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현대차그룹

[SRT(에스알 타임스) 최형호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그룹 1인자' 자리에 오른지 14일로 2년을 맞았다. 수석부회장 2년간 조직문화를 바꾸는 등 변화의 기틀을 마련했다면, 회장 취임 후에는 본격적인 체질개선을 바탕으로 미래 먹거리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 회장은 취임 당시 '퍼스트 무버', '게임 체인저' 등 화두를 제시했다. 2년이 지난 지금 현대차그룹은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 거듭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이오닉5', 'EV6' 등 전기차는 국내외에서 호평이 이어지고 있으며 로보틱스·도심항공모빌리티(UAM)·자율주행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하며 경쟁력을 갖췄다. 이같은 성과로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 그룹 지배구조 개편, 노사문제 등은 아직도 해결 과제로 꼽힌다.

▲아이오닉5. ⓒ현대차그룹
▲아이오닉5. ⓒ현대차그룹

◆아이오닉5·EV6 전기차 시장 '주도'

정의선 회장은 지난 2020년 10월 취임사에서 "세상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해 새로운 이동을 경험할 것"이라며 "성능과 가치를 모두 갖춘 전기차로 모든 고객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친환경 이동수단을 구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정 회장의 약속대로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과 전동화, 수소연료전지 등 미래 사업 분야에서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최근에는 탄소중립 기조에 발맞춰 전동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아이오닉5와 EV6를 앞세워 전기차 시대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아이오닉5는 올해 '월드카 어워즈'에서 세계 올해의 차로 뽑혔다. 기아 EV6은 '2022 유럽 올해의 차'를 수상했다.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3대 '올해의 차' 가운데 2개를 석권한 것이다.

전기차 판매 실적은 톱5에 들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25만2,719대를 판매하며 전세계 전기차 판매 5위에 진입했다. 올해 1분기 현대차그룹 전기차 판매는 7만6,801대로 전년 동기(4만4,460대) 대비 73% 증가했다. 

내연기관까지 확대한다면 현대차그룹은 판매량 부분 세계 톱3에 든다. 올해 1∼6월 현대차그룹의 전 세계 판매량은 329만9,000대로, 일본 도요타그룹(513만8,000대)과 독일 폭스바겐그룹(400만6,000대)에 이어 3위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0년 글로벌 5위에 올라선 뒤 지난해까지 이 순위를 유지했지만, 정 회장 취임 2년 만에 그룹 순위를 두 단계 끌어올리는 성과를 얻었다.

업계에선 현대차그룹의 판매량은 단순히 양적 성장뿐 아니라 질적 성장의 결과라고 평가한다. 1986년 미국에 처음 진출해 불과 10년전까지만 해도 현대차는 낮은 품질 때문에 조롱거리가 됐지만, 지금은 성능과 내구성뿐 아니라 디자인과 브랜드 가치 부문에서도 글로벌 톱 수준이라는 것이다. 미국 소비자들이 신차를 살 때 가장 많이 참고하는 JD파워 신차품질조사에서 현대차 브랜드는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판매량이 좋다보니 실적도 향상됐다. 2020년 연결재무제표 기준 현대차 매출은 103조9,976억원, 영업이익은 2조3,946억원에서 지난해는 매출 117조6,106억원, 영업이익 6조6,789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도 2.3%에서 5.7%로 껑충 올랐다. 특히 제네시스처럼 고부가가치 차량이 판매실적을 올리며 국내와 해외에서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폿'과 직립 보행 로봇 '아틀라스'가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쏘와 마주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폿'과 직립 보행 로봇 '아틀라스'가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쏘와 마주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미래 자동차 산업 경쟁력 갖춰

현대차그룹의 로보틱스, 자율주행, UAM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도 순항 중이다. 공격적인 투자로 미래 자동차 산업을 주도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이다.

정 회장은 수석부회장 시절 "현대차를 자동차 50%, UAM 30%, 로보틱스 20%인 회사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후 정 회장은 지난해 6월 세계적인 로봇 기업인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마무리했고, 미국 자율주행업체 앱티브와 합작한 모셔널을 통해 미국에서 아이오닉 5로 '레벨4' 단계 자율주행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완전 무인 자율주행에 한 발 더 다가섰다.

국내에서도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및 모빌리티 플랫폼 스타트업인 포티투닷 인수 등을 준비 중이다. 포티투닷은 지난달 서울 청계천에서 자율주행(aDRT) 셔틀을 시범 운행하기 시작했고 이달 중 탑승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또 이동 공간을 하늘로 확장하는 UAM 사업을 위해 미 항공우주국(NASA) 2인자 출신인 신재원 사장을 영입, 미국에 UAM 법인 '슈퍼널'을 설립했다.

