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까사·인터내셔날 스위스브랜드 미흡
자회사 신사업 발굴·포트폴리오 다각화
[SRT(에스알 타임스) 박현주 기자] 정유경 신세계 회장 취임 1년째가 됐다. 그러면서 정 회장이 경영진과 함께 이끌어왔던 그간의 인수합병(M&A) 성과를 짚어보게 된다.
특히 그는 코스메틱·패션 사업에 두각을 드러낸 노하우와 혜안이 있는 오너다. 다만, 그의 손을 거친 M&A 결과물로 톰보이 등 성공적인 사업도 있으나 현재로선 실적이 미흡한 곳도 있다. M&A 이후 업황의 변화도 있어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백화점 사업을 진두지휘하며 경영성과를 내온 국내에 드문 '70년대생 여회장 1호' 오너인 만큼 과연 어떤 전략적 투자와 사업전개로 신세계의 부진한 자회사 사업에 힘을 불어넣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30일 신세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경영진과 함께 적극적으로 M&A를 추진했고 성사시킨 가운데 그의 손길을 탄 사업 중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사업도, 업황의 구조적인 요인과 지속되는 내수침체, 초기비용 투자 등에 따라 아직 실적이 부진한 곳도 있다.
성공적이라면 정 회장이 2011년 인수한 패션브랜드 '톰보이'를 예로 들수 있다. 신세계부사장일 당시 진행한 건으로 톰보이와 톰보이의 남성복 브랜드 코모도 등을 325억원에 인수, 이듬해인 2012년부터 사업을 개시해 2년 뒤인 2014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후 매출규모를 늘리고 있으며 톰보이는 패션1세대 브랜드로 꼽혀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이 나온다.
다만, 신세계까사와 인터내셔날 화장품 브랜드 스위스퍼펙션 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인 스위스법인(PP Produits Prestiges S.A.)이 실적이 부진하다.
신세계까사의 경우, 정 회장이 2015년 신세계백화점 부문 총괄사장 승진 이후 첫 M&A 행보로, 2018년 까사미아를 약 1,80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신세계까사로 이름을 바꿔 가구사업을 이끌었다.
하지만 인수 후 신세계까사는 지속적인 적자에 시달렸다. 신세계까사는 인수 전 2017년 79억1,602만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으나 신세계그룹 인수 후 ▲2018년 말 4억2,267만원 영업손실 ▲2019년 말 172억7,173만원 손실 ▲2020년 106억6,278만원 손실 ▲2021년 88억6,758만원 손실 ▲2022년 277억1,241만원 손실 ▲2023년 168억6,175만원 손실로 적자를 이어갔다. 지난해 신세계까사는 10억1,867만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나 올해 다시 적자(상반기 기준 19억7,300만원)를 냈다. 이에 신세계 관계자는 “지난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매출액의 하락과 환율 상승으로 원자재 가격 부담이 더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수 후) 매년 10~20개씩 매장을 출점하며 전국 100여개 매장을 보유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지난 2020년 7월 정 총괄사장이었던 당시 지분 100%를 인수한 스위스 법인(PP Produits Prestiges S.A.)도 아직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인수 후 이 기업은 2년 간 실적 증가 추세를 보이다가 2023년부터 역성장을 하고 있다. 해당 법인은 인수 후 ▲2021년 41억2,400만원 ▲2022년 42억3,096만원 ▲2023년 15억6,108만원 ▲2024년 3,794만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인수 후 오히려 실적이 갈수록 감소하는 추세다. 심지어 올해 상반기에는 영업손실 22억9,500만원을 기록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신세계 코스메틱·패션을 주력으로 삼는 계열사인 만큼 다양한 브랜드를 아우르고 있는데, ‘연작’은 일본과 중국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으며 ‘어뮤즈’는 올 상반기에만 3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며 연 매출 600억원 돌파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것과 비교해 대조적인 행보다.
이에 회사 측은 "이는 인수를 진행할 당시 화장품 브랜드 '스위스퍼펙션'을 국내 유일하게 알린 성과이자 초기비용 투자·마케팅 비용이 반영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소비심리 저하에 따른 패션부문의 침체와 글로벌 시장 확장을 위한 투자비 증가가 실적에 영향을 미쳐 향후 성장성 높은 해외 브랜드 신규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브랜드 효율화 작업과 리브랜딩을 통해 실적 개선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유경 수완' 통할까 "자산가치 효율화 강조, 새로운 성장 기회 올것"
이같이 부진한 옛 M&A 성과건을 놓고 보면 '정유경 수완'이 통할 지 주목된다. 그녀가 백화점 사업을 진두지휘하며 경영성과를 내왔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5년 총괄사장 취임 이후 회장으로 승진해 맞이한 올해까지 10여년 간 신세계 백화점은 크게 성장했다. 2015년 약 5조원이었던 총매출은 지난해 11조5,000억원까지 성장했고, 영업이익도 2,000억원대에서 4,000억원대로 2배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자산 규모 역시 7조9,000억에서 15조원으로 2배 이상 확대됐다.
이 같은 리더십이 부진한 계열사를 성장 국면으로 전화시킬 수 있을 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특히 업계는 업황의 변화뿐 아니라 내수침체, 원자재 부담 등이 크게 작용하고 있어 사업을 정리하고 본업에 보다 집중하는 내실경영에 힘을 쏟고 있다. 이 가운데 그의 전략적 움직임이 주목되는 것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정 회장은 우리가 가진 자산의 부가가치를 최대한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며 "자회사 신사업 발굴과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고객 경험 완성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