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전경. ⓒ롯데백화점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전경. ⓒ롯데백화점

[SRT(에스알 타임스) 박현주 기자]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이 해외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통상 백화점은 리테일 규모가 큰 만큼 현지에서의 신규 출점과 투자 리스크로 해외 확장이 제한적이라는 우려가 따르곤 한다. 하지만 K백화점들은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글로벌 사업 다변화를 모색중이다.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는 개점 2년만에 누적 매출 6,000억원 달성을 앞두고 있다. 초고속 성장 추세로 현지 상권최초의 브랜드를 다수 확보하고 있다는 점과 F&B 차별화가 부각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하이퍼그라운드는 일본 대기업과 협약을 통해 시부야 상권 랜드마크 등  주요상권 내 시설 팝업을 확대하며 일본 패션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수출플랫폼 더현대 글로벌을 통해 K브랜드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고 있으며 팝업 역량을 기반으로 일본에 정규리테일숍을 여는 등 대만 홍콩 등으로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에서 연 팝업 행사에 몰려든 고객들의 모습. ⓒ롯데백화점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에서 연 팝업 행사에 몰려든 고객들의 모습. ⓒ롯데백화점

◆롯데하노이몰, 탈 베트남몰화 주목…패션·F&B 등 ‘아시아 대표 K 리테일러’ 성장중

30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가 개점 2년만에 누적 매출 6000억원 눈앞에 두고 있다.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는 2023년 9월 22일 하노이의 부촌인 서호서호(西湖) 지역에 공식 개점한 초대형 복합 상업 단지다. 백화점, 마트 등 롯데 유통 계열사뿐 아니라 호텔, 월드, 건설, 물산 등 롯데그룹의 모든 역량이 총집결됐다.

성장세가 가파르다. 하노이몰 개점 1년차였던 지난해 말 누적 매출 3,000억원을 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누적 매출 5,000억원을 넘겼다. 지난달 기준 누적매출 5,700억원을 달성하면서다. 이는 지역내총생산(GRDP) 기준 서울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한 하노이 경제규모를 감안하면 역대급 성과다.

누적 방문객은 하노이 인구의 3배에 달하는 2,500만명을 돌파하며, 개점 2년 만에 하루 평균 5만명이 찾는 하노이 현지 최고의 '국민몰'로 부상했다.

롯데백화점 측은 이 같은 흐름을 지속한다면 하노이몰의 2026년까지 누적 매출 1조원을 전망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 국민몰의 위상을 넘어 ‘탈(脫) 베트남급’ 쇼핑몰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올해 기준 월평균 800대 가량의 관광버스가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를 찾고 있으며 올해 여름 휴가 성수기 시즌에는 대규모 중국 단체 관광객의 발길까지 줄을 이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성장세에 대해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의 성공 기저에는 현지의 수요를 주도 면밀히 분석하고 미래 수요를 정확히 예측한 ‘콘텐츠 기획력’에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하노이몰은 다양한 패션 브랜드와 F&B를 강화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매출 선두 그룹에 올라 있는 자라, 유니클로, 무지, 풀앤베어, 마시모두띠 등 5대 SPA 브랜드를 모두 보유하고 있는 쇼핑몰은 현지에서 롯데몰이 유일하다"며 "다양한 스타일과 합리적 가격대가 무기인 SPA 브랜드는 트렌드에 민감한 2030 젊은 세대들의 취향을 저격하며, 개점 이래 줄곧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지 롯데 하노이몰만이 확보한 브랜드력이 압도적이라는 설명이다. 개점 초기 52개였던 ‘상권 최초’ 매장은 현재 64개까지 확대됐다. 전체 230여 브랜드 중 상권 최초 브랜드 구성비는 무려 30%에 이른다.

‘프리미엄 미식 성지’ 로도 입지를 굳히고 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평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만원 행렬을 기록 중인 곳이 바로 F&B 브랜드가 한데 모인 롯데몰의 프리미엄 식당가다. 인기 K 푸드 및 전국 로컬 맛집을 대거 유치해 외식 수요를 공략했다.

‘팝업’의 공도 컸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신제품 최초 공개 행사 등 단독 팝업 등을 잇달아 유치하며 유행을 앞서 가늠할 수 있는 트렌드 척도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 실제 2024년에는 50회, 올해는 8월까지 70회의 팝업을 개최하는 등 지속적으로 팝업을 확대했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하반기에는 다양한 기프트 팝업을 통해, 연말을 만끽할 ‘하노이 지역 최대 축제의 장’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예컨대 대규모 ‘팝마트의 오피셜 IP 팝업’을 진행하며, 연말에는 프랑스 럭셔리 뷰티 브랜드인 ‘입생로랑 뷰티’와 협업해 제품과 체험이 어우러진 초대형 크리스마스 팝업을 선보일 계획이다.

