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인사 시즌이 다가오면서 주요 금융지주와 자회사 CEO들의 경영 능력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눈에 띄는 성과를 낸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의 거취는 명암이 갈릴 것이 분명하다. SR타임스는 금융권 주요 경영진의 리더십을 면밀히 점검하고, 연말 인사를 앞둔 전략과 향후 경영 방향을 분석한다. <편집자주>

전북은행, 프린스그룹·후이원그룹 거래 연루 논란
韓 금융사 거래 내역 중 전북은행 비중 ‘절반 이상’
관계자, 현지화 전략 변화 있을 지 질문에 응답無
[SRT(에스알 타임스) 문재호 기자] JB금융이 기록한 올 3분기 역대 최대 실적이 캄보디아 범죄조직과의 금융거래 논란에 휩싸이면서 빛이 바랬다. 자회사 전북은행은 코인거래소와 연계돼 ‘자금 세탁소’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특히 캄보디아는 김기홍 JB금융 회장이 ‘신남방 전략’을 추진하기 위한 현지 교두보로 택한 곳이기도 하다. 전북은행의 해외 자회사인 프놈펜상업은행이 ‘불법 자금’ 세탁을 위한 검은 돈 통로로 활용됐다는 논란을 김 회장이 어떻게 해소할 지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JB금융의 올해 3분기 지배기업지분 기준 당기순이익은 2,08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7.9% 증가했다. 올 3분기 누적 기준 순이익은 5,7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늘어나며, 분기 및 누적 기준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핵심 비은행 자회사인 JB우리캐피탈이 그룹 실적 개선을 주도했다. JB우리캐피탈의 올해 순이익은 2,116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16% 증가했다.
이 같은 실적 개선에도 JB금융의 해외 손자 자회사 프놈펜상업은행은 최근 캄보디아 범죄조직의 배후로 지목된 세력과 금융거래를 한 사실이 확인돼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국내 금융회사 중 거래 금액도 가장 큰 것으로 확인돼 경영진의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국내 은행들이 캄보디아에서 운영 중인 현지 법인을 통해 ‘캄보디아 범죄 조직의 배후’로 지목된 프린스그룹(Prince Group)에 지급한 이자 총액이 14억5,000만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전북은행은 프린스그룹과의 거래액이 가장 클 뿐 아니라, 가상자산을 통한 자금 세탁 의혹을 받는 금융 서비스 기업 후이원그룹(Huione Group)과 거래한 유일한 국내 은행으로 드러났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북은행,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네 곳은 프린스그룹에 예금 이자로 합계 14억5,400만원을 지급했다.
전북은행이 7억870만원으로 가장 많은 금액을 지급했으며, 이어 국민은행 6억7,300만원, 신한은행 6,100만원, 우리은행 1,100만원 순으로 집계됐다.
현재 이들 은행에 예치된 프린스그룹 자금은 총 911억7,500만원이며, 국제 제재에 따라 해당 자금은 동결 상태다.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지난달 14일 프린스그룹을 국제범죄조직(TCO)으로 지정하고 이 그룹과 관련해 제재 146건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는 캄보디아 후이원그룹을 미국 금융권에서 배제하는 내용의 최종 규정을 확정했다. 같은 날 영국 정부 역시 프린스그룹 관련 법인과 개인을 인권제재 명단에 추가했다.
이번 제재는 강제노동 형태의 사기 거점에서 진행된 ‘가짜 투자 유인형 사기’ 사건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미국 법무부는 프린스그룹 회장 천즈를 전신사기 공모 및 자금세탁 혐의로 기소했으며, 미국 재무부는 그가 보유한 150억달러(약 21조4,170억원) 상당의 12만7,271 비트코인을 몰수하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은행들이 프린스그룹과 거래한 총액은 기존 금감원의 파악한 1,970억4,5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2,146억8,600만원으로 재산출됐다.
이 중 전북은행이 1,252억800만원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국민은행 707억8,800만원, 신한은행 77억900만원, 우리은행 70억2,100만원, iM뱅크는 해외송금 39억6,000만원을 기록했다.
또한 전북은행은 후이원그룹이 2018년 8월 개설한 당좌예금 계좌 1개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계좌 잔액은 지난 10월 말 기준 10만원이었으나, 입출금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 예금 특성상 지난 7년간 실제 거래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다.
캄보디아 범죄 네트워크가 국내 은행의 해외 법인을 활용해 자금을 세탁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금융당국의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프린스그룹과 거래한 은행 중 일부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의 실명계좌 제공 은행이라는 점에도 관심이 모인다. 한 예로 전북은행은 가상자산거래소 고팍스의 실명계좌 제휴 은행이다.
국내 은행들이 프린스그룹과 거래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특히 가장 큰 거래 비중을 가진 전북은행에 대해 금융당국이 추가적인 정밀 조사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금융당국에 전수검사 실시와 제재 대상 지정 가능성 검토를 공식적으로 요청한 상태다.
현재 국내 은행들은 해외 기업어음(CP), 예치금, 보증, 외환거래 등 전 영역에 대해 제재 관련 심사 과정을 다시 점검하고 있으며, 거래 중단 및 계약 해지 요건도 주기적으로 갱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해외 현지법인 운영에서 대손 위험과 평판 위험을 고려해 성과평가지표(KPI) 및 보너스 체계 내 고객확인(KYC)·고객확인절차(EDD) 평가 비중을 높이는 흐름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눈에 띄는 부분은 전북은행 지주회사인 JB금융그룹의 글로벌 사업이 캄보디아 법인 수익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전체 글로벌 사업 순이익 중 캄보디아 법인이 250억원(90.70%)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어 미얀마 법인 15억원(5.44%), 베트남 법인 11억원(3.87%)이었다. 이번 제재 리스크로 인해 JB금융 전체의 실적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북은행 관계자는 프놈펜상업은행의 준법 감시 시스템과 현지화 전략에 변화가 있을지 묻는 에스알타임스 질문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