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최근 아이폰17 시리즈를 공개했다. 역대 아이폰 중 가장 얇은 ‘아이폰 에어’를 비롯한 다양한 신제품을 내놨지만, 달라진 것 없는 디자인과 AI 혁신의 부재로 시장 반응은 냉담한 편이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애플 점유율도 작년 22%에서 올 2분기 기준 16%까지 떨어졌다. 이는 애플의 주요 고객인 국내 부품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관련 기업의 하반기 실적을 가를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디스플레이·MLCC·카메라 모듈 등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는 주요 기업을 중심으로 ‘애플 모멘텀’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SRT(에스알 타임스) 윤서연 기자]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이 3년 만에 분기 매출 100억달러를 회복하며 반등하고 있다. LCD제품을 축소하고 OLED제품 중심으로 체질을 바꾼 전략과 글로벌 고객사들의 선주문 효과가 맞물리면서 고부가가치 수요가 확대된 덕분이다.
특히, 최근 공개된 애플 아이폰17 시리즈에 OLED 패널이 대거 채택되면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하반기 실적에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중국 BOE가 처음으로 아이폰 프로 모델에 저온 다결정 산화물(LTPO) OLED 납품에 성공하면서 국내 기업에 긴장감을 불어 넣고 있다.
◆ 애플, 신제품 ‘아이폰17’ 공개…AI 혁신 부재에 반응 '냉담'
지난 9일(현지시간) 애플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파크 내 스티브 잡스 시어터에서 연례 신제품 공개 행사를 열고 아이폰17 시리즈를 선보였다. 기존 기본·플러스·프로·프로맥스 등 4가지 라인업 대신 올해는 플러스 모델을 빼고 ‘아이폰 에어’를 새롭게 추가했다.
팀 쿡 애플 CEO는 “아이폰 에어는 그 어떤 제품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게임 체인저”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제품 두께가 5.6㎜로 역대 가장 얇게 출시된 아이폰 에어는 삼성 갤럭시 S25 엣지(5.8㎜)보다도 얇다. 여기에 티타늄 프레임과 함께 탑재된 A19 프로 칩은 맥북 프로에 준하는 성능을 구현했다고 애플은 설명하고 있다.
아이폰17 시리즈 전 모델은 자동 프레임 확장 기능인 ‘센터 스테이지’, 최대 120㎐ 가변주사율 ‘프로모션(ProMotion)’, 야외 최대 3,000nits 밝기 등 디스플레이 성능이 대폭 강화됐다. 기본 저장용량도 256GB부터 시작해 고사양 수요를 겨냥했다. 프로 라인업에는 새로운 브러시드 알루미늄 유니바디 디자인과 베이퍼 챔버 설계가 적용돼 발열 관리와 내구성이 개선됐다.
그러나 '역대 가장 얇은 아이폰'이라는 하드웨어 혁신에도 불구, 시장 반응은 부정적이다. 아이폰17 발표 직후 애플 주가는 전날 대비 1.48% 하락한 234.35달러에 마감했다. 애프터마켓에서도 약세가 이어졌다. 그 원인은 제한적인 하드웨어 변화와 AI 관련 혁신 부재, 새로운 후면 디자인과 제한적인 색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반응이 꼽힌다.
앞서 지난 7월 삼성전자가 발표한 갤럭시 폴더블 모델만 보더라도 구글 제미나이 기반의 실시간 통역, 영상 편집 등 새 AI 기능이 다수 탑재됐다. 애플의 경우 '애플 인텔리전스'를 앞세웠었지만 이번 아이폰 17 발표에서는 이에 대한 언급을 아꼈다. 이미 실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양사의 AI 사진 편집 기능을 비교하며 AI 기술에 있어 삼성이 앞선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아이폰17 언팩 행사 이후 시장 반응은 다소 부정적인 것으로 파악된다"며 "아이폰 17이 긍정적인 모멘텀을 만들어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시장 내 관심은 내년 하반기 출시가 전망되는 폴더블 아이폰에 집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LTPO 확대했지만 중국 진입...남은 리스크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로서는 아이폰17 시리즈의 LTPO OLED 채택 확대가 뚜렷한 호재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그간 LCD 철수·구조조정을 단행하며 OLED 비중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렸고, LTPO OLED 기술에서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LTPO는 저온다결정산화물로, AI 및 고성능 탑재 대세화에 따른 전력효율을 높이는 기술이다. 제조 공정이 복잡하고 구현 난이도가 높아 기존 저온 다결정 실리콘(LTPS) 대비 공급단가가 약 2~3배 높은 고부가가치 기술이다.