내년 3년차를 맞아 높아진 현지 위상에 걸맞게 전체 매장의 약 20% 가량을 새롭게 리뉴얼도 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인기 매장을 글로벌 수준의 플래그십 매장으로 격상하고 상권 최초의 글로벌 럭셔리 및 컨템포러리 브랜드 도입을 위한 공간 조성에 나선다"며 "이 밖에도 베트남 사업 확장을 위한 신규 부지 물색 등 추가 출점을 위한 다각적인 검토도 지속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신세계백화점 본사에서 일본 도큐그룹 내 도큐 리테일 매니지먼트와 한-일 컨텐츠 교류 및 비즈니스 모델 강화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사진 왼쪽부터 신세계백화점 박상언 팩토리 담당, 신세계백화점 장수진 상품본부장, 도큐 리케일 매니지먼트 대표이사 홋타 마사미치, 도큐 리테일 매니지먼트 상무 호리우치 켄스케, 시부야109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이시카와 아유미. ⓒ신세계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신세계백화점 본사에서 일본 도큐그룹 내 도큐 리테일 매니지먼트와 한-일 컨텐츠 교류 및 비즈니스 모델 강화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사진 왼쪽부터 신세계백화점 박상언 팩토리 담당, 신세계백화점 장수진 상품본부장, 도큐 리케일 매니지먼트 대표이사 홋타 마사미치, 도큐 리테일 매니지먼트 상무 호리우치 켄스케, 시부야109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이시카와 아유미. ⓒ신세계

◆신세계 하이퍼그라운드, '시부야 현관' 거점…K패션 '마중물'

신세계는 하이퍼그라운드로 일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하이퍼그라운드는 패션, 뷰티 등 우수한 K 브랜드를 발굴하고 해외 진출을 돕는 지원 플랫폼으로 K브랜드 마중물 역할을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앞서 태국, 일본, 싱가포르, 파리에서 성공적으로 K패션, K뷰티 팝업스토어를 개최한 바 있다. 지난 2023년부터 한국의 브랜드들과 함께 해외로 나가 브랜드 확장성을 높이고 새로운 고객 유치하는 마중물 역할을 해왔다.

최근 하이퍼그라운드는 일본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달 일본 도큐그룹 내 도큐 리테일 매니지먼트와 한·일 컨텐츠 교류·비즈니스 모델 강화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도큐 리테일 매니지먼트가 속한 도큐그룹은 1922년부터 철도사업을 기반으로 설립된 기업이자 도쿄의 주요 철도노선과 역사를 운영하고 있다. 시부야의 중요 랜드마크(시부야109, 시부야 히카리에 등), 백화점, 부동산, 호텔 리조트 등 일본 전역에 걸쳐 사업망을 보유한 대기업이다.

신세계는 이번 협약에 기반해 한일 상호교류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도큐그룹과 협업해 일본의 캐릭터 지적재산권(IP)나 패션 브랜드를 활용해 국내 팝업 전개를 검토하고 선보이는 등 장기적으로 양사간 윈윈(win-win) 모델을 구축해 시장공략의 동력을 얻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신세계백화점은 도큐그룹의 상업시설 위치에 주목했다. 도큐그룹은 2000년 이후 도쿄 시부야 재개발을 주도하며 지역내 랜드마크를 소유·운영하고 있다.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의 랜드마크 ‘시부야109’, 시부야역과 직결된 ‘시부야 히카리에’ 복합시설,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 등이 대표적이다.

이 곳들은 대표명소인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 반경 500m 근처에 위치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는 일본을 소개하는 영상·영화에 흔히 나오는 도쿄의 대규모 교차로로 ‘시부야의 현관’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주변지역의 하루 평균 유동인구는 300만명으로 도쿄 내에서도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장소이자 일본 MZ세대의 성지로 유명하다.

신세계백화점은 시부야 중심가에 위치한 도큐그룹의 상업시설로 진입해 고객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오는 10월 ‘시부야109’에서는 신세계 하이퍼그라운드 팝업스토어가 진행된다. 시부야 109는 지난 1979년 처음 개장한 이후 시부야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해왔다. 최근 K-POP 팝업 여는 등 한류를 좋아하는 MZ여성 고객들에게 인기가 끌고 있는 쇼핑몰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하이퍼그라운드 팝업을 통해 국내에서 검증된 K-브랜드 ‘라이징 스타’들을 일본 고객들에게 선보이며 K브랜드의 돌풍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이 10월 1일부터 오는 12월 25일까지 3개월 간 대만 신광미츠코시 백화점 신이 플레이스 A11점에서 K브랜드를 소개하는 ‘더현대 글로벌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사진은 대만 신광미츠코시 백화점 야간 전경.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이 10월 1일부터 오는 12월 25일까지 3개월 간 대만 신광미츠코시 백화점 신이 플레이스 A11점에서 K브랜드를 소개하는 ‘더현대 글로벌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사진은 대만 신광미츠코시 백화점 야간 전경. ⓒ현대백화점

