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대한민국 신문논술대회 수상작
인간은 자신이 누군가에게 감시받고 있다고 생각할 때 행동의 반경을 극히 축소한다. 영국의 소설가 조지오웰은 자신의 작품 <1985>에서 서로가 서로를 끊임없이 감시하는 미래사회를 예견한다. 한국 언론인들에게 언론사회는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가 중심에 있는 제레미 벤담의 판옵티콘이자 조지오웰이 말한 1984년과 같다. 김영란 전 대법관이 발의한 청탁금지법은 죄수들이 서로를 만날 수도 없고 아무리 외쳐도 밖으로는 목소리가 나가지도 않는 감옥 안에 대놓고 언론자유를 가두겠다는 이야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
건강한 사회는 원칙을 준수한다. 청탁금지법 또한 ‘투명성’과 ‘공정성’이라는 원칙준수를 통한 바람직한 사회의 실현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그러나 다양한 구성원이 모두 주권을 갖고 있는 민주주의 사회에는 다양한 원칙이 존재한다. 원칙이 지향하는 이익이 충돌할 때는 그 이익들을 형량해 우선순위를 정하는 토의의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 민주사회는 알권리가 보장되는 것이 올바른 토의와 최선의 결과 도출의 기본이라고 생각해 언론의 자유를 헌법에 명시해 두었다. 미국의 수정헌법 1조도 ‘freedom of speech(표현의 자유)’를 최우선의 가치라고 명명하고 있다. 그러나 김영란법이 의결되는 과정에서 이러한 민주주의의 대원칙을 상기시키는 입법자들을 찾아보기란 어려웠다. 언론이 민주주의 제1의 원칙을 실현시키는 집단임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가치의 실현을 목적으로 언론의 피해는 언급되지 않았다. 벼룩을 잡기위해 초가삼간을 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청탁금지법의 위헌여부를 심사한 법적용자들의 해석 태도도 이해하기 어렵다. 법은 인간의 자유에 제한을 가하는 것이기에 최소입법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입법자들은 자정노력에 한계가 있다며 법안을 제정했다. 사법부는 부패의 동의어로 사용되어도 무방할만한 국회에서 어떠한 자정노력 끝에 최소입법의 원칙을 깨고 법안을 제정한 것인지 살피지 않았다. 또한 법 제정의 목적과는 다르게 국회의원의 청탁방지 조항이 다수 제외된 것도 크게 지적하지 않았다. 누구를 규제하기 위해 만든 법인지 의심을 거둘 수 없는 부분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사법기관인 헌법재판소의 수많은 법관들조차 언론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도외시했다는 것이 판결문에도 드러나 있다. 헌재의 법관들은 언론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침해되는 사익이 공익보다 중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헌법에 명시된 민주국가의 가치를 수호하는 법관이 반대의 주장에 언론자유를 포함해 ‘사익’이라고 표현한 것은 언론자유의 가치를 소홀히 하는 우리나라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한 것이다. 3만 원 이상의 식사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유권의 침해가 아니라는 설명은 있어도 왜 언론인이 포함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입법부와 사법부에서 언론의 가치가 망각되는 것이 진정한 부패의 시작임에 공감하는 이는 많지 않다.
“언론인이 공직자와 청탁하는 것이 언론자유인가”라는 반박을 제시할 수 있다. 물론 언론인의 청탁이 정당하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분명 법은 감시를 낳고 감시는 호흡을 짧게 한다. 미국 정부의 도청을 폭로한 애드워드 스노든도 자료 수집을 위해 어느 정도의 불투명한 시간이 필요했다. 교육부의 나향욱이 “99%의 국민은 개, 돼지이다”라고 발언한 것을 한 기자가 들었던 것도 술자리에서였다. 언론인의 감시에 법이 정당성을 불어 넣어준다면 언론인의 긴 호흡과 취재가 불가능해진다. 그리고 호흡이 짧아진 취재는 피상적이고 외설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
자유를 제한받는 감옥 안에 살고자하는 민주시민은 없다. 언론이 권력의 감시를 받는다는 것은 모든 국민이 판옵티콘 안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 공무원 청탁 금지법, 판례등 사실상 부패를 처벌할 장치가 있음에도 굳이 실효성도 모호한 법을 제정한 것은 언론을 타겟으로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이미 언론 중재위원회 등에서 제한받는 언론을 형벌권 위에 두는 것은 민주적 가치를 훼손시키는 것이다. 민주의 대원칙을 넘어서는 법은 용납될 수 없다. 진정한 국익이 무엇인지 더욱 깊이 논의하고 언론의 입장을 반영하여 법안을 손질할 때 진정으로 청렴한 민주사회의 작동이 가능할 것이다. <박서아, 단국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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