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흥국생명,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 참여
[SRT(에스알 타임스) 전지선 기자] 태광그룹이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통적으로 섬유와 석유화학 중심이었던 그룹은 최근 소비재와 금융을 양축으로 삼아 체질 개선에 나서는 모습이다. 애경산업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돼 생활용품·화장품 시장 진입을 본격화했고, 흥국생명을 앞세워 국내 최대 부동산 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에 나서며 금융 부문 확대에도 힘을 싣고 있다.
다만 두 건의 초대형 거래는 조 단위 자금이 소요되는 만큼 재무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태광산업이 교환사채 발행을 추진했지만 주주 반발로 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외부 자금 유치나 추가 차입 등 불확실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 컨소시엄(티투프라이빗에쿼티유안타인베스트먼트)은 애경산업 지분 약 63%를 인수하기로 했다.
투자은행(IB)은 인수 가격을 약 6,000억원 이상의 수준으로 평가했지만 최종적으로 태광산업이 제시한 인수가격인 4,000억원대 후반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현재 애경산업 시가총액은 4,183억원이다.
애경산업 인수 건은 태광그룹의 사업 다각화 전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섬유와 화학 중심이던 기존 사업 구조에서 생활소비재로 영역을 넓히면서 안정적인 수익원과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현재 애경산업 인수와 관련해 8월 22일 본입찰제안서를 제출했으며 재공시 제출일 현재 매각주관사 또는 매도인으로부터 우선협상자 선정에 대한 공식적인 통보를 받지 못한 상태"고 말했다.
금융 부문에서는 흥국생명이 굵직한 승부수를 던진 상태다.
흥국생명은 태광그룹의 핵심 금융 계열사로, 그룹 금융 부문의 중추 역할을 맡고 있다. 흥국생명은 지난 8월 말 이지스자산운용 매각 주관사가 진행한 예비입찰에서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며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던졌다.
매각 측은 이지스 창업주 손화자 고문과 특수관계인 보유 지분 약 66%를 매물로 내놨고, 흥국생명은 이 지분 확보를 통해 그룹 차원의 자산운용 역량을 대폭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을 드러냈다.
이지스는 6월 말 기준 운용자산(AUM)이 66조8,000억 원에 달하는 국내 1위 부동산 운용사로, 태광그룹 입장에선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할 수 있는 매력적인 매물로 평가된다.올해 상반기 누적 실적만 보더라도 매출 1,509억원, 영업이익 538억원, 순이익 451억원을 기록하며 견조한 수익성을 입증했다.
현재 인수전에는 흥국생명 외에도 한화생명, 대신금융그룹 등 굵직한 후보들이 뛰어들며 경쟁이 치열하다. 시장에서는 이지스의 기업가치를 지분 100% 기준 8,000억~8,500억 원으로 평가하지만, 매각 측은 1조원 안팎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흥국생명이 최종 본입찰에서 얼마만큼의 가격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전망이다.
그러나 태광산업의 자금 여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6월 말 기준 태광산업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3,500억원에 불과하며, 전체 유동성 자산을 모두 합쳐도 1조9,000억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실제 신규 투자에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은 1조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애경산업과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에 동시에 나선 상황에서 내부 자금만으로는 조 단위 거래를 감당하기 어려워, 외부 차입이나 추가 조달 수단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한 태광산업이 애경산업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한 3,000억원대 교환사채 발행마저도 주주 반발로 중단되면서 자금 조달 계획은 차질이 생겼다.
태광산업은 지난 6월 자사주를 기반으로 EB 발행을 의결했지만, 2대 주주 트러스톤자산운용이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하며 절차가 멈춰섰다. 현재까지 법원 판단이 내려지지 않아 후속 절차는 정지된 상태다.
태광 관계자는 "현재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애경산업 인수 금액이 4,000억원대 후반에 달하는 만큼, 단일 거래만으로도 그룹의 재무적 부담은 상당하다. 여기에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까지 병행하면서 총 소요 자금이 조 단위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외부 자금 조달 없이는 양대 거래를 동시에 소화하기 버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 관계자는 "자금조달에 대한 계획은 향후 본입찰 실시 후 결과가 나온 이후 설명드리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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