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 "28살 시절, 과감하게 배두나 캐스팅한 저 자신을 칭찬"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오는 17일 4K 리마스터링 재개봉하는 영화 '린다 린다 린다'가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언론배급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을 비롯해 배두나, 마에다 아키, 카시이 유우, 세키네 시오리 배우가 참석해 개봉 20주년을 기념하며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린다 린다 린다'는 고교생활 마지막을 장식할 축제를 준비하는 여고생 밴드와 얼떨결에 보컬이 된 한국인 유학생 송(배두나)의 서툴고 반짝이는 청춘을 그린 영화다. 당시 배두나가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됐던 이 작품은 개봉 20년이 지났음에도 레전드 청춘 밴드물로 남아 현재까지도 끊임없는 사랑받고 있다.
배두나는 "정말 아끼는 작품인데 재개봉 소식을 들었을 때 기뻤다. 제 청춘 중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이 잘 담겨 있다. 같이 출연한 배우들이 당시에 좋은 추억과 아름다운 마음을 줬었다.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몽글몽글한 기분이 드는데 재개봉이 너무 기쁘고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쿄코 역의 마에다 아키는 "제가 사랑하는 작품이 20년 만에 다시 개봉해 기쁘다. 이런 일은 흔하지 않다. 일본에서도 얼마 전에 무대인사를 했는데 많은 관객분이 즐겁게 봐주셔서 정말 사랑받는 작품이라고 느꼈다. 저희 모두가 모일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케이 역의 카시이 유우는 "저에게는 첫 작품이었는데 영화에 관해 많이 배웠었다. 감독님과 배우들이 모여 즐겁게 작업했었다. 얼마 전 도쿄에서 모여서 보니 전부 나이는 먹었지만, 변함없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노조미 역의 세키네 시오리는 "저는 본업이 뮤지션이라 이 영화가 첫 영화였고 그 이후에는 작품에 출연한 적이 없다. 그래서 이 영화 자체가 제 인생에서는 정말 특별하다.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과 다른 나라에서 상영하는 것이 저에게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 생각한다"고 재개봉 소감을 밝혔다.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은 "영화를 만들었을 때 제가 28살이었는데 그때는 상당히 쑥스러웠다. 20년이 지나 다시 보니 그 시절 저 자신에게 참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싶다"며 "배두나 배우와 멤버들이 같이 한국을 찾게 됐는데 경음악부의 고문이 된 기분이다. 동창회에 참석한 것 같기도 하고 상을 받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한국 뿐만 아니라 그외의 다양한 국가에서도 찾아봐 주셔서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야마시타 감독은 "3일간 블루 하츠의 커버 밴드로 연습을 하는 영화다. 촬영을 쉬는 시간에 배우들이 연습하는 모습이 영화 그 자체였다. 합숙 로케이션이라 여건도 상당히 좋았다"며 당시 촬영 현장 분위기에 관한 기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에 대해서는 "제 입으로 말하기 민망하지만 다 좋은 장면뿐이다. 그중에서 송이 체육관에서 혼자 멤버 소개를 하고 돌아왔을 때 남은 3명이 세팅을 하는 장면이 정말 자연스럽게 만들어져서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야마시타 감독은 새로운 음악영화 제작과 관련해 "영화음악을 만들 예정은 현재로서는 없다. 전에 '가라오케 가자!' 같은 음악 관련 영화는 몇 편 만들긴 했는데 '린다 린다 린다'는 저에게 일종의 기준점"이라며 "순수하게 음악을 좋아해 음악 하는 모습 이외에 뭔가를 더 얻으려 하는 영화는 원치 않는다. 음악을 하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여주는 '린다 린다 린다'에서 제가 빠져나오기는 어려운 상태다. 만약 앞으로 음악영화를 하게 된다면 이 작품과 거의 동일한 테마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린다 린다 린다'의 후속작 계획에 대해 "종종 생각은 한다. 하지만, 생각 속의 그녀들은 악기를 들고 있지 않다. 속편을 만든다고 해도 밴드 이야기는 아닐 것 같다. 영화가 끝난 후 그들은 살아가고 있을 것이고 다시 만날 수도 있다. 그런데 20년이 지난 지금의 그녀들 이야기는 이 작품처럼 그렇게까지 간단하지는 않을 것 같다. 현재는 속편을 만들 예정이 없다"고 덧붙였다.
영화에서 블루 하츠 음악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여고생이 블루 하츠의 커버 밴드를 한다는 기획이 먼저 정해져 있었고 거기에 제가 참여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제가 선택한 것은 아니지만, 블루 하츠의 음악을 사용한 것은 정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블루 하츠는 지금도 여전히 빛바래지 않고 사랑받는 밴드다. 어떻게 보면 그들의 음악을 사용한 덕분에 20년이 지나도 많은 분이 이 작품을 사랑해주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정말 블루 하츠에게 감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배두나는 20년이 지난 현재도 '린다 린다 린다'가 사랑 받는 이유에 대해 "40년이 지나도 좋아해 주실 것 같다. 미국이나 서양 팬분들도 이 영화를 좋아하신다. 문화와 국경을 뛰어넘는 공통적이고 보편적인 정서가 있는 영화다. 유머와 감독님만의 위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밴드 영화지만 되게 담담하고 담백하다. 어떤 감정적인 파도가 없다. 덕분에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영화다. 20대에 봤을 때처럼 40대에 봤을 때도 좋았다. 시대를 초월하는 느낌이 드는 영화"라고 답했다.
야마시타 감독은 당시 배두나 캐스팅과 관련해 "봉준호 감독님의 '플란다스의 개'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 출연 제의에 응하지 않으리라 생각했었는데 깜짝 놀랐다"며 "만약 지금이라면 여러모로 계산을 해보고는 나서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참으로 28살의 젊음이라는 건 무서운 것이다. 과감하게 정면 승부로 대놓고 제의 드리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28살 당시의 저를 정말 칭찬해주고 싶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한국 배우 캐스팅 이유와 관련해서는 "배두나 배우가 한국어를 하기 때문에 출연을 원했던 것것은 아니다. 저는 배우의 매력을 기준으로 캐스팅한다"며 "지난해 영화 '고백'을 통해 양익준 배우와 협업했었다. 원작은 일본인 배역이었지만 양익준 배우와 함께 일하고 싶어서 설정을 바꿨다. 그래서 시나리오 재작업에 한 3년이 걸렸다. 배우의 개성을 중시하고 그것에 끌려 공동 작업 형태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배두나는 "이 영화는 정말 특별하다. 지금은 미국영화나 여러 나라 영화도 하고 있지만, 2004년의 이 작품이 저에게는 첫 해외 작품 경험이었다. 제게 큰 용기를 줬고 도전을 통해 다른 곳으로 뻗어 나갈 수 있게 해준 뿌리와도 같은 너무나 고마운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에는 정말 작게 개봉했는데 점점 커져서 뉴욕이나 유럽에서도 재미있게 봤다는 팬분들이 많아졌다. 고교 시절 밴드 활동했던 친구들과 20주년 월드 투어 하는 느낌이다. 이 작품을 한국에서도 많이 사랑해주시길 바란다"며 기자간담회를 마무리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