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속 서버용 D램 모듈 ‘MCR DIMM’ 이미지. ⓒSK하이닉스
▲세계 최고속 서버용 D램 모듈 ‘MCR DIMM’ 이미지. ⓒSK하이닉스

국내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력 상품인 메모리반도체의 가격 하락과 수요 감소로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올해 3분기 양 사는 반도체 산업을 기준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모두 감소하는 등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올해 4분기에도 영업이익이 모두 역성장해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메모리반도체 산업은 적어도 내년 하반기는 돼야 회복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양 사의 경영전략이 중요해진 시점이다. 이에 SR타임즈는 각 사의 올해 성적표를 돌아보고 내년 경영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4분기 적자전환 전망…내년 상반기에만 적자 2조 이를 듯

[SRT(에스알 타임스) 이승규 기자]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올해 4분기 적자전환이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고부가·고가치 판매 전략과 재고 관리에 집중해 이를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까지 견고한 수주에 힘입어 괜찮은 성적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의 올해 반기 매출은 25조9,666억원으로 전년(18조8,158억원)보다 38% 성장했다. 영업이익도 7조522억원으로 전년(4조189억원)보다 75%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 3분기부터 거시경제 불확실성에 따라 메모리반도체가 '직격탄'을 맞았다. 경기침체 우려 속 PC·스마트폰 등 완제품(세트)의 수요가 줄어들었고 미국의 금리인상까지 겹치며 수요가 얼어붙은 것이 그 원인이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매출은 11조8,053억원을 기록했던 전년 동기 대비 7% 하락했으며 영업이익도 4조1,718억원을 기록했던 전년 동기 대비 60% 하락했다.

메모리반도체의 수요는 줄어드는데 재고는 쌓이며 가격이 하락하는 악순환이 지속될 전망이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교수(경제학부)는 "코로나 엔데믹에 따른 세트 판매량 감소와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이 겹치며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만큼 메모리반도체의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증권가는 SK하이닉스가 4분기에 적자전환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상장기업분석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4분기 4,86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에프앤가이드는 SK하이닉스가 내년 1분기와 2분기에도 각각 1조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메모리반도체의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내년 3분기 이전까지 '버티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가 유독 타격이 큰 이유는 산업 매출의 대부분이 메모리반도체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의 매출의 95%를 메모리반도체가 담당하고 있다.

악성재고도 문제다. 재고가 쌓이며 메모리반도체의 가격도 하락세다. 주문을 받은 후 제작에 들어가는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과 달리 메모리반도체는 기성품처럼 물건을 만들어놨다가 판매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수요가 줄어들면 재고 관리가 힘들어진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재고일수는 31주에 육박한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 연구원은 "현재 남아있는 재고만으로 추가생산 없이 내년 영업이 가능한 수준"이라며 "증가한 재고는 실적에 가장 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설투자(CAPEX) 비용도 부담이다. SK하이닉스 지난 3분기 컨퍼런스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CAPEX 비용에 10조원 후반대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에도 10조원 안팎의 비용을 지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긴축경영과 기술적 격차를 통해 이를 타파해 나갈 방침이다. 특히, 적극적인 재고관리에 나선다. 

성태윤 교수는 "내년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SK하이닉스의 매출 감소에 의한 감산 압박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감산을 하는 한편 기술적 격차를 통해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수익성이 낮은 제품들 위주로 감산을 실행한 후 최첨단 메모리제품의 원가 경쟁력 강화를 통해 실적을 개선한다는 것이 그 골자다. 최근 SK하이닉스는 최첨단 공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앞서 지난 8월 SK하이닉스는 현존 최고층인 238단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했으며 세계 최고속 서버용 D램 'MCR DIMM' 개발에도 성공했다.

CAPEX 비용도 줄인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내년 CAPEX 비용을 올해 대비 절반 이상 줄인다고 밝혔다.

이런 긴축경영은 국내 반도체 맏형인 삼성전자와 궤를 달리한다. 삼성전자는 투자 감소와 감산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현금 보유량이 약 5조원인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120조원을 가진 삼성전자와 전략을 달리 가져갈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삼성전자와 달리 '안정성'에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교수(경영학부)는 "악성 재고가 많이 쌓이게 되면 기업 실적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자체적인 분석을 통해 재고관리에 나섰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런 SK하이닉스의 경영 전략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교수(경영학부)는 "SK하이닉스는 재고 관리를 하는 동시에 DDR5, 고속 서버용 D램 등 기술력을 토대로 이번 상황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며 "어려운 상황에서 생산에 대한 규모를 줄여나가고 중장기적으로 사업 다각화를 통해 리스크를 줄여 나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진단했다.

만약, 내년 하반기에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이 살아나면 SK하이닉스는 적극적인 재고관리를 통해 이번 부진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상용 대림대학교 교수(반도체학과)는 "이번 실적 부진은 업황이 좋지 않아서 발생한 주기적인 현상"이라며 "메모리반도체 산업이 5년에서 6년 동안 상향 곡선을 그렸다가 이번에 하락하는 주기적인 현상인 만큼 일시적으로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반도체 불황이 내년 3분기에 끝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3분기에 좋아진다고 얘기 하지만 얼마만큼 좋아질지 가늠이 안될 뿐더러 모든 것에 대한 예측이 힘든 상황"이라며 "SK하이닉스의 사업이 한쪽에 치우쳐 있는 만큼 타개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SK하이닉스는 사업 다각화를 위해 지난해 솔리다임(전 인텔 낸드 사업부)과 키파운드리 인수를 진행했던 만큼 시너지가 창출된다면 리스크는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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