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대중화 약속, 생태계 기여·기술 자립 병행
정부 ‘독자모델 지원사업’ 공모 참여…업계 “선정 가능성 낮아”
[SRT(에스알 타임스) 윤서연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서비스 경쟁이 본격화된 가운데, 카카오의 AI 전략 방향성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국내 IT 기업들이 독자 모델 개발과 기술 내재화를 중심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흐름 속, 카카오는 외부 협업과 별도 앱 중심의 서비스 전략을 택하며 AI 대중화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전략이 AI 기술 경쟁력으로도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연말 중 신규 AI 서비스 '카나나(Kanana)'를 공식 출시할 계획이다. 지난해 처음 공개한 AI 메이트 ‘카나나’는 현재 비공개 테스트(CBT) 단계로, 이용자 피드백을 바탕으로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중이다. 해당 서비스는 카카오톡이 아닌 별도 앱 형태로 운영된다.
카나나는 개인과 그룹 간 대화 맥락을 이해하고 능동적으로 개입하는 AI 에이전트다. 개인 메이트 ‘나나’, 그룹 메이트 ‘카나’를 통해 일정 정리, 대화 요약, 장소 추천 등을 제공하며, 누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화 수준을 강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상호 카나나엑스 성과리더는 “모바일시대에 카카오톡이 그랬듯 생성형 AI시대에는 카나나가 가장 쉽고 유용한 대중 서비스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별도 앱 출시 배경에 대해 “기존 틀을 과감히 깨야 AI 메이트와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선 대중화 전략을 내세운 카카오가 가장 강력한 플랫폼인 ‘카카오톡’을 적극 활용하지 않는 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 국민이 사용하는 메신저를 보유한 카카오가 굳이 별도 앱으로 출시한 이유는 이해하기 어렵다”며 “대중화를 추구한다면 기존 플랫폼을 활용하는 편이 접근성 측면에서도 유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또한 상반기 별도 앱 ‘네이버 플러스 스토어’를 출시했지만, 자체 초거대 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검색·브라우저 등 기존 서비스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온서비스 AI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카카오 역시 카카오톡 대화 요약, 콘텐츠 추천 등 기존 서비스에 AI를 적용하고 있다. 다만 핵심 전략은 별도 앱 ‘카나나’에 더 무게가 실려 있다는 평가다.
다만 이러한 전략 본격화에 앞서, 카카오의 AI 자체 경쟁력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카카오는 지난 2월 오픈AI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챗GPT API를 카카오톡·카나나에 연동하는 ‘AI 모델 오케스트레이션’ 전략을 취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오픈AI와 협업한다고 발표한 순간, AI 경쟁력이 없음을 나타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정부가 최근 공모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지원 사업’에서도 카카오는 선정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카카오는 자사의 중요 서비스에 오픈AI 모델을 연동해 사용하기로 한 만큼 독자 모델 경쟁력 측면에서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는 자사 전략이 기술 내재화보다 대중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입장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자체 모델 개발은 오래전부터 진행해 온 사안이며, 당사의 AI 전략 최종 목표는 기술 내재화가 아니라 대중화”라며 “모델 오케스트레이션 전략에 따라 자체 모델과 외부 API를 병행해 사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카카오는 기술 자립을 위한 행보도 병행하고는 있다. 전날 카카오는 자체 개발한 언어모델 ‘카나나-1.5’ 시리즈를 오픈소스 플랫폼 ‘허깅페이스’에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모델은 경량 멀티모달 모델(3B)과 MoE(Mixture of Experts) 기반 대형 모델(15.7B)로, 처음 단계부터 직접 구축하는 ‘프롬 스크래치(From Scratch)’ 방식으로 개발된 것이 특징이다. 회사 측은 이 모델이 국내외 유사 모델 대비 높은 벤치마크 성능을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김병학 카나나 성과리더는 “서비스 적용과 기술 자립이라는 두 가지 목표에 부합하는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여전히 ‘모델을 갖고 있는 것’과 ‘실제 서비스에서 적극적으로 쓰는 것’은 별개라는 지적도 존재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체 기술이라는 선택지를 갖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며 "해외 모델을 썼을 때 발생하는 문제가 의존성인데, 외부 모델은 어떤 데이터로 학습됐는지 불분명하고, 서비스에 최적화돼 있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API 유료화, 라이선스 변경 등 예기치 못한 상황도 발생할 수 있어 자체 모델 확보는 안정적 서비스 운영의 핵심 요소”라며 “최근 강조되는 소버린AI 관점에서도 외산 모델 의존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카나나라는 중요한 서비스를 새롭게 출시를 하며 오픈 AI랑 협업한다고 선언했는데 자체 모델을 중요 서비스에 잘 활용하지 않는다는 부분은 모델 자체의 경쟁력이라든가 성능 부분에서 차이가 있기에 발생하는 방향성의 차이일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카카오가 AI를 통한 실적 회복을 이뤄낼 수 있을지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오는 8월 7일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지만, 증권가에서는 매출액과 영업익 모두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AI 기반 서비스가 본격 확산될 경우, 내년부터 실적 개선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지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의 올해 매출 성장률은 0%, 내년에는 11%를 전망한다”며 “카카오톡과 챗GPT의 트래픽을 비교해 보면, 챗GPT의 국내 침투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카카오톡 내에서 챗GPT와 유사한 AI 서비스를 경험하게 된다면, 체류 시간과 구독·광고 매출도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