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정상회담서 투자 패키지 세부 공개 예정
[SRT(에스알 타임스) 전지선 기자] 이재명 정부가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을 마무리 지으면서 완성차에 대한 관세율이 일괄 15%로 확정됐다. 자동차·철강 업계가 최악의 25% 관세 부과 위기를 피했다는 점에서 ‘절반의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철강 등 품목별 관세 인하는 논의되지 않아, 지난달 4일부터 적용 중인 품목별 50% 고율 관세는 그대로 유지된다. 한국 정부와 삼성·현대차·SK·LG 등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총 1,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패키지를 협상 카드로 제시하며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한 셈이다.
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에 약 3,500억 달러(한화 약 487조 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하는 등 조건을 제시해, 양국이 기존 25%였던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내용의 무역 협상에 최종 합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은 미국 내 산업 투자 3500억 달러와 1.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GNL 등) 구매 계획을 포함한 ‘1000억 달러 투자 패키지’를 제시하며 협상에 돌입했다. 완성차에 대해서는 기존 무관세 체계에서 일괄 15% 관세를 적용받게 됐지만, 당초 예고됐던 최대 25% 징벌적 관세 위협은 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향후 2주 내로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이 양자회담을 위해 백악관으로 올 때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구체적 날짜는 한미 외교 라인을 통해 조율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다음 주라도 날짜를 잡으라'고 했다고 들었지만, 일정이 있는 만큼 정확한 시점을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상회담에선 이번 통상 협상과 관련된 대미 투자 패키지 세부 내용과 함께 방위비 분담, 무기 수입 협상, 고정밀지도 데이터 반출 등 안보 현안도 논의될 전망이다.
김 실장은 1,000억 달러 규모의 LNG 등 에너지 제품 구매에 대해 "투자와 구매는 이번 협상을 통해 새롭게 추가된 항목이 아니다"라며 "통상적으로 우리가 수입하는 규모이며 중동산 에너지의 일부를 미국산으로 대체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딜 때문에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 경제 규모에서 충분히 소화 가능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일본과 EU는 이미 미국과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인상하는 협정을 맺었다. 일본은 반도체와 LNG 공동투자를 포함해 5,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패키지를 제시했고, EU도 대규모 공동 인프라 투자를 조건으로 합의를 도출했다.
자동차 업계는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는 점에서 안도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기존 무관세 체제였던 점을 고려하면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관세 인상으로 당장의 타격은 불가피하다”며 “장기적으로는 일본과 EU와 같은 조건으로 맞춰졌다는 점은 다행이지만, 미국 시장 내 점유율 방어를 위해 가격 인하나 판촉 비용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현대차는 2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7.3% 증가한 48.3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약 16% 감소한 3.602조원에 그쳤다. 미국 관세 부담만으로 약 8,280억원(6억600만 달러)을 떠안은 결과다. 기아 역시 같은 기간 매출은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4.1% 줄어든 2.764조 원으로 집계됐으며, 미국 관세 피해 규모는 약 7,860억원(5억7,000만 달러)에 달했다.
그럼에도 미국 내 판매는 견조했다. 기아는 Carnival 하이브리드 SUV 등 신차 판매 호조로 미국 내 판매량이 전년 대비 5% 증가하며 관세 충격을 일부 방어했다. 현대차 역시 미국 현지 전기차 생산라인과 SUV 라인업 확대를 통해 점유율을 방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철강 업계는 여전히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철강과 알루미늄 등 주요 품목에 대한 50% 고율 관세는 이번 협상에서 별도의 인하 조치가 나오지 않았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미국 철강 수출액은 연간 332억 달러 규모로, 전체 철강 수출의 13.1%를 차지한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은 고부가가치 제품의 비중이 높아 국내 철강사들 입장에서 전략적 거점으로 여겨지는데, 50%라는 이례적으로 높은 관세가 유지되면 현지 고객사와의 계약 유지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정부가 후속 협상에서 최소한 고부가제품과 친환경 제품군에 대한 예외 적용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