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다시 1,460원대를 넘어섰다. ⓒ픽사베이
▲원·달러 환율이 다시 1,460원대를 넘어섰다. ⓒ픽사베이

환율 상승 충격, 기업·금융·가계의 복합 리스크
[SRT(에스알 타임스) 전지선 기자]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화 약세 흐름이 한층 가팔라지며 환율이 심리적 경계선에 가까워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 환경의 불안정성과 대외 변수의 영향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기업과 금융시장, 소비 부문 전반에서 긴장감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에는 단기적 변동성 확대뿐 아니라 중장기적 부담까지 함께 제기되며 향후 정책 대응의 폭이 더욱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환율 급등은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 개선이라는 전통적 이점을 넘어, 원가 부담 확대와 외화조달 비용 증가, 금융시장의 자금 이동성 약화 등 복합적인 리스크를 동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경영 계획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가계 역시 생활비 부담과 소비 둔화 압력에 직면해 있다. 시장에서는 환율 흐름이 더 이상 단일 변수로 다뤄지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475.4원까지 치솟으며 연고점을 다시 썼다. 장 초반 하락하며 1,465.5원까지 내려갔지만 반등세가 이어지며 하루 변동폭이 10원에 달했다.

환율이 실제로 1,500원을 넘어설 경우 수입물가 압력이 더욱 강해지는 것이 불가피하다. 원화 가치가 추가로 약세를 보이면 원자재·부품 등 달러 결제 비중이 큰 품목의 수입 비용이 빠르게 상승해 기업 원가 부담이 가중된다. 금융권에서도 외화표시 자산·부채의 변동 폭이 커지면서 위험가중자산이 증가하고, 이는 곧바로 금융사 건전성 지표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시장 심리 역시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환율이 중요한 저항선을 뚫고 올라가면 투자자들은 위험 회피 성향을 강화하는 경향이 있어 외국인 자금 이탈, 채권·주식 매도세 확대 등 자금 흐름의 변화가 뒤따를 수 있다. 환율 불안이 길어질 경우 당국의 정책 대응 여력도 제약을 받는다. 금리·유동성 정책 모두 제약을 받게 되면서 경기 둔화와 물가 압력이라는 이중 부담이 동시에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계와 소비 측면에서도 충격은 불가피하다. 달러 가치 상승은 수입품 가격에 즉각 반영돼 체감물가를 높이고, 해외여행·해외직구 등 생활비 부담 증가로 이어지면서 소비 둔화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결국 환율 1,500원 돌파는 단순한 원화 약세를 넘어 기업·금융·가계 전반에 걸친 복합적 위험 요인으로 평가된다.

시장에서는 최근 외환·채권·주식시장이 서로 긴밀하게 얽히며 이전과 다른 형태의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의 포지션 조정이 여러 자산군에 걸쳐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면서 환율과 금리, 수급 흐름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교차 반응'이 두드러진다는 지적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글로벌 매크로 변수 역시 민감하게 작용하고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발표되는 미국 경제지표, 특히 3분기 성장률이 4%를 넘길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연속적인 금리 인하를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려운 환경"이라며 "이런 흐름 속에서 12월 금리 인하 기대가 낮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고용지표가 제공하는 명분과 여전히 높은 기준금리 수준을 조정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고려할 때 12월과 내년 1분기 두 차례 추가 인하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말했다.

반면 최근 환율 급등을 단순한 원화 약세나 대외 불안 심화로만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오히려 이번 상승 흐름은 달러화 자체의 단기 강세 요인이 겹친 결과라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장기화로 재정지출이 급감하고, 미국 내 단기 자금시장에 일시적인 유동성 경색이 발생하면서 달러 수요가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는 점을 주목한다. 여기에 일본발 엔화 약세, 영국 통화가치 급락 등 주요국 통화의 동반 약세가 더해지며 달러 강세에 '기계적 반사효과'가 붙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들은 이러한 요인이 구조적 위험이 아니라는 점에서, 최근의 환율 급등이 일시적 반등에 그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본다. 실제로 미국 내 자금경색은 추수감사절 이전 해소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고, 연준이 유동성 공급 확대나 추가 금리 인하를 재개할 수 있다는 신호도 포착되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의 증시 이탈은 국내 신용위험 확대 때문이라기보다는 미국 단기 자금시장 경색으로 달러 유동성이 부족해지면서 글로벌 차익실현 흐름이 나타난 영향이 더 크다"며 "10월 초 이후 한국과 일본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시장이었던 만큼 자연스럽게 매물이 집중됐고, 이 과정에서 원화와 엔화가 상대적으로 크게 약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국채금리 급등도 외국인 포지션 조정과 맞물려 환율 상승 압력을 키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다만 국내 신용지표에는 뚜렷한 위험 신호가 나타나지 않는 만큼 이번 자금 이탈은 구조적 흐름이 아니라 단기 조정 성격이 강하며 상황이 안정되면 수급도 차츰 진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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