현대차그룹 측은 "2028년 도심 운영에 최적화된 완전 전동화 UAM 모델을 개발하는데 이어 2030년에는 인접한 도시를 서로 연결하는 지역 항공 모빌리티 제품까지 선보일 계획"이라고 했다. 

이달 12일에는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SDV)'로 전환하겠다는 비전을 내놨다. 내년부터 출시하는 모든 전기차뿐 아니라 내연기관차도 무선 업데이트가 가능하도록 개발해 그룹 전 차종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이뤄져 고객들이 항상 최신 상태의 차를 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KT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KT와 6G 자율주행 기술, 위성통신 기반 미래항공 모빌리티(AAM), 통신망 선행 공동연구 등 차세대 통신 인프라와 ICT 분야에서 광범위한 협력을 추진하겠다는 전략이다. 

세계에서 바라보는 정 회장의 위상 또한 높아졌다. 글로벌 유력 시사주간지 '뉴스위크(Newsweek)'는 지난 4월 정 회장을 '올해의 비저너리(Visionary of the Year)' 수상자로 선정하기도 했다. 

뉴스위크는 "정 회장은 자동차산업에서 현대차그룹 성장에 큰 공헌을 했다"면서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의 리더십과 미래를 향한 담대한 비전 하에 모빌리티 가능성을 재정립하고 있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 ⓒ현대차그룹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 ⓒ현대차그룹

◆IRA '몽니'…지배구조·노사문제 '난제'

반면, 정 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판매량 증가를 위해 당장 반도체 수급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지배구조 개편  ▲노사 문제 등이 난제로 꼽힌다. 정 회장이 실질적 회장 역할을 했던 부회장 2년과 회장 2년 등 지난 4년간 이 해묵은 과제에 대한 진척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지배구조 개편이 지지부진한 것은 낮은 정 회장 지분이 한몫을 차지한다.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현대모비스에 대한 정 회장 지분은 0.32%에 불과하고, 현대차와 기아 지분도 각각 2.62%, 1.74%다.

막대한 자금을 마련해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가진 지분(현대차 5.33%, 현대모비스 7.17%)을 물려받더라도 핵심 계열사의 지분율이 각각 10%를 넘기지 못한다. 

재계에선 지분율이 낮으면 외부 투기자본의 공격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현대모비스(21.43%)→현대차(33.88%)→기아(17.37%)→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런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2018년 총수 일가가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한 자금으로 현대모비스 주식을 사들이는 방안을 시도한 바 있다. 그러나 사모펀드 엘리엇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무산됐다.

이런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정 회장이 시장 친화적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 회장 취임 2년째가 됐고 안정적 경영 성과를 입증한 만큼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할 분위기는 무르익었다는 평가다.

재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분할과 합병 비율을 재조정해 비슷한 방식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노사문제도 골칫거리다. 현대차는 지난 7월 노사가 임금 및 단체협상에 합의하며 4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어가게 됐지만 기아는 지난 11일 노조가 부분파업을 결의했다. 부분파업의 주원인은 퇴직한 기아차 직원의 자동차 구매시 할인 폭에 대한 이견차 때문이다. 노조는 기존 30% 할인율을, 사측은 75세 이하 퇴직자에 한해서를 제시했다. 이 이견차 때문에 현대차그룹이 생산량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다. 가뜩이나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일부 신차 출고 기간이 24개월 이상 지연되는 상황이어서 기아 노조 파업은 더 뼈아프다. 

IRA로 인해 미국에서 현대차그룹의 성장세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정 회장의 어떻게 이 난제를 헤쳐나갈 지 관심이 쏠린다.

IRA는 북미 지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세액공제 형태로 지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8월부터 시행됐는데, 한국에서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되는 현대차·기아 전기차는 혜택을 못 받는다. 지난달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판매가 큰 폭으로 감소한 원인이기도 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 회장은 지난 8월 2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데 이어 지난 9월에도 미국 출장길에 올라 분주하게 IRA 대응에 나섰다. 또한 미국 조지아 공장 준공 시기를 앞당기는 등 해결책을 찾고 있지만 사실상 미국 정부의 결정에만 기대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과)는 "회장 임기 2년간 기차, 모빌리티로 전환해 미래 먹거리를 창출한 것은 굉장히 잘한 일"이라며 "IRA의 경우 미국이 현대차에 대한 견제로 볼 수 있기에 간접적으로 (현대차의) 능력을 높게 평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내 부품 조달, 미국 현지 고용 창출이 이뤄지면 현대차에 대한 IRA이 완화되고, 현대차도 미국 현지에서 판매도 안정화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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