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매수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면서 환율과 자본시장 구조가 근본적인 변곡점에 들어섰다는 진단이 나온다. ⓒ전지선 기자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매수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면서 환율과 자본시장 구조가 근본적인 변곡점에 들어섰다는 진단이 나온다. ⓒ전지선 기자

해외 순매수 사상 최대…코리아 디스카운트 심화 우려
[SRT(에스알 타임스) 전지선 기자]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매수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면서 환율과 자본시장 구조가 근본적인 변곡점에 들어섰다는 진단이 나온다. 단기 테마가 아닌 '구조적 해외 쏠림'이 상시화되면서, 외환 수급·국내 주식시장·자본 유출입 패턴이 기존과 전혀 다른 흐름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개인의 투자 자금이 꾸준히 해외로 이동하자 환율·수급·시장 모멘텀까지 기존과 다른 구조가 형성되고 있고, 이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은 이전과는 다른 방식의 변동성과 압력을 마주하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4일까지 국내 개인 투자자는 해외 주식을 총 36억 3,000만 달러(약 5조 3,000억원) 순매수했다. 지난달 순매수 규모인 68억 1,300만 달러가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치였던 점을 고려하면, 두 달 연속 '역대급' 기록 경신이 유력한 상황이다.

지역별로 보면 개인의 해외 매수는 사실상 ‘미국 편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달 미국 주식 순매수는 36억 3,400만 달러로 전체 규모와 거의 일치한다. 

유로 지역(1억 8,000만 달러), 홍콩(1억 7,000만 달러), 중국(1억 5,000만 달러) 순매수는 상대적으로 미미했고, 일본 주식은 3억 5,000만 달러 순매도가 나타났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미국 시장에서 기술주 중심 조정이 나타난 데 따른 것으로, 최근 2 주간 나스닥 지수가 약 4.4 % 하락하며 투자심리 위축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메타로, 순매수 규모가 5억 6,000만 달러(약 8,120억원)에 달했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행보는 정반대 흐름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4일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누적 9조 1,278억원을 순매도하며 대규모 차익 실현에 나섰다. 외국인의 유출과 개인의 해외 매수가 동시에 확대되는 '비대칭 수급'이 형성되면서, 원화에 대한 약세 압력은 상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글로벌 자산배분 확대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그 규모가 거시 시장 안정성을 좌우할 정도로 커졌다는 점은 정책적 고민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한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개인 투자자의 해외주식 직접투자가 급증하며, 특히 일부 지역·종목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이를 외환시장 수준에서 보면 개인의 해외투자 확대가 원화환율 상승을 유의하게 설명하는 요인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환율 흐름을 바라보는 시각은 조금 더 단기적인 요인에 주목하는 분석도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최근 달러-원 환율은 정부의 시장 안정 조치가 반영되면서 일단 고점 부담이 완화된 모습"이라며 "외국인 자금이 주식·채권시장에서 동반 유출되며 환율이 1,470원대까지 밀려올랐지만, 당국의 개입 신호와 한-미 관세 협상 관련 긍정적 발표가 겹치며 단기적으로는 하락 방향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해외투자 확대가 단기적 환율 변동성과 정책 변수에 영향을 주는 데서 나아가, 국내 자본시장 전반의 구조에도 중장기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개인이 글로벌 대형주에 적극적으로 자금을 배분하면서 국내 대형주에 대한 수요 기반이 약화되고, 오랜 기간 지속돼 온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더욱 공고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결국 서학개미의 해외 쏠림은 단순한 투자 패턴 변화에 그치지 않고, 환율·수급·시장 체질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개인의 해외투자가 새로운 상수로 자리 잡으면서 외환시장과 국내 자본시장의 연결 구조가 과거와는 달라졌다"며 "지속되는 쏠림 현상이 국내 시장의 체력 약화를 초래하지 않도록 정책적 대응과 투자 환경 개선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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