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호텔 월드 로비 1층에서 운용되고 있는 'LG 클로이 가이드봇' ⓒ롯데호텔
▲롯데호텔 월드 로비 1층에서 운용되고 있는 'LG 클로이 가이드봇' ⓒ롯데호텔
2022년은 미국발 초긴축 통화정책, 미·중 무역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 금리인상 등 국내외로 경제적인 악재가 이어진 한해였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유통업계는 제품 가격을 인상하고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매출 급감에 대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이에 SR타임스는 올해 유통업계의 주요 이슈를 짚어봤다. <편집자 주>

[SRT(에스알 타임스) 박현주 기자] 올해 유통업계는 온·오프라인 사업 통합에 힘썼다. 올해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후 증가한 외출 수요에 따라 오프라인 매장 살리기에 나서는 한편, 온라인 플랫폼과의 통합을 시도하며 고객의 발길을 잡는 데 힘썼다. 

리테일 테크 도입 및 운용 봇물

유통업계는 리테일 테크 도입 및 운용이 활발했다. 키오스크(무인단말기) 결제, 무선인식(RFID)태그가 붙은 상품판매 및 재고관리, 상품제조 로봇 및 드론배송 운용 등 리테일 테크 도입 사례가 많았다. 특히 최신 디지털 시대 트랜드에 맞춰 로봇 도입이 한창이었다. 편의점은 치킨 제조 로봇을 도입했고 호텔은 가이드봇을 도입했다. 로봇배달 서비스 상용화를 위한 테스트 작업도 진행됐다. 다만 상용화까지는 관계자들과의 협의가 필요하고 법적 규제로부터의 승인, 이용 니즈 파악 등 아직 해결해야할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

◆식품업계, 헬시플레저 '바람'

헬시플레저 관련 상품들이 줄지어 출시됐다. 헬시플레저란 건강을 즐겁게 관리한다는 의미로 과거에는 입에 쓴 것이 건강에도 좋다는 인식이 강했으나 현재는 영양가도 높고 맛도 있는 음식을 섭취하려는 추세로 사람들의 입맛이 변화했다. 이에 따라 식품업계는 대체육을 비롯한 맛있는 비건식, 칼로리는 낮추면서 맛은 살린 제로칼로리 음료,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으면서도 맛좋은 고단백질 영양바, 기름기 덜어낸 건면 등 건강에 좋으면서도 맛있는 음식을 내놓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홈쇼핑 3사, 올해 히트상품은 패션

롯데홈쇼핑·현대홈쇼핑·CJ온스타일 등 홈쇼핑 3사의 히트상품은 패션이었다. ​엔데믹으로 야외활동이 증가했다는 것을 톡톡히 방증했다. 특히 홈쇼핑 3사가 공개한 잘 팔리는 상품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패션 브랜드들의 경우 엔데믹에 돌입하면서 실내나 실외에서 모두 겸하기 좋은 고프코어 룩 스타일인 경우가 많았다. 코로나19로 야외 스포츠가 인기를 끌자 레포츠 패션 가운데 골프에 대거 입문했던 MZ세대 덕에 3사 모두 골프웨어도 잘 팔렸다. 다만 고물가로 가계부담이 가중되면서 차차 골프 수요가 사그라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온라인 가상공간 메타버스 활용 속도

유통업계가 업무 효율 및 사내 문화 제고와 함께 더 이색적인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온라인 가상공간인 메타버스 활용에 속도를 냈다. 아워홈은 메타버스 가상공간 소마에 고객상담센터를 여는 시도를 했다. 직원들이 오프라인으로 근무하는 대신 소마에 접속만 하면 되고 가상공간 상에서 상담원들이 모여있어 비대면 근무 상황 속에서도 바로 업무 협업이라든지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졌다. 대상은 메타버스 가상공간에 우주라이크 라는 사내 커뮤니티를 세웠다. 우주라이크는 89년생 이하 MZ세대 직원들이 접속해 익명으로 소통하는 가상 공간으로 메타버스 플랫폼 ZEP 앱에 사원 코드를 입력하고 접속하면 가상공간에서 익명의 아바타로 활동하며 취미 등을 공유했다. GS리테일은 메타버스 공간에 GS25신한메타버스점을 열고 시범 운영했다. 고객들이 신한은행 메타버스 플랫폼 시나몬에 접속해 아바타로 GS25신한메타버스점을 돌아다니며 진열대 상품을 클릭하면 GS25의 커머스 화면으로 연결되는 링크 주소를 전송받거나 키프티콘 형태로 구매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퀵커머스, 새 먹거리로 부상

퀵커머스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 퀵커머스는 1시간 이내 즉시 장보기, 바로 배송 서비스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퀵커머스 서비스 이용이 급증했다. 특히,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등 배달앱 3사의 퀵커머스 시장 경쟁이 치열했다. 퀵커머스 시장은 물류센터, 배송 서비스 플랫폼, 라이더 등 1시간 내 배송을 위한 제반 사항이 확보되지 않으면 진입이 쉽지 않다. 유동인구가 많고 구매력이 높은 서울 강남, 송파구 일대를 중심으로 테스트 운영이 진행됐으며 묶음 배송으로 인한 배송시간 지연을 막기 위해 초소량 단건 서비스를 도입하거나 물류센터 확보를 통한 촘촘한 배송망 구축에 힘썼다.

