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3세 잇따른 승진, 그룹내 존재감↑…신사업·글로벌 '중책' 맡아
"척박한 국내 경영환경 속 새로운 먹거리 확보·글로벌 리더십 중요해져"
[SRT(에스알 타임스) 박현주 기자] 국내 식품·유통 대기업 전반에서 오너 3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며 세대교체 흐름이 본격화하고 있다. 1세대가 회사를 세우고 기반을 닦았다면, 2세대는 사업의 내실과 안정화를 수행해 왔다. 이제 경영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 3·4세들에게는 새로운 먹거리 발굴을 위한 '리더십'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정체된 내수 환경 속에서 글로벌 확장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를 이끌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대기업 후계 구도에 있는 주요 3·4세로는 허진수(1977), 허희수(1978), 신유열(1986), 담서원(1989), 이선호(1990), 신상열(1993), 전병우(1994) 등이 언급된다. 30~40대의 젊은 리더들로, 각 그룹의 미래성장 전략과 글로벌 사업을 핵심 과제로 맡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SPC그룹은 2026 정기임원인사를 통해 허진수 부회장·허희수 사장 체제를 완성했다. 최근 파리크라상(SPC그룹 지주사격 회사)의 물적분할도 승계 구조 정비의 일환으로 풀이되는 만큼 오너 3세 경영체제를 본격적으로 다지고 있다.
허진수 부회장은 그동안 파리크라상의 최고전략책임자(CSO)와 글로벌BU(Business Unit)장을 맡아 파리바게뜨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며 해외 확장을 이끌어왔다. 올해 7월 출범한 ‘SPC 변화·혁신 추진단’ 의장을 맡아 그룹 쇄신 작업도 지휘 중이다.
허희수 사장은 비알코리아의 최고비전책임자(CVO)로서 배스킨라빈스·던킨 브랜드 혁신과 디지털 전환을 주도해왔다. 그는 미국 멕시칸 푸드 브랜드 치폴레의 국내·싱가포르 도입을 성사시키는 성과는 냈다. 허진수 부회장과 함께 'SPC 3세 투톱 체제'를 형성하며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와 글로벌 경쟁력을 위한 미래 사업 발굴에 나설 계획이다.

롯데는 2026 정기임원인사를 앞두고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부사장의 사장 승진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된다. 신 부사장은 그룹의 신기술·신사업·바이오 전략을 총괄하는 미래성장실장을 맡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 등 주요 미래사업 포지션을 겸임하며 해외 사업 확장에도 참여하고 있다. 바이오·신기술·글로벌 경영 참여 등을 통해 차세대 리더십으로 부상하고 있어 정기임원인사에서 사장 승진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오리온에서는 담서원 전무가 바이오와 전사적 관리시스템(ERP) 구축 등 그룹의 사업전략 수립·관리, 글로벌 사업 지원, 신수종 사업 등 경영 전반에 걸친 실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담 전무는 뉴욕대 학사·베이징대 석사 출신으로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근무를 거쳐 2021년 오리온에 합류한 뒤, 입사 1년 5개월 만에 상무, 다시 2년 만에 전무로 초고속 승진을 했다. 그는 리가켐바이오 사내이사를 겸직하며 바이오 사업과 신성장동력 발굴에 힘쓰고 있다.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설 핵심 3세로 평가되는 이유다.
CJ에서는 이선호 미래기획실장이 그룹의 미래 전략과 신사업 발굴을 총괄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올해 9월 CJ지주사 내 신설된 미래기획실 실장으로 복귀해 중장기 전략과 미래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미래기획실은 신규 성장엔진 발굴, 미래 관점 전략 시스템 구축 등을 담당하는 CJ의 핵심 조직이다. 사실상 CJ의 '미래 설계'를 책임지는 자리다. 2026년 CJ그룹 인사에서 40대 젊은 리더들이 대거 등용된 만큼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농심은 신상열 미래사업실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오너 3세 승계 구도가 더욱 공고해졌다. 신상열 부사장(내년 1월 승진)은 올해 농심의 '비전2030'(매출 7조3,000억원·영업이익 7,000억원·해외 비중 61%) 수립에 핵심적으로 참여했다. 라면·스낵·음료·스마트팜·M&A 등 미래사업 전반을 총괄하며 글로벌 전략 중심의 역할을 맡고 있다. 농심의 중장기 전략 전반을 책임지는 차기 리더로 평가된다.
삼양식품에서는 전병우 전무가 글로벌 불닭 브랜드 확장과 해외 공장 설립을 주도하며 차세대 리더십을 굳혀가고 있다. 전 전무는 불닭 브랜드의 글로벌 메가 브랜드화, 중국 자싱공장 설립 추진, 코첼라 마케팅 등을 통해 해외 성장동력 마련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글로벌 성과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만큼 삼양식품의 글로벌 메가 브랜드 전략 중심에 서 있는 차세대 리더로 꼽힌다.
이 같은 세대교체 흐름 속에서 업계는 특히 오너3·4세들에게 신성장동력 확보 능력과 글로벌 리더십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식품·유통 시장의 구조적 저성장 속에서 오너 3세들이 맞닥뜨린 가장 큰 과제가 '새로운 먹거리 찾기'라고 본다"며 "특히 내수 기반의 전통 제조·유통사들은 국내 사업만으로는 성장 한계가 뚜렷한 만큼 M&A·신사업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고 글로벌로 확장할 역량을 오너 3·4세들에게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