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최근에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에게서 듣게 된 “순리대로”라는 말이 떠오른다. 함 회장이 순리라는 말을 꺼낸 것은 채용비리 재판과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행정소송을 진행하던 때였다. 당시는 본인의 위치가 한 순간에 바뀔 수 있는 차기회장 선임 시기였다. 그는 초연한 듯 “재판 결과든, 차기 회장 선임 결과든 순리대로 임할 것”이라고 여러 번 기자에게 강조했다.

순리라는 사전적 의미가 주는 '묘미(妙味)'가 미묘하게 끌린다. 도리나 이치에 순종한다는 뜻으로 한자어로는 각각 順(순할 순), 理(다스릴 리)를 쓴다. 주어진 환경이 어렵더라도 반드시 목표치를 달성하겠다는 경영 철학을 함 회장 스스로 말하고 싶었던 듯하다.

하나금융은 순리대로 임할 것이라는 함 회장의 철학과 맞닿아 순항 중이다. 숫자로 된 경영실적을 보면 이자이익이 1년 전보다 20% 가까이 늘면서 지난해 연결순이익은 3조6,257억원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특히 주력 계열사인 은행만 살펴보면 하나은행은 지난해 3조1,692억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리딩뱅크’ 자리를 차지했다. 신한은행이 3조450억원, KB국민은행이 2조9,960억원, 우리은행이 2조9,310억원 순이었다. 기존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양강구도에서 하나은행이 리딩뱅크 타이틀을 거머쥔 건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가히 ‘함영주 매직’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올해엔 함 회장이 해야 할 일이 많다. 당장 하나금융 비은행 계열사의 순이익 부진을 털어내야 한다. 하나금융의 비은행 부문 기여도는 2019년 24%, 2020년 34%, 2021년 35% 수준까지 성장하다가 지난해에 뒷걸음질 쳤다. 증권사와 보험사가 없는 우리금융그룹과 비슷한 수준인데, 비은행 계열사가 힘을 쓰지 못하고 적자전환 할 경우 3위 자리도 위태롭다. 올해 하반기부터 금리인상 기조가 진정되면, 결국 비은행 성과에 따라 성적표가 갈릴 수 있어서다.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결국 시장의 신뢰다. 간단히 말해 고객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점을 공감했는지 함 회장은 지난달 27일 임원간담회에서 40년의 역사를 지닌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단 36시간 만에 파산하는 사례를 제시하며 ‘신뢰 회복’이라는 화두를 들고 나왔다. 상생을 통한 한 단계 도약 방안을 고민하고 실천하자는 그의 외침이다.

하나금융이라는 배를 순항시키고자 한다면 함 회장의 말 한마디가 결정적일 수밖에 없다. 한 가지 우려스럽다면 함 회장의 말 한마디가 ‘불후의 명언’으로 끝나지 않길 바랄 뿐이다. 그러려면 하나금융 모든 직원들이 신뢰를 강조한 최고경영자(CEO)의 언사를 두고 마주치기 싫은 '꼰대의 외침'으로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신뢰를 얻는 방법은 쉽다. 매일 아침 하나금융의 계열사 한 지점에 돈을 맡기러 오는 나이 지긋한 고객 마음부터 온전히 보듬는 것. 이처럼 간단한 일이다. 함 회장의 순리라는 경영 철학과 신뢰가 만나 하나금융 전체에 신선한 새 바람이 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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