◆더현대 글로벌, 팝업서 정규매장화…일본 이어 대만 '정조준'

현대백화점은 K콘텐츠 수출 플랫폼 '더현대 글로벌'을 통해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국내 경기 침체 장기화로 내수 위주인 오프라인 리테일의 성장성 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차별화된 글로벌 사업으로 성장 한계를 돌파한다는 게 현대백화점의 구상이다. 더현대 글로벌 사업의 체계적인 확장을 위해 지난 5월 패션사업부 내 전담 조직 더현대 글로벌팀을 신설하기도 했다.

더현대 글로벌은 현대백화점이 경쟁력 있는 한국 토종 브랜드를 소싱해 해외 유명 리테일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K콘텐츠 수출 플랫폼이다. 현대백화점이 통관을 포함한 수출에 관련된 제반 사항은 물론 해외 리테일과 직접 매장 운영 관련 협상을 진행하는 형태로 운영돼, 브랜드 입장에서는 손쉽게 해외시장 진출의 초석을 다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더현대 글로벌은 일본에 정규 매장을 오픈하는 데 이어 대만 신광미츠코시 백화점에서 팝업스토어를 진행하는 등 글로벌 확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대만 팝업스토어는 오는 10월 1일부터 신광미츠코시 백화점 신이 플레이스 A11점 1층 정문에 가까워 주목도가 높은 자리에 86㎡(26평) 규모로 조성되며 11개 브랜드를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4월 중국 상하이와 미국 뉴욕에서 팝업스토어를 진행한 ‘스탠드 오일’, 남녀 공용 화장품 제품을 선보이는 ‘라카’, 2030세대에 인기가 높은 컨템포러리 패션 브랜드 ‘인사일런스’ 등이 대표적이다.

현대백화점은 K콘텐츠의 인기에 주목했다. K드라마가 대만 현지 OTT 채널에서 상위를 점유하고 현지 2030세대가 K팝을 즐겨 듣는 등 한류 문화의 영향력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내년 하반기에는 대만의 주요 도시인 타이중과 타이난에서 팝업스토어를 추가로 선보이는 것도 검토 중이다.

앞서 더현대 글로벌은 지난 19일 일본 도쿄 쇼핑몰 파르코 시부야점에서 더현대 글로벌 첫 정규 리테일숍을 열기도 했다. 국내 백화점이 일본에서 K브랜드를 순차적으로 소개하는 팝업스토어를 운영한 적은 있지만 정규 매장을 오픈하는 건 이례적이다.

현대백화점은 이를 위해 지난 5월 일본 패션 온라인몰이 주력 사업인 스타트업 메디쿼터스에 30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메디쿼터스는 2020년부터 일본에서 온라인 패션몰 ‘누구(NUGU)’를 운영하고 있으며 유명 인플루언서와의 협업 마케팅에 강점을 보이며 현재 가입자 수 100만명 이상을 확보했다. 현대백화점이 일본에서 선보인 더현대 글로벌 팝업스토어 운영과 마케팅 지원에도 참여했다.

또, 일본 1호점은 현대백화점 특유의 K브랜드 소싱 역량이 현지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는 점에 힘입었다. 실제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파르코 시부야점에서 K브랜드 23개를 소개하는 더현대 글로벌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는데, 12개 브랜드가 매출 1억원 이상을 달성했으며 상위 5개 브랜드 매출 평균이 3억 1,300만원을 기록했다. 브랜드별 팝업스토어 운영 기간이 약 일주일에 불과했음에도 월 1~2억원 수준인 일본 백화점 중위권 정규 매장을 뛰어넘는 성과를 거뒀다.

일본 1호 더현대 글로벌 정규 매장은 1~2개월 단위로 브랜드가 바뀌는 로테이션 운영 방식이 특징이다. 1호 매장을 교두보 삼아 내년부터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더현대 글로벌 리테일숍을 선보이겠다는 방침이다.

내년 상반기 도쿄의 패션 중심지인 오모테산도 쇼핑 거리에 대규모 플래그십 스토어를 추가로 오픈하는 등 향후 5년간 일본에서 총 5개 리테일숍을 개점할 계획이다.

아울러 더 많은 K브랜드의 일본 진출을 돕기 위해 이르면 연내 누구(NUGU) 온라인몰 안에 더현대 글로벌관(가칭)도 오픈한다. 온라인도 아울러 소비자 접점을 빠르게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더현대 글로벌 사업의 브랜드 소싱 역량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 유통 모델을 다변화하며 K브랜드의 글로벌화를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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