양 사는 그간 아이폰 상위모델(프로·프로맥스)에 해당 기술을 전량 적용해 왔다. 이번 아이폰 17 시리즈에는 전 모델에 LTPO 기술이 적용되면서 공급비중 증가에 따른 실적 개선이 전망된다.
문제는 중국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은 2023년 기준 전 세계 디스플레이 생산능력 점유율 68%를 기록했으며, 2028년에는 75%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은 같은 기간 9%에서 8%로 소폭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OLED 부문에서는 올해 2분기 삼성디스플레이가 37%로 1위를 차지한 반면, LG디스플레이는 9%로 하락했다. 반면 BOE는 15%를 유지한데 이어 노트북 PC 부문에서 전년 대비 213% 성장했고, 스마트폰 부문에서는 18% 늘어났다.
이에 더해 이번 아이폰 시리즈에는 중국 BOE도 LTPO를 공급한다. LTPO 기술은 기술적 난이도가 높아 그간 중국 업체의 진입이 어려웠지만 BOE가 이러한 장벽을 뚫고 애플 공급망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물론 불안 요소는 있다. 최근 삼성디스플레이가 BOE를 상대로 제기한 OLED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승소하며 해당 제품에 대한 수입금지 예비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상 BOE 패널을 탑재한 아이폰까지 미국 수입이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애플 입장에서는 이 같은 법적 불확실성이 있음에도 BOE를 공급망에 포함시킴으로써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동시에 패널 단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BOE가 전작 아이폰 일반 모델에 공급했던 LTPS OLED 물량은 약 1,000만~1,500만대 규모였지만 이번 신작에 공급한 LTPO 물량은 약 200만~300만대 수준에 그쳐 전체 비중에서는 오히려 줄어든 것"이라며 "LTPS와 LTPO의 경우 단가 차이가 크기 때문에 높은 점유율을 차지한 국내 기업의 실적 개선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리스크는 더 남아있다. 미국 정부 관세정책과 글로벌 약달러 기조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디스플레이협회에 따르면, OLED 고부가가치화와 자동차 같은 신시장이 열리면서 하반기 시장은 지난해 보다 2.9% 성장할 전망이다. 다만 관세 정책에 따른 패널 공급단가 인하 요청과 약달러 기조로 인해 수출 위주 국내 패널기업의 실적이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창욱 유비리서치 부사장은 “삼성과 LG디스플레이가 안정적인 품질과 공급 능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BOE는 프로 모델 진입을 통해 기술력과 신뢰도를 동시에 검증받으려 하고 있다”며 “향후 3사 간 기술 경쟁과 물량 배분은 글로벌 스마트폰 패널 시장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내년 승부수 '폴더블'…메인 공급사 삼성디스플레이 주목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내년 공개가 예상되는 ‘폴더블 아이폰’이 새로운 모멘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년 출시될 폴더블 물량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사실상 메인 공급사로 자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앞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달 폴더블 브랜드 '몽플렉스(MONT FLEX)‘를 공식 론칭하면서 폴더블 시장 선두 자리 굳히기에 나섰다. 50만회 폴딩 테스트도 통과하는 등 기술적 측면에서도 LG디스플레이, BOE 보다 앞서있어 향후 애플 폴더블 제품에서도 주요 공급사가 될 전망이다. 아울러 아이패드·맥북 등 애플 주요 라인업에도 OLED 적용이 확대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가동률 상승과 안정적 실적 성장도 기대되고 있다.
김철중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디스플레이는 폴더블 아이폰 초기 물량에 따른 독점 효과와 BOE의 국제무역위원회(ITC) 제재에 따른 북미 향 일부 레거시 물량에 대한 수혜가 예상된다"며 "OLED 라인의 가동률 상승으로 실적 성장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LTPO 디스플레이 공급에 성공한 BOE의 도전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폴더블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가 아이폰 폴더블에서도 장기적으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폴더블의 경우 유리 섬유 기술, 컬러필터온인캡슐레이션(COE) 같은 핵심 기술이 중요한데 국내 기업들은 이미 노하우를 많이 축적한 상황"이라며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폴드 시리즈로 축적한 경험을 기반으로 애플 폴더블에 최소 수년간 독점 공급할 가능성이 높고, LG디스플레이 또한 관련 기술 개발을 꾸준히 하고 있어 향후 폴더블 적용 분야에서 국내 업체의 우위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만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로부터 수십억 위안을 지원받고 있는 BOE의 약진은 국내 업체들에 위협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