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 ⓒKT
▲구현모 KT 대표. ⓒKT

-정치적 외풍에 연임 포기 가능성 커…관료 출신 수장 나올 수도

[SRT(에스알타임스) 이승규 기자] 구현모 KT 대표가 지난 23일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군에서 사퇴했다. 구 대표는 앞서 일관되게 적극적으로 연임 의지를 드러냈지만, 이날 갑자기 사퇴하기로 한 것이다. 구 대표는 임기가 만료되는 다음달까지 일정을 소화한 후 대표 자리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구 대표의 사퇴를 놓고 여러가지 얘기가 흘러나온다.

24일 재계 일각에서는 구 대표의 사퇴 원인을 정치적 외풍으로 꼽고 있다. 구 대표는 사상 첫 서비스 매출 16조원 달성, 주가 상승,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 디지코(DIGICO) 경영의 가시적인 성과 등으로 주주들의 반응을 이끌어내며 연임 가능성을 높였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KT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구 대표에 연임에 대해 반대 의사를 비치고 윤석열 대통령도 "주요 기관 투자자가 주식을 보유한 기업의 의사 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한다"고 국민연금에 힘을 실어주는 등 정치권의 압박이 점차 강해졌다. 구 대표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공개경쟁을 '역제안'하는 등 정공법을 선택했지만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사퇴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또다른 일각에서는 구 대표가 사내 후보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사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다른 사내 후보들에게는 '법적 리스크'가 없어 정치적 외풍에 비교적 덜 흔들릴 수 있어서다. 현재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논란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구 대표는 가시적인 성과에도 정치적 외풍에 흔들렸다. 

사내 후보 중에서는 윤경림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이 가장 유력한 후보자로 꼽힌다. 윤 사장은 구 대표가 2021년 9월 직접 데리고 온 대표적인 '구현모 라인'으로 알려졌다. 

윤 사장은 구 대표와 함께 디지코(DIGICO) 사업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 사장은 KT그룹에서 계열사 간 시너지 향상을 위한 전략 구축을 담당했던 만큼 DIGICO 사업을 이어받기에 적임자다. 또 지난해 KT가 CJ ENM과 '콘텐츠 동맹'을 맺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그룹 현안을 총괄하며 지난해 메가히트를 기록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제작에도 기여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윤 사장은 구현모가 진두지휘한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인 셈이다.

다만, 재계에서는 윤 사장이 차기 CEO가 될 가능성이 적은 편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주요 기업에서 관료 출신 인사가 차기 수장을 맡는 인선이 반복되는 데다 현 정권이 기업 수장 교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만큼 이번에도 비슷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 이유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압박에 신한금융, NH농협금융, 우리금융 등의 수장이 연임을 포기했다. 금융지주 3곳 가운데 NH농협금융과 우리금융 수장은 외부 인사이면서 전직 관료 출신으로 교체됐다. 다만, 신한금융은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회장에 오르며 내부 출신 인사가 사령탑이 됐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임 실패 사례를 봤을 때 이번 정부의 성향이 밀어붙이는 스타일인 만큼 사내후보가 수장이 될 확률은 적어보인다"며 "이전 사례를 봤을 때 대표 내정자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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