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들이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을 활용해 가상의 공간에서 설계 품질을 검증하는 모습. ⓒ현대기아차
▲연구원들이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을 활용해 가상의 공간에서 설계 품질을 검증하는 모습. ⓒ현대기아차

- 20명이 동시에 디자인 검증 가능한 VR 품평장 마련

[SR(에스알)타임스 김경종 기자] 현대·기아차가 가상현실(VR) 기술을 통해 자동차 설계의 혁신을 앞당기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가상현실에서 자동차를 설계하고 평가할 수 있는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본격 가동한다고 18일 밝혔다.

버추얼 개발이란 다양한 디지털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상의 자동차 모델 혹은 주행 환경등을 구축해 실제 부품을 시험 조립해가며 자동차를 개발하는 과정을 상당 부분 대체하는 것으로, 자동차 디자이너가 원하는 대로 빠르게 디자인을 바꿔 품평까지 진행할 수도 있다. 

또한 실물 시제작 자동차에서 검증하기 힘든 오류 등을 빠르게 확인하고 개선해 자동차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현대차·기아차는 지난 3월 150억 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의 최첨단 VR 디자인 품평장을 완공함으로써 가상의 공간에서 디자인 품질과 감성을 평가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VR 디자인 품평장은 20명이 동시에 VR을 활용해 디자인을 평가하는 것이 가능한 최첨단 시설로, 실물 자동차를 보는 것과 똑같이 각도나 조명에 따라 생동감 있게 외부 디자인을 감상할 수 있으며 자동차 안에 들어가 실제 자동차에 타고 있는 것처럼 실내를 살펴보고 일부 기능을 작동할 수도 있다.

VR 디자인 품평장 내에는 36개의 모션캡쳐 센서가 설치돼 있으며 이 센서는 VR 장비를 착용한 평가자의 위치와 움직임을 1mm 단위로 정밀하게 감지해 평가자가 가상의 환경 속에서 정확하게 디자인을 평가할 수 있게 한다. 

디자인 평가자들은 가상의 공간에서 간단한 버튼 조작만으로 차량의 부품, 재질, 컬러 등을 마음대로 바꿔보며 디자인을 살펴볼 수 있다. 이밖에도 사용성(UX)이나 시공간별 디자인 적합성을 평가해 고객의 눈높이에서 최적의 모델을 도출하게 된다. 

지난해 6월에는 VR을 활용한 설계 품질 검증 시스템을 구축하고 시범 운영해왔다. 이 시스템은 모든 차량 설계 부문으로부터 3차원 설계 데이터를 모아 디지털 차량을 만들고 가상의 환경에서 차량의 안전성, 품질, 조작성에 이르는 전반적인 설계 품질을 평가할 수 있다.

기존에도 디지털 차량 평가는 일부 진행됐지만 큰 화면을 통해 2D 환경에서 주행 화면을 보는 것에 불과해 실제 차량의 성능을 정밀하게 검증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 시스템으로 정확한 설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실제 자동차와 100% 일치하는 가상의 3D 디지털 자동차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신규 구축된 VR 설계 품질 검증 시스템은 자동차 운행 환경까지 가상으로 구현해 부품 간의 적합성이나 움직임, 간섭, 냉각 성능 등을 입체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가능해 평가의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것이 특징이다. 

VR 장비를 착용한 연구원들은 이 가상의 디지털 자동차를 직접 운행할 수 있고 컨트롤러로 운행 중인 차량을 마음대로 절개해 엔진의 움직임이나 부품의 작동 상황을 정밀하게 확인할 수도 있다. 

이처럼 실제 차량에서 불가능했던 검증이 가능해짐에 따라 실물 평가보다 훨씬 더 빠르고 정확하게 개발 차량의 문제점이나 개선 사항을 파악해 설계에 반영하는 효과가 예상된다.

상품기획 단계에서부터 생산까지 차량 개발 전 과정에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본격 도입함으로써 고객들이 원하는 다양한 자동차를 선제적으로 준비하는 R&D 혁신이 가능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현대·기아차는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가 연구개발 전 과정에 완전 도입될 경우 신차개발 기간은 약 20%, 개발 비용은 연간 15%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사장은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 강화는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와 고객의 요구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주요 전략 중 하나”라며 “이를 통해 품질과 수익성을 높여 R&D 투자를 강화하고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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