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스턴에 있는 D. 레이 제임스 교도소. ⓒCatchLight Local
▲포크스턴에 있는 D. 레이 제임스 교도소. ⓒCatchLight Local

LG엔솔, ‘석방이 우선’ 신중한 입장
[SRT(에스알 타임스) 전지선 기자] "매트리스가 찢어지고, 물이 새고, 물이 고여 있고, 곰팡이가 자라고 물로 인한 피해가 있었고, 샤워실은 낡았고, 환기 시스템에는 곰팡이와 이물질이 있었고, 곤충이 들끓었고, 온수 샤워를 사용할 수 없었고, 변기는 작동하지 않았다."

이는 미국 의회에 공개된 포크스턴 구금시설에 대한 내용이다. 현재 미국 이민 당국의 단속으로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일하던 한국인 직원 300여 명이 이곳에 구금돼 있다.

조기중 워싱턴 총영사는 구금된 직원들의 상태에 대해 "다 모여 있는 식당에서 제가 봤는데 다들 잘 계시다"라고 전했지만 해당 구금시설은 그동안 위생과 의료, 안전 관리에서 반복적으로 문제점이 지적돼 온 곳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구금된 이들은 포크스턴 구금시설에서 차로 50분가량 떨어진 플로리다주 잭슨빌 국제공항에서 이르면 오는 10일(미국 동부시간) 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미국은 지난 4일 조지아주(Georgia) 엘라벨(Ellabell)에 위치한 현대차-엘지에너지솔루션 합작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대규모 이민 단속을 열었다. 이에따라 LG에너지솔루션 소속 직원 47명, 협력업체 직원 약 250명이 구금됐다.

이번 구금 사태의 배경에는 비자 요건 위반과 고용 구조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일부 노동자들은 관광·출장만 허용되는 비자 면제 프로그램(ESTA)으로 입국한 뒤 현장에 투입되거나 체류 기간을 초과한 상태였고, 일부는 입국 목적과 다른 업무를 수행한 정황도 포착됐다. 미국 당국은 이를 ‘취업 권한 없는 외국인의 불법 고용’으로 판단해 단속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 한·미 동맹의 상징에서 구금 사태로
이번 대규모 이민 단속은 한·미 양국 사회에도 적잖은 충격을 안기고 있다.

조 단위 투자가 이어지며 미래 산업 협력의 상징으로 평가받던 현장에서 한국인 근로자 수백 명이 일제히 구금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현지 사업 안정성과 한·미 경제 파트너십 전반에 불확실성이 드리워졌다.

미국 현지에서도 반응은 엇갈린다.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를 비롯한 공화당 인사들은 "모든 고용주는 법을 준수해야 한다"며 단속의 정당성을 강조한 반면, 아시안 아메리칸 어드밴싱 저스티스-애틀랜타 등 이민자 권익 단체는 "가족을 부양하며 공동체를 위해 일하는 평범한 노동자들을 겨냥한 부당한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미국 비영리 공영 매체 WABE는 지역 사회에서도 시각 차가 뚜렷하다고 보도했다.

공장 인근 상인은 "한국 기업들이 이번 사태로 철수 전략을 고민할까 우려된다"며 파장을 걱정했지만, 일부 주민들은 "정작 지역민 고용 효과는 미미했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이민 문제를 넘어 경제적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규모 인력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배터리 공장 가동 일정 차질로 이어져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뿐 아니라 미국 전기차 공급망 전반에도 불안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복잡한 산업은 외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면서도 "미국 인력을 훈련시켜야 한다"고 밝힌 점은 업계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반도체·배터리 공장은 고도의 숙련 기술과 경험이 필요한 만큼 단기간 내 현지 인력을 대체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정경희 LS증권 연구원은 "(공장은)지난 2023년 하반기 건설을 시작해 올해 연말 완공하고 2026년 초 양산이 예상됐으나 공사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2026년부터 예정된 현대그룹향 미국 판매량 하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열악한 구금시설..."구금자 구하기 우선"
포크스턴 구금시설은 미국 조지아주 남부에 위치한 대표적인 이민자 수용소로,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이 민간 교정기업인 GEO 그룹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2017년 문을 연 이 시설은 약 1,100여 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다.

이곳은 단순한 임시 보호소가 아니라, 추방 절차나 체류 신분 심사를 기다리는 이민자들이 장기간 머무는 시설이다. 최근까지 ICE 연례 점검에서 위생·안전·의료 서비스 부문에서 반복적인 미비점이 지적됐고, 일부 억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사건도 발생하기도 했다.

▲구금시설 내부 ⓒthecurrentga 캡쳐
▲구금시설 내부 ⓒthecurrentga 캡쳐

올해 초 미국 일간지 The Washington Post는 포크스턴 구금자들이 장기 구금용으로 설계되지 않은 방에 갇혀 화장실을 이용하거나 변호사를 만나기 위해 몇 시간씩 기다리거나 몇 주 동안 샤워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번 갑작스러운 집단 구금은 단순한 법적 절차를 넘어, 해당 직원들에게 심각한 정신적 트라우마, 불안, 수치심, 우울 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노무사는 "민법 제756조(사용자의 배상책임)에 따라 회사가 근로자들이 불법체류자로 구분돼서 구금되는데에 관리자 책임이 있었다면 근로자들이 집단 소송으로 민사소송 제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구금자들의 정신적 트라우마 치료 지원 여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아직 직원들이 구금에서 풀려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며 "우선은 석방이 가장 중요한 사안이며, 이후 적절한 시점에 관련 사항을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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