▲지난 5월 28일 진행된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 총파업 결의대회.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
▲지난 5월 28일 진행된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 총파업 결의대회.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

​​◆화물연대 파업에 빚어진 소주 대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의 올해 6월 파업으로 하이트진로 이천·청주 공장의 제조생산이 하루 평균 출고량의 57% 수준으로 떨어지며 제품 출고량에 문제가 생겼다. 이에 따라 이마트24, CU 등 편의점 업계는 점포마다 발주하던 하이트진로 소주 제품군의 발주량을 제한하거나 발주 정지를 예상하며 파업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이후 화물연대는 파업에 돌입한 지 8일만에 국토교통부와의 협상이 극적 타결되면서 파업을 일단락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현장으로 복귀한 지 5개월만인 올해 11월 24일 또다시 무기한 총파업을 재개하면서 물류 대란을 일으켰다. 이후 업무개시명령 발동 등 정부의 강경 대응으로 12월 9일 화물연대는 조합원을 상대로 파업 종료 찬반 총투표를 진행했고 그 결과 조합원 2만6,144명 중 3,574명(13.67%)이 투표에 참여, 이 중 2,211명(61.82%)이 파업 종료에 찬성, 1,343명(37.55%)가 반대하면서 파업 종료가 가결됐다. 재파업에 돌입한 지 16일만의 결정으로 물류대란이 종료됐다.

​​◆가상인간에 꽂힌 유통사

유통업계가 가상인간 마케팅에 주목했다. 가상인간은 시공간의 제약없이 홍보하는 아바타로서의 활용도가 크고 실제 사람인 모델을 고용해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또 소비시장의 주축으로 떠오른 MZ세대와의 소통에서 신기함, 신선함을 앞세워 이목을 끌기에 좋다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롯데홈쇼핑의 가상인간 루시, 파리바게트 앰배서더 와이티, 롯데칠성음료 류이드가 광고모델 및 홍보대사로 기용돼 마케팅에 활용됐다.

​​◆편도족·밀프렙족 잡아라

식자재 물가 상승으로 나가서 먹는 점심식사 한끼 가격이 만만치 않은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 현상이 심화되면서 편도족(편의점 도시락 족), 밀프렙족(식사를 미리 준비하는 사람)이 늘어난 한 해였다. 유통업계는 영양가와 가성비를 갖춘 도시락과 간편식을 잇달아 내놓고 고객 잡기에 나섰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는 풀무원과 협업해 도시락의 영양분 끌어올리기에 초점을 맞췄고 한솥은 흔히 오리는 비싸다는 편견을 깨고 가격을 6,900원대로 책정한 오븐구이 오리 도시락을 내놨다. 이마트24는 직장인과 1~2인 가구가 오른 점심값에 도시락뿐 아니라 햄버거, 샌드위치 등 조리빵으로 한 끼를 해결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 빵 시리즈를 선뵀고 GS25는 제육볶음, 불고기볶음, 비엔나소시지, 치즈함박&파스타과 같은 음식을 반찬가게에서 판매되는 여느 반찬들처럼 한 용기에 하나의 음식만 담은 간편식 시리즈를 내놨다.

​◆치킨 반값 경쟁

고물가 속에 대형마트가 초저가 치킨 판매 경쟁을 벌였다. 홈플러스가 올해 6월 말 당당치킨을 내놓으면서 시작됐다. 롯데마트 한통치킨 7,800원, 홈플러스 당당치킨 6,990원, 이마트 후라이드 치킨 5,980원 식이었다. 프랜차이즈 치킨 본사가 닭 곡물사료와 닭 튀기는 식용유 값이 오르면서 치킨값 인상을 단행한 가운데 배송비 3,000원을 얹으니 소비자들은 치킨 한 마리 사먹는데 2만원 정도를 쓰게 되면서 소비자의 불만이 속출했다. 이와 관련 프랜차이즈 치킨 업계는 마트 치킨과 프랜차이즈 치킨은 비교 자체가 안 된다는 입장이다. 프랜차이즈 치킨 본사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치킨은 10호 닭을 쓰지만 마트는 10호보다 작은 8~9호 닭을 사용하고 염지도 서로 다른 방식"이라며 "닭 종류나 맛, 메뉴, 제조공정 면에서 마트와 아예 다르다"고 말했다.

​◆가성비 vs 가심비

소비자 구매 심리를 대변하는 키워드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와 가심비(가격 대비 만족도)가 부상했다. ​물가나 소비자 심리가 여실히 반영되는 올해 추석 선물세트 구입에서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과 가심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로 나눠지는 현상이 뚜렷했다. ​대형마트나 지역마트의 5만원 이하로 내놓은 실속 선물세트를 찾는 가성비족이 많았다.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 이후 처음으로 맞는 명절인 만큼 30만원 이상의 비교적 고가의 선물세트로 만족감을 얻는 가심비족도 상당했다. 소비자 구매 심리가 가성비와 가심비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고물가에 방어적인 소비 태세를 갖추면서도 최대한으로 만족감을 끌어올리는 형태로 소비가 이뤄졌다.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