고, 오는 2024년에는 북미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자동차 전문가들 "인원감축 우려…화재 등 비상상황 대책 미흡"

전세계 자동차 기업이 전동화 전환으로 인해 인원감축, 전기차 화재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미흡한 상황이다.

미국 자동차 업계는 이미 인원감축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자동차 전문가들은 한국도 곧 이러한 문제들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미국 포드는 지난해 미국에서 3,000명, 올해 초 유럽에서 3,800명을 감원한데 이어 북미에서 1,000명을 추가로 해고한 바 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부품 수가 40% 적어, 적은 인력으로도 조립·생산이 가능하다. 또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는 호환성이 낮아 인력 전환 배치가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전기차를 정비할 수 있는 정비소가 크게 부족한 가운데 전기차가 늘어나게 되면 호환성이 낮은 기존 내연기관차 정비 업체들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내 전기차 정비소는 약 1,300곳으로, 내연기관차 정비소 4만5,000곳 대비 3% 수준에 불과하다. 또 국내 정비업체 대부분이 전기차 정비가 불가능해, 전기차 수리 기간은 1~2개월이 소요되고 있다.

전기차를 정비하기 위해서는 전기차 정비 기기나 전문가가 필수적이지만 현재 관련 전문가 양성기관도 부족한 상황이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교수(자동차학과)는 "자동차 제작사가 소프트웨어 기술을 공개해야 정비 업체가 정비가 가능하지만 현재 제작사 입장에서 기술을 공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자동차학과)는 "정부 차원의 전기차 정비 교육이 시급하다"며 "구매 보조금을 등에 업고 판매에만 치중하는 전기차 제조 업체가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교육기관에서 전기차 정비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며 "정비업계도 몇년 전부터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어 난처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폐쇠적인 환경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한 대책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전기차 화재의 주요 원인은 배터리 화재로, 배터리가 외부로부터 큰 충격을 받으면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는 '열폭주'가 발생한다.

미국의 경우 대부분 넓은 공간과 정원을 가진 단독 주택이 많아 충전기 설치가 상대적으로 수월해 화재가 발생해도 화재 진압이 어렵지 않다. 반면, 대한민국은 도시의 70%가 아파트 등 집단거주 형태이며, 전기차 충전 시설은 지하주차장 등 폐쇠적인 공간에 주로 구축돼 있다.

폐쇠적인 공간에서의 배터리 화재 진압과 관련해 국내 소방청, 경찰청 등은 제대로 된 대처 메뉴얼 조차 없는 실정이다.

김필수 교수는 "전기차 화재는 높은 열과 확산 속도가 일반 차량과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안전을 충분히 고려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현재 민·관·학·연이 안전 방화벽, 방화셔터, 감시카메라, 소화기 설치 의무화 등 다양한 안전시설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전기차 충전시설의 지하화는 여전히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호근 교수는 "내연기관차 화재 발생 시 가솔린, 경유 등 연료를 진화할 수 있는 물질이 개발돼 있지만 전기차는 리튬 이온 배터리 등의 배터리 화재 발생을 진화할 수 있는 물질이 개발돼 있지 않다"며 "전기차 배터리는 화재 발생 시 내연 기관 대비 화재 번짐 속도가 빨라 대처 메뉴얼이 필수"라고 말했다.

아울러 자동차 기업들이 대책을 마련하고 관련된 투자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가이드 라인이 필수적이지만, 현재 정부는 전기차 관련 전문가가 부족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이호근 교수는 "정부가 심각성을 인지하고 관련 전문가를 확보해 선도적인 정책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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