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 정책이 한국 사회 전반에 충격을 주고 있다.  ⓒ전지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 정책이 한국 사회 전반에 충격을 주고 있다. ⓒ전지선 기자

산업계 "맞불 관세, 되레 우리 발목 잡을 수도"
[SRT(에스알 타임스) 전지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 정책이 한국 사회 전반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민 단속 강화로 한국인 노동자가 구금되는 사례가 나오고, 취업비자 발급 비용이 1인당 10만 달러까지 치솟으면서 교민 사회는 물론 산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국내에서는 "차라리 맞불 관세로 대응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현실성이 낮다고 지적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WTO 규범 위반 소지에다, 글로벌 공급망 충격과 보복 위험까지 고려하면 자충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전문직 비자 'H-1B' 비자 수수료를 1인당 연간 10만 달러(약 1억4,000만원)로 대폭 증액하는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했다. 여기에 더해 그는 미국 재무부에 거액(100~200만 달러)을 납부하면 영주권을 신속 발급하는 이른바 '골드카드' 프로그램 행정명령에도 서명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ashington Post)는 이러한 트럼프의 행보에 대해 "두 가지 조치 모두 법적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면서도 "만약 승인된다면, 합법적인 이민 시스템을 대폭 강화하는 동시에 부유한 외국인들에게 미국 입국을 허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동 외신 알자지라(Al Jazeera)는 이번 비자 수수료 인상이 미국 기술 산업 전반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알자지라는 "고용주들의 부담이 커지면서 해외 인재를 붙잡기 어려워질 수 있고, 이로 인해 숙련된 대학 졸업생들이 미국을 떠나 다른 나라로 향하는 '두뇌 유출' 현상이 단기적으로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비자 문제와 맞물려 또 다른 갈등의 불씨는 무역에서 불거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직후부터 '상호관세 25%'를 공언하며 무역 적자가 큰 국가들을 겨냥해 왔고, 한국 역시 주요 대상국 가운데 하나였다. 

미국의 이러한 조치에 국내 일각에서는 '우리도 똑같이 맞불을 놓아야 한다'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에 맞서 보복 조치를 단행한 국가들도 있다. 캐나다는 올해 초 미국이 자국산 알루미늄과 목재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자, 즉각적으로 위스키·농산물 등 미국산 제품을 대상으로 동일한 수준의 보복관세를 매겼다. 

중국 역시 미국산 자동차·농산물 일부 품목에 최대 80%대의 관세를 부과하며 정면 대응에 나섰고, 유럽연합(EU)도 철강·알루미늄 관세가 발표되자 미국산 소비재를 겨냥한 상응 조치를 준비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이처럼 글로벌 주요국이 맞불 전략을 구사한 선례가 있는 만큼, 한국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수 없다'는 여론이 형성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국의 상황은 캐나다나 중국, EU와는 다르다고 지적한다. 미국 시장 의존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한국이 동일한 방식으로 대응할 경우, 얻는 실익보다 치러야 할 대가가 훨씬 클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 역시 이런 현실을 인식하고 있다. ‘맞불 관세’라는 구호는 단기적으로는 여론을 결집시키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실제로는 위험이 훨씬 크다는 게 정부와 재계의 공통된 판단이다. 

외교적 해법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동시에 미국 내 산업계와 의회를 활용해 관세 완화를 압박하는 전략이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된다.

산업계에서도 이러한 우려를 공유하고 있다. 자동차와 반도체, 철강 등 미국 시장 비중이 큰 업종은 고율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가격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부품·원자재 조달 비용까지 함께 올라가는 '이중 부담'이 예상돼, 관세를 맞불로 대응하는 전략은 결국 국내 기업의 피해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맞불 관세는 수출 중심인 우리나라 경제 상황으로 보았을때 나라 경쟁력이 악화되는 부분일 수 있어 염려가 되는 조치"라며 "조속히 관세 협상을 마무리 하는 것이 산업 경쟁력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직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이 수출 중심 경제라는 점에서 맞불관세는 현실적으로 어려울것 같다"며 "미국과의 무역 마찰이 격화되면 한국 기업 수출 전반이 타격을 입을 수 있으며, 미국 측에서도 보복 조치를 확대할 여지가 높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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